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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산골의 봄은 참 빠르게 달린다! 


2025년 4월 23일 수요일 

음력 乙巳年 삼월 스무엿샛날 


4월도 어언 하순으로 내달린다. 뒤늦게 지각한 

산골의 봄도 덩달아 숨가쁘게 달음박질을 한다. 

그래도 요며칠은 아침으로 지붕을 하얗게 덮는 

서리가 내리지 않았다. 여느해 보다 봄이 늦었다. 

아침으로 서리가 보이지 않는다고 안심할 수는 

없는 것이다. 25년 간의 경험에 의하면 산골은  

5월 중순이 되어야만 찬서리가 멈추기 때문이다. 

오늘도 서리는 안내렸지만 아침은 영상 5도였다. 

낮엔 수은주가 수직상승 영상 22도, 저녁무렵은 

영상 16도였지만 밤으로 갈수록 사정없이 떨어 

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일교차가 엄청 심하다. 

그래서 농사는 감자, 옥수수 외는 5월 중순쯤에 

밭에 씨앗을 뿌리거나 모종을 내다심는 것이다. 


이제서야 진달래가 만개하고 나무에는 파릇파릇 

새잎이 돋아나고 땅에는 야생초들의 새싹과 꽃이 

피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자고나면 달라진 모습, 

아침이 다르고 저녁이 다른 산골의 봄인 것이다. 

다 같은 식물이지만 자연에서 자연스레 자라나는 

산나물은 서리가 내려도, 기온이 떨어진다 해도 

꿋꿋하게 잘 자란다. 반면에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하는 농작물은 다르다. 지금 밭에 심게 되면 그냥 

냉해로 낭패를 당하게 된다. 희한하고 신기하다. 

사람의 손을 타는 식물, 농작물은 하늘도 구분을 

하고 차별을 하는 것일까? 그래서 자연의 이치는 

함부로 속단하고 마구 대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불과 며칠사이 머위 새싹이 눈에 띄게 

많이 올라오고 하루하루가 다르게 파릇파릇하다. 

엊그제 서울 막둥이 아우에게 겉절이 한번 해서 

맛보라고 보내려고 뜯을 때만 해도 아주 어린잎 

새싹이었는데 그새 부쩍 자라 푸르름으로 밭을 

한가득 채웠다. 이렇듯 자연의 변화는 신기하다. 


아직은 농사준비만 했을 뿐 밭일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나름 취미활동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다. 

오늘은 얻어온 돌단풍을 둥그런 돌에 붙여 심고 

장독대 입구에 배처럼 생긴 돌 위에 제주도에서 

사왔던 현무암으로 만든 돌하르방과 거북이를 

올려놓은 곳에 장식처럼 심어보았다. 그런대로 

볼만하다. 장난같지만 이런 시간은 아주 재밌다. 

이제부터 산골집 마당에는 야생화가 하나둘 피기 

시작한다. 복수초는 이미 피었다가 졌고 그 옆에 

있는 깽깽이풀이 올망졸망 예쁘게 피었다. 또한 

독초인 동의나물도 노란 꽃을 피웠고 마찬가지로 

독초이며 이름마저 특이한 미치광이풀도 잎파리 

밑에 꽃이 감춰져 피어있다. 야생화는 이렇듯이 

재밌는 이름, 제각기 독특한 특징을 가진 꽃들이 

피는 것을 관찰하고 감상하는 것은 아주 재밌다. 

적잖은 나이지만 꽃과 함께하는 일상은 즐겁다. 


초봄이지만 산골아낙 아내는 제철에 나는 나물을 

채반에 널어 말리고 있다. 삐뚝바리(눈개승마)는 

말려 묵나물로 무쳐 먹으면 고기맛이 난다고 하는 

특이한 먹거리다. 두릅처럼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숙회보다 묵나물이 훨씬 맛이 좋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기른 표고버섯도 말린다. 

생으로 먹기도 하지만 장기간 보관하여 두고두고 

먹으려면 말려 건표고로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말려놓고 일년 내내 먹는다. 손수 버섯목 만들어 

종균을 넣어 기르는 재미는 물론이고 자급자족을 

하는 것 또한 뿌듯함이며 보람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표고버섯을 사먹지는 않는다. 산골살이의 

재미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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