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추억이 묻어나는 군것질 거리 고구마
아내가 고구마를 난롯불에 구웠다. 맛있는 군고구마...
쌀쌀한 바람이 불어 차가운 요즘 같은 날에는 이만한
군것질 거리가 또 있을까 싶다. 맛도 맛이지만 어릴 적
기억이 되살아나는 먹거리이다. 우리들 어린 시절에는
고구마가 겨우내 군것질 거리를 넘어서 거의 주식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소중하였다. 그땐
집집마다 방 한 쪽에다 대나무로 만든 발을 세워놓고
거기에 고구마를 보관했다. 그때는 하필이면 왜 방에
고구마를 보관하는 것일까 궁금했지만 어른들이 하는
일이라서 그러려니 했다. 언젠가 어느 해 어머님께서
고향 남해 외가에서 고구마가 왔다시며 보내주시면서
"큰 아야! 고메(고구마 - 고향 사투리)는 차가분디나,
너무 뜨거분디다 놔두모 금방 상해삔께 신문지 싸갖고
집안에 보관을 해야한데이! 고메는 사람 사는 온도와
같은디 보관해야 하는 기라!"라고 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 알아보니 고구마를 보관하는 최적의 온도는 영상
12~13℃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겨울날 생활하기가
좋은 최적의 실내 기온이 18~20도라고 하니 그 보다
조금 낮은 곳에 보관을 하면 오랫동안 두고 먹을 수가
있는 것을 알았다. 그 옛날 어릴 적에 고향에서 고구마
보관을 왜 방안에다 했는지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어릴 적 고향 남해에서는 가을철 고구마를 캐면 저장
방법이 몇 가지 있었다. 주로 생고구마를 방안에 보관
하였고, 그 다음은 고구마를 넙적하게 잘라 말리는데
이것을 "뺏데기"라고 하였으며, 또한 자잘한 고구마를
삶아 말린 것을 "삶은 뺏데기"라고 했다. 기억하기로
넙적하게 잘라 말린 뺏데기는 수매를 하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가끔 겨울날에는 뺏데기와 삶은 뺏데기가
점심 식재료가 되었다. 요즘에 별미 음식이 된 바로 그
뺏데기 죽이다. 자세한 것은 기억이 안나지만 뺏데기
두 종류와 강낭콩을 넣고 푹 끓여 먹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요즘처럼 설탕이 흔하지 않은 시절이라서 아마
사카린이라는 것을 넣고 끓여서 달콤해던 것 같은데...
몇 해 전 그 맛이 그리워 끓여 봤는데 그 맛이 안나서
그냥 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나저나 이곳 산골에서는
멧돼지 때문에 고구마를 기를 수 없어서 장에서 사다
먹게 된다. 아내도 촌부도 고구마를 좋아 하는데...
우리가 집안에서 난롯불에 군고구마 구워 먹는 것은
산골살이의 쏠쏠한 재미라고 할 수 있다. 난로에서 갓
구워 꽤 뜨거운 군고구마를 꺼내 껍질을 벗기면 노란
속살이 드러나 아주 먹음직스럽다. 아내 하나, 촌부도
하나... 뜨거운 군고구마를 호호 불며 먹는 맛은 요즘
시중에 넘쳐나는 그 어떤 간식 거리보다 좋은 것 같다.
겨울날 밤에 먹는 달콤한 군고구마에는 김치를 곁들여
먹으면 좋기도 하다. 그 뿐만 아니라 군고구마와 아주
잘 어울리는 음료가 있다. 영주 막내 처제네에서 만든
100% 사과 과즙이다. 그냥 마셔도 좋지만 군고구마
먹은 후에 사과즙으로 마무리 했더니 아주 그만이다.
이렇게 산골 부부의 기나긴 겨울나기는 군고구마와
함께 시작되었다.
오늘은 정말 간만에 서울 나들이를 갈 예정인데 당초
계획대로 되지않아서 좀 그렇다. 모처럼 아내와 함께
부부동반 고교 동창 모임에 가려고 신청을 했었는데
어쩔 수없이 혼자 가야 한다. 연로하신 장모님을 혼자
계시게 하고 우리끼리 갈 수 없어 아내는 남기로 했다.
막내네가 온다고 하여 마음 놓고 가겠구나 싶었는데
갑작스레 바쁜 일이 생겨 못온다고 하니 어쩔 도리가
없다. 지난번 계획했던 가을 여행도 이런저런 일들로
인하여 차질이 생겨 못갔었기에 이번에는 큰 맘 먹고
잠시나마 집을 떠나 도시 바람도 쐴 겸 함께 다녀오려
했는데 또 불발이다. 아내와 함께 멀리 모임에 나가는
것이 참 힘들다. 무리를 할 수도, 절대 그렇게 해서도
안되는 것이니까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