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무한 리필
7월 1일, 음력 오월 스무아흐렛날
6월이 가고 7월이 왔네!
이제 계절은 완연한 여름이다.
녹음이 좋고, 물소리가 좋고, 바람소리도 좋고,
빗소리도 좋고, 공기도 좋고, 모두 다 좋은데...
그런데 더위는 싫다, 정말 싫어!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산골에는 열대야가 없다는 것이다.
무한 리필(無限 refill),
누구나 무슨 뜻인지를 잘 알고 있는 말이다.
'수(數), 양(量), 공간, 시간 따위에 제한이나 한계가
없음'을 뜻하는 한자어 '무한(無限)'과 우리 말로 해석
하면 '다시 채우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 'refill'의
합성어다. 언제부터인지 잘 모르지만 이 합성언어가
우리들의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말이 되었다. 누구나
다 알아듣기는 하지만 사전적 의미의 풀이는 어떻게
했을까? 합성어이기 때문에 다른 사전에는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요즘 유행하는 온갖 신조어까지도 검색해
볼 수가 있는 신(新)개념 백과사전인 '오픈사전'에서
사전적인 의미를 살펴보니, "음식 따위의 양에 제한을
두지않고 원하는 만큼 용기에 다시 채움"이라고 한다.
사실은 낱말 풀이를 하려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고
어제 저녁 가족식사 장소가 쇠고기 무한 리필집이라
그냥 재미삼아 한번 살펴본 것 뿐이다.
어제 저녁무렵 처남네 가족이 장모님 뵈러 산골집에
왔다. 하룻밤을 묵고 가려는가 했더니 식사를 마치고
다시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뭔라도 챙겨서
보내려고 텃밭으로 나갔다. 해가 지기전에 챙겨줄 수
있는 채소를 뜯거나 따야하기 때문에 운전을 하고 온
조카 녀석과 처남댁을 데리고 아내와 함께 나가 이것
저것 촌부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텃밭구경도 할겸
나갔더니 도시에서만 자란 조카 녀석이 마냥 신기해
하는 것이었다. 재학중 병역의무를 마친 녀석은 아주
공부를 잘해 명문대 장학생으로 재학중인 수재라서
자랑할만한 우리집안의 보배인 것이다. 상추와 아욱,
쑥갓을 뜯고, 호박과 오이도 몇 개 땄으며, 큰밭가에
있는 앵두나무에서 앵두도 제법 많이 땄다. 이런 것은
도시에서는 할 수 없는 것이라서 좋은 체험이 되었을
것이다. 밭구경을 마치고 걸어 나오는 조카 녀석에게
'큰 고모부 작품이 우떻노?'라고 했더니 슬며시 미소
지으며 '정말 대단하시네요. 너무 좋아요.'라고 했다.
채소를 챙겨놓고 조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식사를
하러 나갔다. 얼마전 가족모임을 그 집에서 하려다가
한번도 가본적이 없어 장소를 변경했었는데 처남이
그때 그 기억이 난다며 그 무한 리필 고깃집에 가면
어떻겠냐고 하여 한번 가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 갔다.
분위기야 어차피 산골이니 그렇다손 치고 고기맛이
좋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식구들이
모두들 고기맛이 좋다고 하여 리필에 리필 다시 몇 번
더 시켜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촌부는 정말 오랜만에
외식을 하며 소주도 한병을 마실 수 있어 더 좋았다.
산골은 집을 나서면 자동차 운전이 필수라서 외식을
하며 술을 마실 수 없다. 정히 마시고 싶으면 집에서
아내가 챙겨주는 야식을 먹을 때 반주 삼아 석잔 정도
마시는 것인데 어제 저녁처럼 운전을 하지 않으니까
술맛이 더 좋은 것 같았다. 이런 기회는 그리 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이런이런... 조카 녀석에게 고맙다는
말도 하지 못했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무한 리필로 장사하면
과연 남는 것이 있을까?'라고... 하기사 밑지고 장사를
하진 않겠지만 고기 리필을 두어 번은 아무 생각없이
했으나 세 번째 시킬 때부터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맛이 없다면 몰라도 맛이 좋으니 리필을 몇 번 시키긴
했으나 괜시리 마음 한켠에는 이래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하긴 이렇게 팔고도 남는 것이
있으니까 무한 리필이라는 전략으로 장사를 하겠지?
젊은 조카는 몰라도 나머지 식구들은 모두 대식가가
아니라서 TV에서 보는 그런 엄청난 먹방 손님들 처럼
많이 먹지는 않았으니 고깃집 사장님의 리필 전략은
맞아 떨어졌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