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낙엽송 잎파리
2020년 11월 21일 음력 庚子年 시월 초이렛날
어언 11월도 하순으로 접어들었다. 또 이런 말을
하게 된다. '세월 참 빠르네. 나이가 들어 그런지는
몰라도 너무 빠르다, 빨라...'라고 혼자 중얼거린다.
하기사 내일이 벌써 얼음이 얼기 시작하고 첫눈이
내린다고 하는 24절기 중에 스무 번째 드는 절기,
소설(小雪)이다. 이제 계절은 본격적인 동절기에
접어들고 겨울이 계절의 문턱을 넘어선지 오래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영하 4도의 기온에 제법 춥다.
며칠 그쳤던 서리도 하얗게 내렸고 땅도 얼어붙어
서릿발이 서걱서걱하다. 이제 산골은 겨울이다.
이미 겨울채비는 끝났지만 사서 고생을 한다고 할
것 같은 '앞뜨락 다시 꾸미기'라는 일을 벌여놓아
괜시리 바쁜 척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거창한 일은
아니지만 전원생활이랍시고 시작을 하면서 20년
세월동안을 고집스럽게 지켜오던 그 아집과 집념을
과감하게 꺾고 새롭게 꾸며 보기로 했다. 다른 사람
소원도 아니고 평생 반려자 아내의 작은 소망이니
어찌 고집을 꺾지않을 수가 있겠는가? 서두르지는
않을 생각이라서 시나브로 하려고 한다. 밑바탕이
되는 큰 일은 해놓았으니 바쁠 것이 없다.
이맘때가 되면 낙엽송이라는 녀석들이 꽤나 귀찮은
일을 만들어 놓아 촌부에게 고생을 시킨다. 뾰족한
바늘같은 잎파리를 떨궈놓고 '좀 치워주시오!'라고
하는 듯하다. 다른 곳은 그냥 두어도 상관이 없지만
단지로 올라오는 진입로와 카페앞의 넓은 주차장은
꼭 쓸어서 치워야만 한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런대로 운치도 있고 좋은데 굳이 힘들게 왜 쓸고
있느냐고 한다. 모르는 생각이다.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놈의 낙엽송 잎파리는 다른 나무들의
잎파리와 다르게 부스러지지도 않고 바람에 잘 날려
가지도 않을 뿐더러 아스콘으로 포장된 도로의 사이,
틈바구니에 박히고 끼어서 모이게 되면 물을 머금게
된다. 그냥 놔두면 머잖아 영하의 기온에 얼어버리게
되고 큰 낭패를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느해 그냥
두었다가 자동차가 미끄러져 혼쭐이 난 이후부터는
필히 쓸어내고 있다.
어제 오후에 밖에서 일을 하다가 한가한 틈을 타서
잠시 집에 와서 거의 한시간 가량 주차장과 진입로
낙엽송 잎파리를 쓸었다. 해마다 이런 생각을 하며
낙엽송 잎파리를 쓸고 있다. 겨울이 시작되면 많은
눈이 내려서 쓸어야 하는데 그 전에 워밍업을 하는
것이라고... 낙엽송 잎파리를 치우는 일은 진입로를
쓸어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다. 집옆이 바로
낙엽송이 우거진 숲이라서 지붕위에 날아와 떨어진
잎파리가 빗물받이를 막아 빗물이 제대로 흐르지를
못하게 하기도 한다. 엊그제 여름날처럼 거센 비가
내려 그런 일이 있었다는 아내의 말에 아차 싶었다.
저녁무렵 날씨가 꽤 쌀쌀했지만 긴 사다리를 펴서
타고 올라가 물받이를 막고 있는 낙엽송 잎파리를
모두 꺼냈다. 전날 내린 비에 흠뻑 젖어있어 어찌나
손이 시린지 혼이 났다. 이 정도 치웠으면 내년까지
물받이가 막히는 현상은 없을 것이다. 낙엽송 잎을
치우는 일은 일년에 한번이지만 꽤 귀찮은 일이다.
그렇지만 무슨 일이든지 좋은 생각으로, 즐긴다는
마음으로 하게 되면 힘든 줄을 모르고 하게 되지만
귀찮아하고 짜증을 내면서 일을 하면 몸도 마음도
피곤한 법이다. 이 산골에 살다보니 온갖 일을 하며
나름의 생각, 나름의 방법을 다 동원해본다. 어차피
내가 해야 하는 일인데 즐기면서 하자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하고 그리고 다짐을 한다. 이 방법이
가장 현명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세월이 흐르면서, 또한
나이가 들면서 정신수양이 조금씩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일상에서 지혜로움을 배워가면서
살아가는 촌부의 산골살이라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