[촌부의 단상]
삽질, 쉽지않네!
2021년 8월 5일
음력 辛丑年 유월 스무이렛날
요즘은 이른 아침부터 매미들의 울음 소리에 잠을
깬다. 녀석들은 7년이란 긴 세월 땅 속에서 생활을
하다가 2주간이란 아주 짧은 바깥 생활로 일생을
마감하는 과정을 거치는 특이한 곤충이다. 아마도
그래서 저렇게 밤낮도 없이 보름 가까이 울어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듣는 이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테지만 촌부는 한 많은 매미의 울부짖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슬프게 들리는갑다.
어제는 갑작스레 원주에 다녀왔다. 전날 요양원에
계신 엄마와 영상통화를 했을때 요양사 선생님이
혹시 원주에 나오면 엄마가 입을 밝은색 티셔츠를
좀 사다주었으면 했다. 함께 계시는 다른 어르신의
자식들이 사다준 밝은색 티셔츠를 보고 꽤 부러워
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나니 어찌나
마음이 아프고 울컥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곧바로
아내에게 원주에 나가자고 했다. 아내는 이 시기는
휴가철이라서 영동고속도로가 많이 밀린다며 조금
지나 한가해지면 나가자고 했으나 엄마가 입고싶어
하시는 티셔츠도 몇 벌 사다드리고 주전부리도 좀
사다드리고 오자고 했다. 부러워 하신다는 그 말을
듣고 한시도 지체하면 안될 것 같은 생각에 고집을
부렸다. 아내는 엄마(장모님)를 생각해주는 촌부의
마음을 잘 알면서도 처가의 일로 인하여 운전하며
고생을 하게 되는 것을 내심 미안해 하는 눈치였다.
사위도 자식이고 40년 넘는 세월을 늘 가까이에서
함께했던 부모자식이라 촌부는 지금껏 엄마라고
부르고, 엄마는 큰아들처럼 생각한다고 하셨는데
오히려 촌부가 그런 생각을 하는 아내가 서운하여
잔소리 말고 다녀오자고 한 것이다. 원주는 더웠다.
중앙시장에서 엄마가 좋아하실만한 티셔츠 몇 벌을
사고 바나나와 복숭아 한 박스씩을 사고 빵집에서
부드러운 빵을 조금 사서 함께 계시는 어르신들과
나눠드시라고 요양원에 전달해주고 왔다. 시절이
시절인지라 면회도 못하고 돌아서는 마음은 항상
짠하고 아프고 슬픈 느낌이다. 어서빨리 예전으로
돌아가 자유롭게 면회도 하고 외출도 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그게 우리의 큰 바람인데...
요즘 촌부는 틈만나면 구절초밭에서 삽질을 한다.
꽤 오래전 수영장과 자작나뭇길 사이에 자그마한
밭을 일구어 구절초를 심어놓았다. 세월이 흐르며
구절초는 햇볕을 따라 한쪽으로만 번져나가면서
번식이 되었고 반대편은 온갖 야생초들이 저절로
자라나 구절초를 잠식하고 말았다. 둥굴레, 잔대,
더덕, 참취, 곤드레, 개미취와 같은 식용 야생초는
그런대로 쓸모가 있으나 그 외 온갖 잡초, 자잘한
잡목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자꾸 번식을
하여 볼썽 사나웠다. 호미를 들고 뽑아내기도 했고
낫으로 베어내기도 했으나 도저히 감당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온갖 잡초와 잡목이 구절초를
잠식한 쪽은 정리를 하여 새롭게 밭을 일구려고
마음을 먹었다. 우선 예초기로 쓸모가 있든 없든
모두 잘라버리고 삽질을 하여 캐내기로 한 것이다.
풀이 얼마나 크게 많이 자랐는지 예초기로 베어낸
자리에는 베어낸 풀들이 말라서 삽을 뒤밀었지만
삽질을 할 수가 없었다. 먼저 갈고리로 마른 풀과
켜켜이 쌓인 낙엽을 대충 긁어내고 삽질을 시작해
벌써 며칠째 틈나는대로 이 일을 시나브로 해왔다.
드디어 오늘 아침 흙을 파뒤집는 삽질은 마무리를
했다. 이제 남은 일은 흙을 고르며 엄청나게 많은
풀뿌리, 잡목뿌리를 골라내야 한다. 정말 오랜만에
삽질을 해봤는데 엄청 힘이 들었다. 그 옛날에는
거의 삽질하여 밭을 경운하고 농사를 지었을 텐데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이제부터 시작하는 일도
만만찮다. 밭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온갖 뿌리를
골라내고 뭉쳐진 흙을 잘게 부셔 부드럽게 해야만
하니까 말이다. 급한 것은 아니니까 또 틈나는대로
시간을 두고 시나브로 정리를 할 생각이다. 밭떼기
하나 만드는 것이 이렇게 힘드는 것이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