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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90604_8.jpg : 촌부의 단상-풀들과 한판 승부를...IMG_20190604_7.jpg : 촌부의 단상-풀들과 한판 승부를...IMG_20190604_6.jpg : 촌부의 단상-풀들과 한판 승부를...IMG_20190604_5.jpg : 촌부의 단상-풀들과 한판 승부를...IMG_20190604_4.jpg : 촌부의 단상-풀들과 한판 승부를...[촌부의 단상]
풀들과 한판 승부를...

6월 4일, 음력 오월 초이튿날
어제 예초기로 풀깎기 작업을 하느라 꽤 피곤했는가
보다. 늦잠을 자는 것이 드문 촌부인데 늦잠을 자고
말았다. 평상시보다 한 시간을 더 잤다. 해가 중천에
뜬 것 같다. 어제보다 늦은 시간이라서 그런지 아침
기온이 영상 9도, 한낮은 또 꽤나 더울 것 같다. 주간
날씨 예보를 보니 오는 금요일 반가운 비소식이 있다.
그래도 오늘 저녁무렵에는 밭에 물을 주긴 해야겠다.
어제 풀을 깎아놓은 것도 볼겸 밭작물과 아침 인사도
나누려고 한바퀴 돌고 들어왔다. 오늘은 모처럼 도시
바람을 쐴겸 원주에 좀 다녀올까 싶다.

본격적인 봄이 시작된지 한달이 지났다. 그런데 너무
봄가뭄이 심하다. 비가 좀 내렸으면 하는데 기다리는
비는 내리지 않아 은근히 걱정이 된다. 지난해 봄처럼
애를 먹이면 안되는데... 하지만 풀들은 가뭄에도 전혀
아랑곳없이 너무 얄밉고 속상할 정도 쑥쑥 잘 자란다.
너무 보기 싫고 남이 보면 민망할 정도로 단지 곳곳이
풀밭으로 변해 마치 사람이 살지않는 나간 집 모양이
되었다. 안되겠다 싶어서 며칠전 집부근 돌계단에서
아우들 집앞은 아내와 함께 호미를 들고 손으로 모두
뽑았다. 그러나 긴 중앙통로, 카페부근, 바베큐장 부근,
붓꽃길, 퇴비장 가는 길, 큰밭 길가, 펜션주변은 손으로
하기에는 무리다. 지나다니며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먹거리를 키우는 밭일이 가장
우선이라 볼상 사나웠지만 차일피일 미루었다. 

한낮은 여름을 방불케하는 무더위라서 예초기 작업을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래서 늦은 오후를 택했다.
지난해 늦가을 마른 꽃대를 자르고 연료통을 완전히
비워 보관해두었던 예초기를 꺼냈다. 플라스틱으로 된
연료 배합통에 휘발유와 윤활유를 넣어 배합을 하는데
통이 깨져서 연료가 새는 것이 아닌가? 배합하는 비율
눈금이 있어 다른 용기를 사용할 수 없고 시간이 늦어
철물점도 문닫을 시간이라 그냥 마스킹 테이프를 붙여
응급조치를 하여 연료 배합을 했다. 지지리 궁상이다.
그래도 더 이상 새지는 않았다. 예초기에 연료를 넣고
시동을 걸었더니 단 한번에 걸리는 것이 아닌가? 워낙
오래되어 늙은 놈(19년次)이라서 해마다 애를 먹이고
속을 썩인 것이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었는데 올해는
시원하고 경쾌하게 시동이 걸렸다. 이놈 회춘을 했나?
옆에 서있던 아내도 의아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웃었다.

예초기 시동도 단 한번에 걸렸으니 풀과의 싸움, 한판
승부를 겨루어 볼까? 중앙통로 오른쪽부터 시작하여
끝부분 촌부의 전용주차장, 장모님댁 앞, 뒤, 옆쪽의
무성한 풀을 밀고나니 벌써부터 어깨가 아프고 손목이
뻐근하며 잔돌이 튀어 다리가 따끔따끔했으며 그새
온몸은 땀과 먼지와 풀잎이 튀어 몰골이 말이 아니다.
먼발치에서 시원한 물을 들고 서있던 아내가 쉬었다가
하라며 손짓을 하여 하던 일을 멈췄다. 물맛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잠시 목을 축이고 다시 예초기를 짊어
지고 중앙통로를 내려오며 반대쪽을 밀었다. 정원의
잔디밭은 아무래도 다 못할 것 같아 남기고 사잇길에
난 풀만 깎았다. 식구들이 많고 펜션 영업을 할 때에는
통행량이 많아 길에는 풀이 자랄 틈이 없었지만 이제
식구들도 적고 펜션 영업을 접어 손님도 없어 통행이
뜸해 오솔길은 온통 풀밭으로 변해버렸다. 작업 시작
세 시간이 다 되어서야 풀깎는 일을 멈췄다. 이미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  땅거미가 지고 있으니 일을 더 할 수
없다. 때마침 연료 소모가 다 되어서 예초기도 멈췄다.
올해 첫 풀과의 한판 승부는 이래저래 예초기 도움이
컸다. 순조로운 출발이라고나 할까?

집에 올라와 땀과 흙먼지로 범벅이 된 몰골이라 씻고
나왔더니 그새 아내가 야식 먹을 시간이라며 불렀다.
"뭘 했을까? 특별식인가?" 궁금해 하며 내려갔더니
비빔국수를 비벼놓을 것이 아닌가? 며칠전 아내에게
상추 자라면 상추 썰어넣고 비빔국수 한번 해먹자고
했더니 그 말이 생각나서 아직은 덜 자랐지만 밭에서
상추 몇 잎을 따다가 준비를 했단다. 그 뿐만이 아니고
비빔국수를 상추에 싸서 먹으면 어떨까 하고 별도로
상추를 더 준비했다며 한번 싸서 먹어보라고 하였다. 
비빔국수를 상추에 싸서 먹는 것은 듣느니 처음이지만
아내가 시키는대로 싸서 먹어보니 평범한 비빔국수가
특별식이 된 느낌과 식감이라서 너무 좋은 것이었다.
풀과의 싸움을 시작한 날이 상추를 첫 수확하는 날이
되었고, 그 상추로 인하여 평범한 야식이 아주 특별한
야식이 되어 즐겁고 맛있게 먹었더니 풀깎느라 많이
힘들었던 피로가 말끔히 풀리는 듯했다.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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