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혼나도 싸다 싸!
6월 14일, 음력 오월 열이튿날
요즘은 유난히 아침, 저녁과 한낮의 기온차가 너무나
심하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아침으로는 거의 매일
안개가 자욱하다. 더불어 이슬도 많이 내리는 것 같다.
아침마다 단지를 돌며 이것저것을 살펴보고 있고, 또
밭에 나가 심어놓은 채소를 보살피는 것이 하루일과
시작이다. 방울토마토 곁순도 따주고, 오이 넝쿨손이
잘 뻗어 매어준 유인줄을 잘 감을 수 있게도 해준다.
상추 겉잎(진잎)도 따주고, 수박, 참외, 호박이 제대로
넝쿨을 뻗어가게 유도해주며, 곁가지와 곁잎 제거후
첫 번째 고추끈을 묶어준 고추는 제대로 잘 자라는지
살피는 것도 잊지않는다. 씨앗을 넣고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세 종류(완두콩, 메주콩, 쥐눈이콩) 콩 새싹이
잘 올라올 수 있게 구멍을 뚫어준 멀칭비닐을 일일이
조금씩 벌여놓는 것도 꽤나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다.
콩밭을 돌면서 살피다가 '아차!'했다. 지지대만 세워
놓고 아직까지도 유인줄을 묶어주지 않은 호랑이무늬
줄콩이 어느새 부쩍 자라서 머잖아 넝쿨손이 나올 것
같다. 유인줄 설치를 서둘러야겠는걸...
그동안 시나브로 텃밭농사에 필요한 시설물 설치는
줄콩 유인줄 매기만 남겨두고 거의 다 마무리를 했다.
밭일은 주로 아침이나 저녁무렵 시원할 때 주로 한다.
어제 이른 저녁무렵, 올해는 줄콩 유인줄을 어떻게
묶어볼까 망설이다가 스키폴대를 재활용하여 하려고
지난해 다른 용도로 쓴 다음에 보관해놓은 것을 꺼내
밭으로 가져왔으나 너무 길어서 지지대로 쓰기에는
불편할 듯했다. 궁리끝에 가느다란 알미늄 막데기를
찾았다. 이 또한 주워온 재활용인데 안성맞춤이었다.
아내와 함께 밭에 나가 텃밭농사 환상의 복식조 호흡
맞추기를 시작했다. 늘 하듯이 아내는 비닐끈이 담긴
배낭을 매고 밭고랑에 앞장 서서 나가면 촌부는 뒤를
따르며 아내가 매고 있는 배낭에서 거미줄 풀어놓는
듯한 비닐끈을 미리 이랑에 밖아놓은 지지대에 고정
시키는 일을 한다. 그렇게 한번을 갔다가 다시 돌아서
나오며 또 한 줄을 묶었다. 거의 마지막 부분에 왔을
즈음 그만 아내가 밭고랑에 자빠지며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일으켜 세우며 "다친데 없나? 괜찮아?"라며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그만 "뭔 딴 생각을 하느라
자빠지노?"라며 타박을 하고 말았다. 일어난 아내가
"이 인간이? 우째 말을 그리 해? 마누라 안다쳤냐고
물어보는 것이 순서지? 으이 씨~"라며 식식 거렸다.
아내가 맨 배낭이 밭고랑 끝무렵 부근 오이지지대에
걸리면서 중심을 잃고 자빠진 것이다. 하마터면 박아
놓은 지지대에 크게 다칠 뻔했다. 아직 더 해야 하는
일이지만 마무리는 다음 기회에 하자며 일을 마쳤다.
밭에서 나와 그제서야 걱정이 되어 아내에게 말했다.
"아까 넘어지면서 다친데 없나? 괜찮은가 봐라!"라고
했더니 바지를 걷어올리던 아내가 겸연쩍은 웃음을
웃으며 "무릎팍이 살짝 까졌네! 약 발라야겠다."라고
말하며 집으로 들어갔다. 뒷마무리를 하고 들어가니
이미 혼자서 약을 바른 후였다. 또 실수를 한 것이다.
바로 따라 들어와 약을 발라주었어야 했는데 말이다.
아내와 저녁에 야식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아들 이야기가 나왔다. 뜬금없이 아내가 하는 말이
"오늘 밭에서 있었던 일을 아들에게 일러주면 아마도
식식거리며 한 걸음에 달려올텐데 당신 어쩔라요?"
"뭘 그만한 일로 아들에게 까지 일러 바치노?"
"그만한 일이라니? 마누라가 넘어져 다쳤는데 어디
다친데 없나, 괜찮나 걱정은 고사하고 왜 넘어졌냐고
타박이나 하는데 혼나도 싸지 싸!"라고 말하는 아내,
그저 너무 미안하고 무안하여 할 말을 잃은 촌부는
"그래! 혼나도 싸다 싸!"라며 꽁지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