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단상]아침 느낌, 저녁 느낌...
이른 아침,
아직은 동이 트기전이라 어두컴컴하지만
촌부는 습관처럼 잠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20대부터 지금껏 거의 같은 기상 시간이다.
아랫층 주방으로 내려가
냉수 한컵을 씹어먹듯 들이키고 나서
아내가 준비해놓은 영양보조제 두어스픈을 먹고
바깥에 나가 맑은 공기 마시며 맨손체조를 한다.
아직은 영하의 아침이지만
한겨울처럼 추운 느낌은 보다는
차갑지만 상쾌하여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라
달밤에 체조하듯 혼자 앞뜨락에서 띰박질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창문으로 보이는 바깥이 훤해질 무렵
다시 밖에 나가 동녘 먼산위에 떠오르는
밝고 붉게 물드는 찬란한 아침해를 마중한다.
또 오늘이라는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어떻게 비우고 어떻게 채울까?
채우려는 생각보다 비우려는 마음이어야
오늘 하루가 편안하고 보람이 있을텐데...
이른 저녁,
해가 서산으로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향한다.
지친 몸과 마음일지라도 발걸음은 가볍다.
터벅터벅 걷는 촌부의 발걸음 소리가 좋다.
고요하고 적막이 감도는 길을 따라 걸으며
이런저런 하루의 일들을 머리에 떠올려본다.
"오늘 하루를 과연 어떻게 잘 지냈을까?" 하고...
서녘 하늘을 바라보는 촌부의 눈이 즐겁다.
노을진 석양은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듯하다.
곱게 물든 붉그레한 하늘색이 좋아서 그렇고
땅거미가 내려앉는 고요한 모습이 좋아서...
저만치 언덕위의 하얀집에는 불빛이 보이고
난롯불 지핀 연통에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난다.
내가 쉴 작은 공간이고 내가 사는 아늑한 곳이다.
아무도 없는데 혼자 중얼거리며 집으로 향한다.
"아내가 밥상을 차려놓고 기다릴테지!"
"오늘 하루를 비웠더냐? 채웠더냐?"
"뭐 사는 것이 별 것이더냐? 이러고 사는 거지!"
혼자 묻고, 혼자 대답하다보니 현관앞이다.
아침에 시작하여
점심을 지나고
저녁을 맞이하니
이렇게 촌부의 하루가 또 지나간다.
오늘은 짧은 달 2월 마지막 날이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조금 아쉽고 허전한 느낌이 드는 촌부...
내일이면 3월이 되는데 산골은 아직 영하 10도의
아침 기온이다. 예보에는 낮부터 기온이 올라가고
내일 저녁부터 모레 오전까지 비나 눈이 내릴 것
이란다. 눈이 내린다고 하여도 지금부터는 그다지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비가 내려 길바닥이 얼까봐
그것이 조금 염려가 된다.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아직은 영하로 떨어지는 산골이라서 눈보다도 더
비가 내리는 것이 위험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리
걱정할 필요까지 없는데 점점 겁쟁이 촌부가 되어
가는 것은 나이듦에서 오는 현상인가?
아침 점심 저녁
나이 한살이 한 세기를 당기는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