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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멋진 리스, 번거로운 잣송이 작업 시작


2025년 11월 21일 금요일

음력 乙巳年 시월 초이튿날


날씨는 꽤 쌀쌀하고 시간은 쏜살같이 참 잘도 간다.

어느새 11월도 하순에 접어들었다. 세월의 흐름을

빠르다고 느낀 것이 언제부터 였던가? 70줄이라서

점점 나이 듦과 세월 흐름이 같이 가는 정비례인가?

이 촌부만의 느낌은 아니겠지?


기온은 어제보다 조금 올라 영하 7도에 머물고 있다.

그래도 하얗게 내리는 서리는 아침의 단골 손님이다.

어젠 종일 찬바람이 그렇게도 불어대더니 너무 심해

지쳤는지 오늘 아침에는 잠잠하고 온화하여 그나마

다행이다. 뿐만아니라 장기예보에 한동안 큰 추위는

없을 것 같다는 소식도 반갑다.


아내는 11월도 하순이고 머잖아 열흘 후면 12월이

다가오니 인테리어 겸해 집안 분위기를 바꿔본다며

지난해 쓰던 재료를 꺼내 리스(wreath)를 꾸몄다.

거실 출입문, 현관문에 리스 하나 장식했을 뿐인데

송년 분위기가 물씬 나는 것 같아 좋다. 크리스찬도

아니면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는 것은 좀 그런가?

축복과 축하의 의미가 담겼으니 아무 상관없을 듯...


지난 가을에 주워다 놓은 잣송이 껍질이 잘 말랐다.

솔직히 말하면 마르라고 둔 것이 아니고 다른 일에

밀려 뒷전이었던 것이다. 바람이 통하는 플라스틱

박스에 담아놓아 송진이 잔뜩이던 껍질이 공기가

통해 저절로 잘 마른 것이다. 산에서 주워올 당시는

찐득찐득한 송진이 잔뜩 묻어있어 겉껍질을 까는

것이 쉽잖아 마른 다음에 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대량의 잣을 손질하는 잣공장에서는 일련의 모든

공정이 자동화로 하겠지만 집에서 하는 잣손질은

그야말로 원시적이다. 모든 과정이 손이나 도구를

사용하니까 말이다. 공장이든 가정이든 손이 많이

가는 것이 잣가공이라서 잣이 비싼 이유일 것이다.


아내를 학교에 데려주고 집에 와서 잣송이 박스를

꺼내놓고 본격적인 잣껍질 손질작업을 시작했다.

잣손질 첫 번째 작업, 잣송이에서 송진 마른 껍질을

벗겨 피(皮)잣을 분리하는 것이다. 겹겹이 붙어있는

껍질을 하나씩 일일이 벗기면 그 하나의 껍질속에

딱딱한 껍질로 쌓인 피(皮)잣이 거의 대부분 2개씩

들어있다. 그것을 일일이 꺼내야 한다. 정상적으로

잘 여문 잣송이 하나에서 나오는 피(皮)잣은 거의

100~150여개 많게는 180여개가 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잣송이에서 분리하는 것도 꽤 번거롭지만

딱딱한 겉껍질을 까는 그 작업 또한 장난이 아니다.

도구를 사용하여 하나하나 일일이 까야만 하는 것,

지금껏 이 일은 꼼꼼한 아내가 해왔다. 기나긴 겨울,

둘이서 시나브로 하게 될 것이다. 


잣송이에서 피(皮)잣 분리하는 1차 작업이 급선무,

그런데 영 진도가 잘 안나간다. 올해는 가을에 비가

너무 자주, 많이 내려 잣송이는 물론 피잣의 상태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곰팡이가 핀 것도 많으며

일부는 썩은 것도 있어 작업이 번거롭고 불편하기 

때문에 진도가 팍팍 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다지 일하는 재미가 없다. 신나게 했었던

지난날과는 영 다르니 말이다. 산골부부는 농작물

나눔은 아낌없이 하지만 잣 만큼은 나눔하는 것을

농산물 만큼 아낌없이 하지못하고 주저하는 이유가

바로 잣손질 어려움 때문이다. 어찌되었거나 빨리

해치워야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야 하니까 더 추워

지기전에 게으름 피우지 말고 박차를 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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