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분명 봄이 온 것이겠지?
2025년 4월 16일 수요일
음력 乙巳年 삼월 열아흐렛날
요즘 산골은 두 계절의 공존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란 생각이다. 오늘은 더 그랬다. 이른 아침은
영하 1도의 기온이라 쌀쌀했고 하얗게 찬서리가
내려 지붕을 덮었다. 그랬지만 한낮에는 더위가
느껴질 만큼 기온은 쑤욱 올라가 영상 19도였다.
이러다가 봄을 패싱하고 여름이 곧바로 오는 것은
아닐까? 설마 그럴리는 없겠지만 요즘 날씨변화,
기상이변을 겪다보니 이따금씩 엉뚱한, 어처구니
없는 상상을 하게 된다. 분명 이 산골에도 봄날은
당도했지만 징하게 질긴 겨울 끝자락의 긴 꼬리,
심술의 흔적이 사라질 줄 모르는 날들이 이어져
넋두리를 늘어놓게 된다.
본격적인 봄날일까?
분명 봄이 온 것이겠지?
그런데 겨울 끝자락의 심술은 언제쯤 멈출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은 이제 그만...
오늘은 산골집, 식물원에도 봄이 오고있는 흔적을
늘어놓아 보려고 한다. 나름 꽤 벅찬 마음의 하루
였기에 일기를 쓰는 지금 혼자 피식피식 웃는다.
우연히 현관에서 내려보니 울타리 겸해 심어놓은
조팝나무에는 볼록볼록 연두색 움이 트는 듯했다.
다가가서 봤더니 그새 앙증맞은 새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매년 이맘때 봐왔지만 오늘은 신기했다.
퇴근후 잠시 큰밭가에 나갔다가 아연실색을 했다.
부추밭에 지난해의 꽃대가 그대로 널부러져 있어
장갑을 끼고 걷어내려고 갔는데 불과 며칠사이에
망초를 비롯한 온갖 잡초가 차지해 주인 형세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놈 촌부가 그 꼬락서니를
보고 있겠는가? 이내 호미를 들고 나와 콕콕 찍어
잡초 소통을 시작했다. 이제 막 나오는 놈부터 꽤
크게 자란 녀석들까지 어찌나 많은지 다 못했다.
부추도 싹이 나오기 시작을 했지만 가능한 빠른
시간내에 잡초를 뽑아제낄 생각이다.
명이나물(산마늘)은 불규칙한 날씨 변화와 상관
없이 아주 잘 자라고 싱싱하다 못해 싱그럽기까지
하다. 자투리밭을 활용하느라 세 군데 밭에 나눠
심었기에 자라는 모습이 조금씩 다르다. 머잖아
수확을 해도 될 것 같다. 오늘 살폈더니 내년쯤엔
한군데 더 명이나물밭이 생길 것 같다. 재작년에
씨앗을 뿌려놓았는데 2년만인 올해 드디어 싹이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기뻤다.
명이나물밭 옆쪽에는 삐뚝바리(눈개승마)밭이다.
며칠 못본 사이 상당히 많이 자랐다. 머잖아 꺾을
수 있겠구나 싶어 흐뭇한 미소 지으며 바라봤다.
그런데 마지막 세 무더기(눈개승마는 자라면서
나무처럼 한 그루에 여러개 가지가 나와 촌부는
무더기라고 함)에 새순이 없어진 흔적이 보였다.
순간 "고라니란 놈 소행이구나! 조치를 취하자!"
라고 하면서 겨우내 열어두었던 밭입구 그물망을
펼쳐 쳐놓았다. "주인도 맛을 보기전인데 버릇도
없이 어디 입을 함부로 들이대고 지랄이야!"라고
다시금 중얼거렸다. 잠시잠깐 방심하면 고라니,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 피해를 입는 산골살이다.
봄이 시작된 식물원에도 각종 자생식물, 야생화
새싹과 새순이 돋아나고 꽃이 피고 있다. 모두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오늘 가장 많이 눈에 띄었던
야생화는 복수초와 깽깽이풀 꽃이었다. 복수초는
이미 오래전부터 눈속에서 꽃을 피웠지만 지금이
가장 많이 개화된 모습이다. 이름이 아주 특이한
깽깽이풀은 지금 막 꽃이 피는 시기이다. 햇볕이
비추는 것에 따라 다르다. 이 녀석은 꽃부터 피고
난 뒤 잎이 나오는 꽃인데 꽃망울 터지기 직전인
녀석부터 만개한 녀석까지 꽤 다양한 모습이라
관찰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신기하고 다행스런
것이라고 할 것이다. 봄이 시작되면서 관람객들
발걸음도 많이 늘어난 듯하다.
언젠가 야생화에 대한 글을 쓰면서 이런 표현을
했던 기억이 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꽃은 눈으로만 보는 것으로
만족을 하고 느낀다. 하지만 야생화는 마음으로
보고 눈으로 느껴야만 제대로 감상하는 것이다.
특히 봄날에 피는 야생화는 땅바닥에 가까이 붙어
피는 꽃이 대부분이며 워낙 자그맣게 피기 때문에
서서 보는 것은 수박 겉 핥기와 다름없는 감상이다.
쪼그려앉아 고개 숙여 들여다 보듯이 살펴야 하고
감상을 해야 신기하고 오묘하고 경이로운 모습을
제대로 마음으로 보고 눈으로 느끼며 감상을 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