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낙엽을 긁어 밭고랑으로...
2025년 11월 17일 월요일
음력 乙巳年 구월 스무여드렛날
땅바닥이 젖어있다.
간밤에 비가 살짝 내린 듯하다.
어젯밤 예보엔 비가 조금 내린 후 꽤 거센 바람이
불어 추워질 것이라고 했다. 한밤중에 비가 내리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분명 바닥이 얼어붙을 것
같았다. 소위 말하는 도로에 살얼음이 어는 현상인
블록아이스현상이 생길 것 같았다. 겁이 덜컥 났다.
이른 아침 해가 뜨기전 7시에 집을 나서야 하는데
자동차가 못내려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부랴부랴
밤중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를 아랫쪽의 고속도로
교각밑에 내려다놓고 걸어서 올라왔다. 무엇보다도
안전이 최우선이라 이런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시작인 겨울날 산골살이의 애환이기도 하다.
그런데 성급한 판단이었나 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두껑 보고 놀란다' 라는 옛
속담처럼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꽤나 거세게
바람은 불지만 기온은 생각보다 많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어제 아침 영하 5도 보다 훨씬 높은
영상 2도에 머무는 것이 아닌가? 땅바닥이 얼었나
했더니만 괜찮다. 지레 겁을 먹었던 촌부의 한밤중
해프닝이었다. 그래도 좋다. 매사 미리미리 안전을
위해 대비하는 것은 산골살이에서 좋은 습관이다.
아주 조금의 고생을 담보로 하는 것이긴 하지만...
일요일이었던 어제 촌부는 어떻게 지냈을까?
이른 아침 난롯불을 지폈다. 밖에서 보면 연통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른다. 펠렛은 장작에 비해
연기가 많이 나지않는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은
이곳 산골을 비롯한 시골에서나 보게 되는 정겨운
광경이 아닐까 싶다. 오래전 도시에서 전원생활을
꿈꾸던 시절, 난롯불 지펴 모락모락 연기 피어나는
그 정경을 동경했었다. 그 꿈을 이루었다고 할까?
온갖 난로를 다 경험한다. 카페에 있는 벽난로부터
시작하여 지난 10월까지 15년 가까이 화목난로를
이용했고 지금의 펠렛난로까지 두루 섭렵을 한다.
퇴보가 아닌 발전을 한 것이라서 다행이라 여긴다.
아침나절에 이제 제대로 씨앗이 여문 것 같은 산국
꽃대를 베어 여기저기 씨앗을 털어놓았다. 그런데
뒤늦게 노란꽃을 피운 녀석이 있어 그냥 놔두었다.
서리가 내리는 영하의 날씨에 제대로 씨앗을 맺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기는 하지만 도저히 자를
용기가 나질않았다. 꽃이 예쁘긴 하지만 오래 가진
못할 것 같다. 녀석의 운명이라 그냥 두고 보기로...
마당에서 플라스틱 갈고리로 그동안 잔뜩 쌓여있는
낙엽을 긁어서 모으고 있었다. 아내가 나오더니 또
한 말씀, "일요일에 뭐하노? 그마 좀 쉬어라 쉬어!"
라기에 "산골 촌부에게 일요일이 어딨노?" 하면서
하던 일을 계속했다. 그땐 이미 앞마당과 꽃밭에서
낙엽을 다 긁어서 두 무더기를 모아놓은 상태였다.
막 마대에 담으려고 하던 참이었다. 마대 주둥이를
벌려 낙엽을 집어넣는데 아내가 와서 도와주었다.
중얼중얼, 조잘조잘 하면서 사진을 찍어주곤 한다.
이렇게 긁어모은 낙엽은 밭에 가져다 밭고랑에다
뿌려놓는다. 좋은 거름이 되는 것이다. 마을 아우의
조언에 따라 꽤 오래전부터 이렇게 하고 있다. 모든
농작물의 부산물을 한동안 퇴비장으로 옮겨 몇 해
썩은 다음 밭으로 옮기곤 했다. 언젠가 마을 아우가
왜 그 고생을 하느냐며 가을걷이 끝나면 그냥 밭에
두라고 했다. 오히려 낙엽을 긁어다 밭고랑에 잔뜩
채워놓으라고 했다. 그래서 몇 해 째 그렇게 해온다.
25년次이지만 어쭙잖은 만년 신참 농부라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