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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81118_3.jpg : 촌부의 단상-태양초 고춧가루 색깔 참 곱네![촌부의 단상]
태양초 고춧가루 색깔 참 곱네!

드디어 아내가 큰 일 하나 끝냈다. 우리 밭에서 기른
붉은 고추를 따서 아내가 갖은 정성과 수고를 아끼지
않고 고생해 완전 태양초로 말린 고춧가루를 빻았다.
색깔이 참 곱다. 읍내 방앗간 주인 아주머니가 그랬다.
"어이 말렸기에 고춧가루 색깔이 이리 곱고 좋아요?"
아내는 "햇볕의 힘을 빌려 완전 태양초로 말렸지요."
"올해같은 날씨에는 태양초로 말리기 쉽잖았을텐데"
"엄청 고생했지요. 기르느라 고생, 말리느라 고생..."
"고추를 잘 말려서 고춧가루 때깔이 너무 고와요."
흐믓한 미소 지으며 방앗간 주인 아주머니께 인사를
하고 나온 아내의 모습은 마치 개선장군처럼 어깨가
으쓱한 듯했다. 바라보는 촌부도 함께 웃었다.

집에 와서 빻아온 고춧가루를 식히느라 펼쳐놓으면서
하는 말, "이걸 만드느라 그렇게 고생을 했었네!"라며
아쉬움이 가득한 눈치가 엿보였다. 고추모종을 밭에
심던 봄부터 아내의 각오는 다부졌다. 기필코 올해는
우리가 기른 고추를 태양초로 말려 고춧가루를 빻아
고추장도 담그고 김장도 할 것이라고 했었다. 첫 술에
배부를리는 없겠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그동안 해마다
붉은 고추를 사다가 빻아 먹었지만 올해부터는 손수
기른 고추로 자급자족을 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기쁘고
보람찬 일인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고추가 한창 자랄 무렵 칼슘부족으로 성장이 늦었고
여름날 워낙 더워서 고생을 했었다. 그래서인지 아주
많은 고추를 따서 버려야 했고 설상가상 붉게 잘 익은
고추도 말리는 과정에서 꽤나 많이 상했다. 아내의 그
모진 집념으로 들락날락을 반복하며 다 말리긴 했다.
정작 다 말려놓고 보니 또다시 큰 고생을 해야만 했다.
꼭지를 따고 반을 갈라보니 겉은 말라도 속에 곰팡이
핀 자국이 난 것이 꽤 많았다. 깔끔한 성격의 아내가
그냥 있을 수가 있겠는가? 꼬박 닷새를 햇볕 잘 드는
카페 통창가에 앉아 가위를 들고서 고추 하나하나를
가위로 곰팡이 난 부분이나 상한 부분을 잘라내느라
눈물, 콧물 마다않고 고생을 했다. 그렇게 고생하며
정리한 고추를 분리해놓고 보니 성한 고추보다 상한
고추가 더 많았다. 아내가 눈물, 콧물 짜며 고생하여
분류하고 정리하여 잘라놓은 상한 고추를 퇴비장에
버려달라고 하여 버리기 전에 비교를 해봤더니 대충
눈대중으로 봐도 상한 고추가 더 많았다. 그 고추까지
잘 말라서 고춧가루로 빻았다고 하면 지금 빻아놓은
고춧가루의 배는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고 했으니
내년부터는 올해의 실패를 교훈삼아 고추농사에 조금
더 심혈을 기우려 아내의 수고도 덜어주고 아내에게
기쁨을 안겨줄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그동안 붉은 고추를 손질하느라 수고와 고생을 마다
한 아내의 노고에 감사함이라 "수고했네!"라며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이렇게 완전 태양초로 말린 몇 근의
고춧가루에 좋아하고 놓친 고추에 아쉬워 하는 것이
산골살이 매운 묘미일까, 아님 때깔 고운 재미일까?
Atachment
첨부 '1'
  • sims 2018.11.19 08:28
    사진만 봐도 태양초네
    귀하디 귀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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