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고추 지지대 세우기
2021년 6월 2일
음력 辛丑年 사월 스무이튿날
어제 이른 아침,
매주 화요일은 쓰레기 분리 배출하는 날이다.
일주일간 일상에서 나온 쓰레기와 각종 재활용을
종류별로 깔끔하여 분리하고 따로따로 담아묶어
아랫쪽 분리배출 장소에 갖다놓고 올라왔다.
그런데 전날까지만 해도 일기예보에 없었는데
느닷없이 주룩주룩 비가 쏟아지는 것이 아닌가?
아침 운동을 하던 아내가 급히 집으로 뛰어갔다.
갑작스레 내리는 비라서 우비도 없이 비를 맞으며
대충 비설거지를 해놓고 집으로 들어왔다.
"모처럼 밭일 좀 할까 했더니 갑자기 비가 오네?"
"하늘의 뜻인걸 어쩌겠소? 그냥 쉬시구랴!"
"그렇기는 하네만 요즘 비가 너무 잦아!"
"뭐 급한 일이 있소? 천천히 하기로 한다며... "
"급할게 뭐있노? 너무 노니까 그렇다는 거지 뭐!"
"비가 안오면 뭐 할라켔는데?"
"부직포 깔던 거 마저 깔고, 고추 지지대 박아놓고,
호랑이 무늬줄콩 씨앗을 넣고, 오이와 줄콩 유인
그물망 쳐놓을까 했지! 비와서 틀렸다 아이가!"
"아따! 할 일도 많네!"
"이 정도야 아무것도 아인데 뭘 그라노?"
"허허~ 이 양반아! 그게 많은 것이 아니라고?"
"막설해라! 오늘은 틀렸는갑다! 그나저나 올봄엔
와 이리 비가 자주 내리는가 몰라? 연일 비, 비..."
아내와 함께 창가에 서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서
나눴던 대화이다.
그런데 아침식사를 마치고 바깥에 나갔더니...
그새 비가 그치고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쳤다.
반가운 마음에 집안으로 들어와 아내에 소리쳤다.
"아지매! 밭에 말뚝 박으러 나가세! 비 그칬다!"
"하~ 그 양반 급할 것 없다더니 뭘 그리 서둘러?"
"서두른다기 보다는 비가 그치니까 반가워서..."
"차나 한잔 마시고 천천히 나갑시다!"
"그러세! 차 준비할 동안 장비나 챙겨볼까?"
아내가 차를 준비하는 동안 밖에 나와 작은 사다리,
망치, 피복입힌 고무밴드를 담은 작은 가방을 챙겨
현관에 놓고 들어왔다. 아내와 함께 말뚝박기 놀이
(고추 지지대 세우기) 이야기를 하며 차를 마셨다.
올해는 고추 지지대를 기존 1,200짜리를 1,500
짜리로 교체하여 세우기로 했다. 지난해까지는 두
종류를 섞어서 세웠으나 중간중간 쓰러지고 꺾어
지는 것이 생겨서 큰 것으로 모두 세우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재배량을 거의 배나 늘려서 지지대도
더 필요하여 철물점에 나가 사와야 했다. 오전에는
고추 지지대를 간격에 따라 대충 꽂아놓는 일을
했다. 꽂아봐야 추가 소요량을 파악할 수가 있기
때문에 아내와 함께 오전내 밭에서 지지대를 꽂아
놓는 일을 했다. 아내가 점심 준비를 하러 들어간
사이에 이랑마다 양쪽에 포스트가 될 1.800짜리
꽂은 것을 작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먼저 박아
놓았다. 이 지지대는 여기 쓰려는 것은 아니었지만
줄콩 재배를 많이 줄이고 지지대 설칫나는 방법을
바꾸다보니 남아서 활용을 한 것이다.
아내가 맛있게 끓여준 칼제비(칼국수 수제비)를
맞나게 한 그릇 뚝딱 비우고 햇살 따까운 한낮엔
오수를 즐기며 쉬었다. 아내의 말 그대로 이제는
죽기살기로 일을 하지않고 즐기면서 하기로 한
것이다. 흔히들 즐기며 농사짓는 이들을 일컬어
'낭만 농부'라고 하는 것 같은데 그 정도는 아니다.
오후에 철물점이 있는 장평에 나가 고추대를 비롯
몇 가지 농자재를 사왔다. 20년 동안 텃밭농사를
지으면 사용한 농자재들이 이제는 많이 낡았으며
아내는 구질구질하게 이것저것 재활용하는 것이
보기싫다며 바꿀 수 있는 것은 모두 교체하자고
하여 하나둘 바꿔가는 중이다.
아내의 새로운 아이디어로 오이와 줄콩 지지대와
유인줄 그물망을 손쉽게 설치했다. 지난해 보다는
훨씬 줄여 줄콩 씨앗도 넣었다. 그리고 ㄷ자 핀이
모자라 작은밭에 깔지못한 부직포도 마저 깔았다.
망치를 들고 말뚝박기 놀이를 하듯이 간격 맞춰서
꽂아놓은 고추대를 모두 박아 세워놓았다. 고추가
거의 대부분이지만 오이, 토마토, 줄콩을 포함하여
박아 세워놓은 지지대가 세어보진 않았지만 아마
300개는 족히 넘을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굳이
세어볼 필요는 없고 갯수가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길이가 큰 것은 7~8번, 작은 것은 5~6번, 그보다
더 작은 것은 3~4번 망치칠을 했으니까 하루종일
말뚝박기를 하느라 망치질만 하며 하루가 간 것만
같다. 그래서인지 오른쪽 어깨와 팔이 조금 욱신
거리기는 하지만 기분은 날아갈 듯이 기쁘고 좋다.
이제 남은 일은 고추잎(곁순) 따주는 것이 남았고
고추가 조금 더 자리면 끈매기를 순차적으로 몇 번
하면 된다. 한동안 밭일하는 걱정은 없을 것 같다.
밭고랑에 부직포를 깔았으니 김을 매는 일도 없고
적당히 비가 내려서 물주기를 하지않아도 되니까
시간적인 여유가 생길 것 같은데... 어디로 움직여
보려고 했지만 아내와 간격을 두고 신청을 한 백신
접종일이 달라서 중순까지는 움직일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