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겨울날 아내의 소일거리...
어제보다는 아침 기온이 더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오늘 아침도 여전히 춥다. 이른 아침 기온이 영하
13도, 낮부터 평년기온을 회복할 것이라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다. 겨울은 언제나 강추위 때문이라
그런지 기상예보에 신경이 쓰이는 습관이 생겼다.
하지만 신경을 쓴다고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을까
마는 산골살이를 하다보면 어쩔 수가 없는 습관이
아닐까 싶다. 추우면 추운대로 눈오면 눈이 오는
대로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고 적응해야함인데...
어느새 12월도 중순으로 접어들었다. 음력으로는
동짓달 열나흘, 그래서 어젯밤 우연히 바깥을 내다
보니 보름달에 가까운 달이 훤하게 떠있었고 눈이
쌓인 대지를 밝혀주고 있었구나 싶다. 그러고보니
내일모레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녀석의 생일이네.
멀리 있으니 함께 밥한끼 먹는 것도 쉽지가 않다.
그래서 모처럼 아내와함께 아들녀석에게 올라가
밥이나 사주고 오려고 했더니 12월은 너무 많이
바빠서 시간을 제대로 낼 수 없단다. 열심히 일을
하는 녀석이 고맙고 대견스럽지만 직업상 자기의
시간을 마음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안스럽다.
요즘 젊은이들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기는 하지만
맡은 바 일에 성실하게 적극적으로 임하는 녀석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다만 한가지 걱정은 결혼해야
할 나이가 지났음에도 아직 혼자서 있는 것이 영
마음이 쓰인다. 새해에는 좋은 소식이 있으려나?
요즘같이 추운 겨울이 오면 아내가 집안에서 하는
일이 있다. 가을날 촌부가 열심히 산에 올라가서
주워온 잣을 도구를 들고 한알한알 까는 일이다.
아주 다량이면 잣공장에 부탁을 하겠지만 소량은
잣공장에서 까주지를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집에서
까야하는 것이다. 잣을 먹기까지는 참으로 많은
손이 간다. 산에서 주워 오려면 잣나무숲 풀섶을
뒤지고 다니며 줍고, 그 다음엔 송진이 잔뜩 묻은
잣송이를 말려서 껍데기를 까서 털어내면 껍질이
딱딱한 잣알갱이가 나온다. 그 잣알갱이를 일일이
하나하나 잣까는 도구로 까야만 한다. 그뿐인가?
마지막 버니를 벗겨야만 그제서야 우리가 먹을 수
있는 하얀 백잣이 되는 것이다. 아마도 잣이 비싼
이유가 바로 이런 것에서 기인한 것 아닌가 싶다.
촌부네야 높은 잣나무에서 잣을 따는 위험과 수고
없이 그저 청설모를 비롯한 야생동물의 힘을 빌려
이렇게 잣을 먹게 되는 것이라서 자연의 선물이라
여기며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으면 되는 것...
그나저나 아내가 잣알갱이를 까는 일은 보기에는
쉬운 듯하지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자그마한
잣알갱이를 하나하나 손으로 쥐고 도구를 이용해
까려면 지루하기도 할뿐더러 손도 손목도 그리고
눈도 아플텐데... 그래도 그 힘듬도 잊고서 열심히
난롯불앞에서 잣을 까는 모습이 얼마나 진지한지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식재료나 견과류처럼
보관하는 것이 아니고 아내는 잣을 아주 고이 잘
모셔두는 그 이상으로 신경을 쓰며 보관을 한다.
마나님! 오늘 잣죽이나 좀 쑤어 먹으면 안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