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정월 대보름날에 폭설이...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하루종일 하염없이 쏟아졌다.
마치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지나간 겨우내
눈이 내리지 않아서
겨울 가뭄까지 들더니만
못다 내려준 눈이라고 몽땅 쏟아놓는 듯...
이렇게 눈이 내리는 날에는
손발 꽁꽁 묶인 것이라 생각하고
창밖에 보이는 멋진 설경을 감상하였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말처럼...
점심 때가 지나고
시간은 오후로 접어들었지만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낮잠을 청했다. 에라, 모르겠다 하며...
얼마나 잤을까?
늘어지게 한 잠을 자고 났지만
바깥에는 아직도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함박눈이 펑펑...
하매나 하매나
눈이 그치기를 기다리며
현관문 들락거리기를 몇 번이나 했던가?
드디어 오후 2시 반쯤 눈이 그쳤다.
아내가 눈치우러 가자고 하여
넉가래 하나씩을 둘러메고 나갔다.
쌓인 눈을 넉가래로 밀어 보았으나
축축한 습설이라서 제대로 밀리지 않았다.
얼마나 힘이 드는지
이내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아내도 힘에 부치는 듯 숨소리가 거칠다.
중앙통로는 그런대로 깔끔하게 밀었다.
이렇게 힘드는데
저 아랫쪽 진입로는 어쩐다?
이 넓은 주차장은 어이할꺼나?
한번에 밀려나가지 않으니 어쩔꺼나?
어차피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힘들어도 힘을 내며 밀고 또 밀고 밀었다.
아내는 왼쪽으로, 촌부는 오른쪽으로
조금 밀고가다 이리저리 위치를 바꿔가며...
모든 일은 끝이 있는 법,
환상의 호흡조가 힘을 합쳐서
아랫쪽 진입로는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언제 눈이 내렸냐는 듯...
아내가 말했다.
"당신 아니었으면 어이했을까? 고생했수!"
이렇게 대답을 했다.
"이 사람아! 하늘에 부탁했지, 오늘 내려달라고..."
내려간 김에
아랫쪽에 세워둔 자동차에 쌓인 눈도 치우고
맥이 빠진 모습으로 터벅터벅 걸어서 올라왔는데
아뿔싸! 넓은 주차장에 가득 쌓인 눈이 기다리고 있다.
힘들어도 마무리를 해야겠기에
넉가래를 들이대고 밀어부쳤는데
이런이런... 넉가래가 뚝 부러지고 말았다.
그 정도로 축축한 눈이라서 무척 힘들었다.
그렇게 아내와 제설작업을 마치고 나니
저녁무렵이 다 된 오후 5시 반, 세 시간이 지났다.
땀에 흠뻑 젖은 산골 부부의 후줄근한 모습을
누가 봤다면 마치 비맞은 생쥐라고 했을 듯...
체력이 완전 고갈된 상태로
집에 들어와 씻고 저녁밥을 먹으려다 창밖을 보니
이게 뭔가? 또다시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아내가 "눈 좀 그만 내리라고 해봐? 하늘에..."라고...
이렇게
정월 대보름날의 폭설로 인하여
산골 부부는 엄청 힘든 하루였으며
결국 슈퍼문이라는 정월 대보름 둥근달은 못봤다.
그런데
자고나니 밤새 또 눈이 내려
땅바닥을 살짝 덮었고 온세상은 하얀 세상이다.
영하 4도의 기온에 얼어붙은 듯... 에고~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