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어쩔 수 없는 미물 살생
2021년 5월 26일
음력 辛丑年 사월 열닷샛날
"아내가 팥배나무 가지에 얹어놓은 새집에 새끼가
잘 있을까?"라고 하여 "잘 있겠지? 잘 있을거야!"
라고 대답은 했지만 확실한 것을 몰라 꽤 궁금하다.
그렇다고 나뭇가지에 얹어놓은 새집을 들여다 볼
수도 없다. 그러면 혹시 어미새가 오지 않을까봐...
엊그제 오후 어쩔 수 없이 미물을 살생하고 말았다.
사연인 즉슨 이렇다.
오전 일을 마치고 점심식사를 하러 집으로 올라와
마당의 야외탁자에 앉아 잠시 쉬고 있었다. 그런데
집입구 팥배나무 가지에 얹어놓은 새집 주변에서
먹이를 물고온 듯한 어미새가 집에 들어가지 않고
연신 지저귀며 맴도는 것을 목격했다. 뒤를 이어서
또 한마리가 합류했다. 아비새인 듯했디. 두 마리가
서로 대화를 하듯 지저귀며 사방을 살피는 것처럼
보였다. 궁금했다. 평상시 같으면 다가가는 기척만
있으면 날아가 버리곤 했는데 이상하게 다가가서
사진을 찍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무 위와 아래를
기어다니며 뭔가를 살피는가 하면 뿐만이 아니라
풀섶이며, 땅바닥, 조금 멀리 떨어진 데크계단까지
왔다갔다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아무래도 뭔가
큰 사단이 났구나 싶었다. 새끼들이 어미 허락없이
날개짓을 하며 날아가 버린 것일까? 아님 또 다른
새나 동물에 의해 습격을 당한 것일까? 많이 궁금
하긴 했으나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아내가 식사하라고 하여 들어가 점심을 먹자마자
곧바로 나왔으나 그때까지도 두 마리의 동고비는
그 상태 그대로 사방을 경계하며 다급한 듯 연신
지저귀고 있는 것이었다. 촌부가 어떻게 해줄 수가
없으니 답답했다. 그때 현관문을 열고 나온 아내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뭐해? 저기 팥배나무에 뱀이
기어올라가고 있잖아! 어서 빨리 잡아!"라고 했다.
"아뿔싸! 뱀 때문에 동고비들이 그렇게 난리법석을
떨었구나!"하며 삽과 집게를 들고 다가가 나무에서
뱀을 잡아내렸다. 우거진 비비추 사이에 떨어져서
기어가는 뱀을 삽으로 눌렀다. 어찌나 큰 녀석인지
쉽게 잡히지를 않았다. 사실 처음에는 죽일 생각은
없었다. 집게로 머리가 잡히기만 하면 멀리 산으로
던져서 살려주려고 했다. 그러나 집게로 잡기에는
너무 컸다. 삽으로 눌렀으나 저항이 너무 강렬하여
아내에게 삽을 하나 더 가져오라고 하였고 하는 수
없이 죽일 수 밖에 없었다. 텃새를 살려줘야 한다는
생각에 또다른 미물을 살생하고 말았다. 마음이 영
찜찜했다. 아마도 뱀이 풀섶에 있는 것을 어미새가
감지한 하여 그렇게 경계를 하며 살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님 뱀이 이미 새끼가 있는 새집에
들어가서 해코지를 하여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쩔 수 없이 한 미물을 살생했으나 동고비 새끼는
안전했으면 좋겠다.
그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아내는 제발 집으로 들어
오는 길목 양쪽에 우거진 비비추를 비롯한 야생초
모두를 뽑거나 베어냈으면 좋겠다며 간곡히 부탁
했다. 사실 이런 비슷한 일이 전에도 몇 번 있었다.
자연에서는 어떤 미물이라도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하겠지만 이상하게도 다른 미물에 비해 뱀은 너무
징그럽고 혐오스럽고 무서운 것은 사실이다. 특히
아내는 너무너무 겁내하고 싫어한다. 뱀의 습성상
우거진 풀섶을 좋아하는 것으로 안다. 그런 이유로
다 자라면 풍성한 포기로 우거지는 비비추를 제발
기르지 말자고 하는 아내인데 촌부는 잎이 예쁘고
꽃도 좋다면서 고집을 부렸던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아내의 생각대로 돌계단옆 축대와 야외등 부근의
비비추를 모두 베어내 버렸다. 오는 가을에는 뽑아
아랫쪽 진입로 입구 화단으로 옮겨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놈의 뱀이 출몰하는 바람에 비비추까지
수모를 당했다. 꽃도 피기전에 베어냈으니 이것도
일종의 살생이라고 해야겠지? 자연에 살면 도시와
달리 이번처럼 위험(?)하면서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이따금씩 일어난다. 산골살이를 하다보면 주변을
경계하고 사전에 미리 차단을 하며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이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