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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모처럼 꽃들과 함께...

 

2021년 5월 27일 

음력 辛丑年 사월 열엿샛날

 

그동안 좋아하는 꽃을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했다.

왜 그랬을까? 왜 그러기는? 먹고 사는 것이 먼저,

당장 불편하거나 볼상 사나운 것부터 해치우느라

꽃이 피는지, 지는지도 모르고 지낸 것이지! 문득

이러다가 그렇게 기다렸던 봄을 나도 모르게 그냥

보내게 될 것 같았다. 모처럼 꽃을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사진을 몇 컷을 찍어보았다.

 

산골살이를 시작하면서 꽃을 무척이나 좋아했었다.

특히 야생화를 더 좋아했다. 오죽하면 온갖 종류의

야생화를 닥치는대로 심어서 앞마당을 풀밭으로

만들기도 했었겠는가? 그런데 세월이 지나가면서

그 열정은 조금씩 식어가고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먹고 사는 것에 더 치중을 하느라 점점 꽃을 등한시

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만큼 정서적으로 여유릅지

못하고 경제적인 것에 급급한 삶을 추구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지난 8년간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많은 집일을 하느라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던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직장생활을 접고나서 열흘이 지났다. 그런데 정말

무서운 것이 사람의 습관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는 말로는 시나브로, 천천히, 여유롭게, 즐기면서

일을 하자고 다짐을 했었다. 그렇지만 그게 말처럼

그리 쉽지는 않았다. 출근을 하지않으니 조금 늦게

일어나도 될 것이고, 남는 것이 시간이라 조급하게

일을 서둘러 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오랜 시간동안

몸에 밴 습관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른 아침 동이

트기전에 잠에서 깨고 낮에도 집안에서 있는 것이

너무나 답답했다. 그러다보니 아침부터 일을 찾아

하게 되었고 낮으론 해도 그만이고 안해도 그만인

일까지 만들어 하기도 했다. 스스로 생각을 해봐도

참으로 지랄같은 성격이다. 좋게 말하면 부지런한

성격이라고 할 것이다. 달리 표현을 하자면 회사를

그만둔 것에 대한 아쉬움을 잊기위해 지난 열흘은

정신없이 단지 곳곳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으로

그 위안을 삼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정말 좋아하고 아끼고 심지어 사랑하는

꽃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야생화 공부를 한답시고

책까지 배낭에 넣고 산에 다니면서 익히고 배웠던

예전 그 열정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이젠 여유를

가지고 꽃이 피는지, 지는지는 감지하면서 즐기는

것에 치중을 해야겠다고 다짐을 해보는 아침이다.

오늘은 또 비소식이 있다. 밭에 심어놓은 밭작물도,

꽃밭을 만들어 모종을 심은 꽃도 물을 주는 수고를

덜게 되어 좋기는 하다. 지금은 무슨 꽃이 피었는지

나가봐야겠다. 우리 부부가 보물같이 애지중지하며

가장 아끼는 꽃인 개불알꽃도 피었고, 백당나무도

묘한 모습으로 피었고, 부처님의 두상을 닮았다고

하여 부르는 이름의 불두화도 피었다. 명이나물도

꽃이 피고, 자그마한 하얀 종을 매달고 있는 것 같은

둥굴레꽃도, 앙증맞은 모습의 은방울꽃도 피었다. 

할미꽃은 이제 번식을 위한 홀씨를 만들어 날아갈

채비를 하는 것 같다. 꽃들은 변함없이 나를 반기고

있었는데 나는 한동안 꽃들을 멀리한 것 같아 많이

뻘쭘하면서 미안했다.20210527_06211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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