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낭만이냐, 편리냐?
낙엽송 잎파리가 떨어져 노랗게 된 진입로를 쓸었다.
빗자루를 들고 넓은 길에 쌓인 낙엽송 잎파리를 쓸다
보니 겨울날에 눈을 치우는 느낌이다. 다가올 겨울을
대비한 예행 연습이라고 할까? 가늘고 짧은 낙엽송의
잎파리는 잔뜩 쌓인 눈을 치우는 것 보다도 오히려 더
힘들었다. 우리만 다닌다면 그냥 두어도 상관 없지만
방문객과 택배나 청소차, 우편 집배원의 오토바이가
올라오려면 치우는 것이 맞는 것이라서 쓸어버렸다.
매일 오르내리며 보는 재미는 있었다. 가끔씩 그 길을
걷다보면 발끝으로 느낌는 푹신함이 좋기는 하였지만
그냥 그대로 둘 수 없는 것이라 망설이고 생각하다가
안되겠다 싶어 모두 쓸어버렸다. 아마 한 보름 동안은
노란 길을 걷기도 하고 자동차로 지나다녔다. 도시와
달리 산골이라서 그냥 두어도 낭만적이기는 할테지만
낭만보다는 살아감에 필요한 편리성이 먼저가 아닌가
싶다. 불보듯 뻔한 위험을 낭만과 바꿀 순 없잖은가?
이제 산골은 가장 마지막에 떨어진 낙엽송 잎파리를
끝으로 가을의 흔적은 다 사라졌다.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드는 것이다. 진입로를 치웠으니 다음은 지붕 위,
그리고 물받이에 쌓인 낙엽송 잎파리를 치워야겠다.
어느 해인가 그냥 두었더니 낙엽송 잎파리가 지붕에
군데군데 있었고 물받이 홈통에 가득 쌓여 눈이 내려
함께 얼어붙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아무데나
눈이 녹은 물이 줄줄 흘러내려 얼어붙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또 한군데 카페밑 커플룸 넓은 주차장에 쌓인
낙엽송 잎파리를 치워야 한다. 이곳은 낙엽송에 둘러
쌓여있는 곳이라서 가장 많이 떨어져 쌓이는 곳이다.
해마다 아내와 함께 치우느라 애를 먹는 곳인데 언제
날을 잡아 마저 치워야겠다. 추위가 몰려 오기전에...
놔두면 썩어 퇴적이 되어 더 치우기가 힘들게 된다.
이 또한 낙엽송 잎파리를 치워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낙엽송 잎파리를 쓸다보니 옛 생각이 떠오른다. 이곳
산골에 이사를 왔던 그 해였던가 그 이듬해였는가는
잘 모르겠다. 밭에 김장용 배추를 심었는데 집을 짓고
조경을 하느라 지금처럼 텃밭농사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못해서 배추농사가 엉망이었다. 뒤늦게 김장을
하려고 보니 배추 꼬라지가 마치 동초처럼 쩍 벌어진
잎이 노란 고갱이는 커녕 전부 다 녹색이었다. 그래도
김장은 해야겠기에 뽑아서 손질하여 절이고 배추를
씻는데 낙엽송 잎파리가 배춧잎 사이사이 잔뜩 끼어
있어 아내가 애를 먹었다. 그 뿐인가? 김장을 해놓고
보니 시퍼런 잎파리 뿐이라 김치맛도 별로였다. 오죽
하면 아내가 시퍼런 낙엽송 김치를 먹기가 겁난다고
했을까? 그렇게 씻고 또 씻어 김치를 담갔는데 꺼내
먹다보면 그래도 낙엽송 잎파리가 나올 정도였으니까.
그해 아내는 "노란 고갱이가 있는 김치가 그립네!"란
말을 겨우내 입에 달고 살아던 기억이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