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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두 엄마 생각에...


2020년 11월 23일 

음력 庚子年 시월 초아흐렛날

눈물을 찔끔거리다가 아내에게 그만 들키고 말았다.

"왜 그러셔?"라는 아내의 물음에 아무말도 못하고

의자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와 하늘을 한없이 봤다.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요즘 TV를 보거나 또

책을 읽다가 짠한 느낌이 들게 되면 시도때도 없이

눈물을 찔끔거리게 된다. 나이탓인지 아님 남달리

감수성이 예민하여 그런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눈물을 찔끔거린 사연은 이렇다.

우연히 어느 TV프로그램에서 84세의 할머니께서

서예를 하시면서 노후를 즐겁게 지내시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漢詩도 척척 읽으시는 것은 물론이고

뜻풀이를 참 잘하셨다. 할머니의 배움은 초등학교가

전부라고 하셨다. 어린 나이에 시집을 들어 고생을

꽤 하셨다고 했다. 뒤늦게 붓글씨를 배우셨고 이젠

붓글씨 솜씨가 탁월하여 받은 상장이 엄청 많았다.

그 연세에 필히 손수 벼루에 먹을 갈아붓을 들고서

일필휘지(一筆揮之) 거침없이 써내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촌부의 두 엄마를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 분은 촌부를 낳아주신 어머니이시고, 또 한 분은

나의 평생 반려자 아내를 낳아주신 장모님이시다. 


촌부를 세상 구경을 하게 낳아주신 어머니는 3년전

여름날, 83년의 굴곡진 삶을 뒤로하고 우리들 곁을

떠나 머나먼 하늘나라로 가셨다. 그 뒤로 한동안은

어머니, 어머님, 엄니, 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그만

눈물을 찔끔거리곤 했다. 60이 넘은 적잖은 나이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가 없고 주체할 수도

없는 그런 나날이었다. 그렇다고 어머님 살아 생전

효를 다한 효자도 아니었다. 아마도 불효를 했기에

그랬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이따금씩 아내가

어머님 살아 생전에 전수를 받았다는 생활의 지혜를

실천하는 것을 보거나 이야기를 할 때면 더 어머님

생각을 하게 된다. 어머님을 보내드리며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생각난다. "엄마~ 엄마~ 엄마~"세 번을

불렀고 "자식들 걱정은 내려놓고 아부지 곁에 가서

잘 지내시이소!"라며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그 뒤로 촌부의 일상에서 '엄마'라는 말은 영영 잊혀

지고 말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란

것을 뒤늦게 알았다. 바로 장모님이 계신다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에 촌부는 장모님을

'엄마'라고 불렀다. 남이야 뭐라고 하든지 말든지

아랑곳하지 않았다. 촌부처럼 장모님을 '엄마'라고

부르는 촌부 또래의 사람이 또 있을까 모르겠으나

결혼후 지금껏 '장모님'이라고 불러본 기억은 없다.

그동안 40년 세월, 때에 따라 '어머니, 어머님, 엄니

그리고 최근 들어 식구들 끼리 있을 때는 '엄마'라고

부른다. 그런데 장모님 아니 엄마는 지금 우리들과

함께 생활을 하지 못하고 요양원에 계신다.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들과 오래오래 함께 지냈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건강이 여의치 않으셔서 지금 요양원에

계시니 '엄마'라고 부르는 그 기회 마저 잃고 말았다.


이따금씩 전화 통화를 하며 "엄마! 잘 지내고 계셔?

많이 보고 싶군요."라고 하면, "오야! 나도 큰 이서방

많이 보고싶어!"라고 하시면 두 눈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루룩 흐르곤 한다. 이제 이 세상에 '엄마'

라고 부를 수 있는 분은 단 한 분이신데 과연 또다시

우리들과 함께 지낼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치매'라는 병이 이렇게나 무서운

병인지 예전에 미처 몰랐다. 그나마 천만다행인 건

아직 자식들을 알아보신다는 것이다. 치매라는 병이

호전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고 하니 비록 지금

요양원에 계시지만 더 이상 진전되지않고 지금 상태

그대로 유지되어 코로나19가 종식되어 면회도 하고

외출도 하여 평소에 늘 드시고 싶어하고 좋아하시는

꽃게찜이나 꽃게무침을 마음껏 드시게 하는 그 날을

학수고대하는 촌부와 아내는 물론이고 처제, 동서들

모두의 바람이다. 이 글을 쓰면서 촌부는 마음으로

"엄마! 보고싶습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셔야 합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는 날, 만사를 제쳐놓고 엄마를

뵈러 가겠습니다."라고 다짐을 한다.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오늘 이른 아침은 영하 3도에

머무르고 있다. 며칠 영상의 기온에 겨울비가 내려

따뜻해서 좋았다. 이제 그런 따뜻한 날을 기대하긴

쉽지않을 것이다.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들었으니...IMG_20201123_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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