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김장 모드 돌입
며칠 집을 비웠던 아내가 집에 오자마자 그새 바빠진
모습이다. 얼마전 밭에서 시답잖은 무우를 뽑아 조금
실한 무우청은 시래기로 말려두었고 나머지는 무우청
김치를 담근다고 쪽파와 함께 현관에 그냥 들여놓고
영주 막내네에 갔었다. 영주에서 3박 4일 있는 동안
시들거나 마르지 않았을까 싶어서 노심초사를 하더니
다행히 괜찮단다. 아침은 영하의 기온에 서리가 내려
꽤 차갑더니 햇살이 퍼지며 기온이 올라가 양지바른
곳에 앉아 무우청과 쪽파를 다듬는데 햇볕이 등짝에
비쳐 아주 따스해 좋았단다. 올해는 가을채소 농사를
망쳐 배추는 마을 아우네에서, 무우를 비롯한 나머지
부재료는 읍내 단골 채소가게에 전화로 부탁을 했다.
요즘은 그 옛날처럼 김장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아내는 늘 신경을 곤두세우는 겨울채비 중 큰 일이다.
둘이 먹어봐야 얼마나 먹을까마는 그래도 긴 겨울을
나려면 김치만한 것이 없고 가장 으뜸 반찬이 김치다.
아내는 김치 냉장고에 김치통이 그득 해야만 마음이
놓인다나 뭐라나? 아내는 오래전부터 김치 욕심 많은
사람이라서 우리 먹을 양보다 더 많이 담그는 버릇이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집 김장 김치는 다음해 김장을
할 무렵까지, 그 이후까지도 묵은지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두어 해 전부터는 나이듦인지 아님 힘이 드는
것인지 양을 줄여 올해는 얼마전 묵은지가 떨어졌다.
해마다 묵은지로 등갈비찜을 하거나 부침개를 부쳐서
먹거나 포기에 묻은 양념을 씻어내고 양념 간장으로
묵은지 쌈을 즐기곤 했는데 올해는 그 맛을 못 즐겼다.
아내는 20포기만 할까 하다가 포기가 작다고 했더니
30포기를 해야겠다고 하여 마을 아우에게 30포기를
부탁해 놓았는데 그 정도라면 충분하려나 모르겠다.
내일 오후쯤 마을에 내려가 자동차에 싣고 와야겠다.
저녁무렵 아내와 함께 읍내 채소 가게에 가서 김장에
필요한 무우, 갓, 미나리, 대파를 조금 사가지고 왔다.
집에 오자마자 무우청을 잘라놓았다. 무우는 김장에
써야하고 무우청은 아주 실하여 시래기로 말려야겠다.
오늘 배추 30포기를 들여오면 김장 준비는 끝이 난다.
우리밭에서 기른 무우는 워낙 작아서 마땅히 쓸만한
데가 없다고 하더니 조금 덜 자라 연한 무우청과 함께
김치를 담가보겠다고 하였다. 무우가 거의 총각무우
수준이라 반으로 쪼개고 실한 것은 시래기로 말리고
나머지는 잘 손질하였더니 그럴듯한 김치의 재료가
되었다. 함께 버무려 김치를 담갔더니 맛김치가 되어
좋은 찬거리가 된 것이다. 촌부더러 버무려 보라기에
올해의 김장 담그기 시작은 촌부가 하게 된 샘이다.
아내의 지시에 따라 하라는 대로 김치를 버무리기는
했지만... 둘이서 양념을 넣고 버무리고 간을 보면서
담은 김치라서 더 맛이 있지 않을까 싶다. 산골 부부의
김장 담그기는 이렇게 시작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