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귀촌한 두 집이 뭉치다!
2025년 4월 27일 일요일
음력 乙巳年 삼월 그믐날
사나흘만에 아침 기온이 회복되어 영상 3도였다.
연일 보이던 서리가 내리지는 않았지만 쌀쌀했다.
아직도 아침엔 차갑고 한낮에는 영상 19도까지
기온이 사정없이 치솟아 일교차가 꽤나 심하다.
서산으로 해가 넘어가는 저녁무렵에는 서늘함이
느껴진다. 조금 과장된 표현을 해보면 하루에도
두 계절이 공존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오늘은 오전에 아내와 함께 모처럼 외출을 했다.
인근 대화의 해물칼국수 맛집에서 함께 일하는
아우네 부부와 점심을 먹기로 한 것이다. 평소에
촌부는 물론 아내와도 친분을 쌓아온 부부이다.
우리도 그렇지만 이 부부도 서울에서 귀촌을 한
것이라 서로 같은 공감대를 형성 이따금씩 만나
소통을 하는 늘 고맙고 가까운 이웃이라고 할까?
대화전통시장 입구에 있는 안미칼국수는 평창에
사는 우리같은 주민은 물론이고 다른 고장에서
많이 오는 그런 집이다. 가성비가 좋기도 하지만
새우, 홍합, 바지락같은 해물이 과하다 싶을 만큼
듬뿍 들어있고 여러종류의 버섯과 채소까지 아주
푸짐해 거의 대부분 손님들이 먹고 남길 정도로
양을 많이 주기로 꽤 유명하다. 언젠가 왜 이렇게
양을 많이 주느냐고 물었더니 손님들이 푸짐하게
먹고 남아야지 모자라면 마음이 안좋아서 지금껏
그 철칙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고 했다. 또한 값이
너무 싼 것 아니냐고 했더니 이또한 웃으며 넘겨
감동적이었다. 오늘도 그랬다. 우리도, 아우네도
좋은 식성, 적은 양이 아닌데 결국 남기고 말았다.
식사후 아우네가 사는 집구경을 하기로 하여 따라
갔다. 산골이라고는 하지만 우리집은 양반이었다.
대화읍내에서 약 2.5km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내심 겨울철에 어떻게 다닐까 싶었고
걱정되기도 했다. 올라가보니 주변 풍광이 너무나
좋고 아담해 보이지만 쓸모가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처럼 야생화에 심취하여 취미가 같아 더욱 더
친근하고 대화가 통하는 그런 부부이다.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종류의 야생화, 많은 조경수로 집을
꾸민 것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손수 내린 커피를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 소통의 장은
이 산골에서 그리 쉽지는 않은 만남인 것이라서
소중함이라 여겨진다. 선물이라며 꼬야(산자두)
나무 한 그루와 큰꽃으아리 다섯 그루를 주었다.
모처럼 반갑고 기쁘고 즐겁고 보람된 만남을 가져
기분좋은 하루가 되었다.
오전 11시 집을 나섰는데 돌아오니 오후 4시였다.
오자마자 선물로 받은 꼬야나무와 꽃을 심었다.
그리고는 해바라기 씨앗을 파종했다. 그제 바우골
형수님께서 심어보라며 주신 해바리가 씨앗이다.
우리집과 목공실 사이 축대 밑쪽, 조팝나무 주변에
씨앗을 뿌렸다. 잘 발아되어 해바라기꽃이 핀다면
아주 볼만할 것 같다. 이제 겨우 씨앗을 뿌렸는데
벌써부터 노란 해바리기꽃을 보는 듯하다. 이런 걸
두고 우물에서 슝늉 찾는다고 했던가?
저녁밥상에 두릅이 올라왔다. 이서방이 첫 수확을
했다며 조금 가지고 왔단다. 올해는 꽤 많이 늦다.
확실히 이 산골의 두릅은 정말이지 맛이 참 좋다.
예전같으면 이맘때 가파르고 험한 산을 누비며
두릅 채취를 하느라 분주했었는데 몇 해 전부터
단지에 있는 두릅으로 만족한다. 그때는 꽤 많은
자연산 두릅을 채취해 형제들, 친구들, 지인들과
나눔을 했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험한 산을
오르는 것이 많이 버거워 나눔을 못하고 있다.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어쩔 수가 없다.
오전에 초등학교 은사님이자 죽마고우 부친이신
정상순 선생님께서 97세의 일기로 별세하셨다는
부고를 받았다. 비록 고향에서 졸업하지 못하고
서울로 전학을 했지만 선생님을 잊을 수 없었다.
사회에 나온 후 한동안 서신으로 안부를 전하곤
했었다. 그 뒤로 성의가 부족한 탓이라 풍문으로
근황을 전해 들었다. 제자로서 너무나 죄스럽다.
생전에 한번 찾아뵙고 사죄를 드렸어야 했는데
지금에 와서 뒤늦은 후회를 하는 무심한 제자다.
존경하는 선생님!
부디 좋은 곳에서 영면하십시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