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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예초기를 짊어지고...

 

2021년 5월 24일 

음력 辛丑年 사월 열사흗날

 

근래 두어 번 내린 봄비에

신나는 것은 촌부만이 아니었다.

밭에 심은 모종들은 물론이거니와

저절로 자라나 살겠다고 설쳐대는 잡초,

이 녀석들 때문에 늘 신경을 곤두세운다.

 

무성하게 자라는 잡초를

뽑아제끼겠다고 호미를 들었고

베어버리겠다고 낫도 들어봤지만

이 넓은 단지 곳곳의 잡초를 잡기에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촌부의 어리석은 생각...

 

그렇다면

최후의 수단을 동원하는 수밖에...

결국 예초기를 꺼내 짊어지고 말았다.

아마 녀석들은 겁을 내면서 이랬을게다.

"저놈의 영감탱이 또 지랄하는 때가 왔는가베?"

 

"기다려라! 이놈들아! 모두 잡아버릴테니..."

"칼날을 사용할까, 끈날을 사용할까?" 

망설이다가 풀만 베는 손쉬운 작업이라서

끈날 장착한 예초기를 꺼내 점검, 시동을 걸었다.

첫 작업에 21살짜리 늙은 예초기가 말을 잘 듣네.

 

선선한 아침나절이라고 하더라도 

소만도 지난 5월 하순에 접어드는 시기라서

햇볕이 꽤나 따가워서 이내 땀범벅이 되었다.

찍소리도 못하고 잘려나가는 잡초들의 운명은

처참하게 나뒹굴고 말았으니 내가 이긴 것인가?

 

이놈의 촌부야!

자만하지 말거라!

이 세상에 잡초를 이기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이라면 바보 멍충이다.

아마 잡초들은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래, 맞다!

결코 이길 수가 없는 싸움이지만

두 눈을 뜨고 볼상사나운 꼴을 볼 수는 없다.

잡는 데까지 잡아보는 수밖에 도리가 없으니

무거운 구형 예초기를 짊어지고 사방 돌아다녔다.

 

언제 또 자라나 촌부를 놀리게 될지는 몰라도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올라와 자라면 또 짊어지고 잡으면 되는 것,

이기지도 못하는 이 끝없는 잡초와의 싸움을

얼마나 해야 또 한 해가 가려나 모르겠구나!IMG_20210524_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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