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아무일도 하지 않은 날
2025년 4월 6일 일요일
음력 乙巳年 삼월 초아흐렛날
휴일이라고 평소와 달리 드물게 늦잠을 다 잤다.
그래봐야 한 시간쯤 늦게 일어난 것이긴 하지만...
전날밤 TV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어느 영화
채널에서 멈춰 흥미롭게, 재미있게 보다보니 꽤
늦은 시각에 잠이 든 것이 원인이었다. 예전에는
영화를 좋아해 바쁜 와중에도 불구하고 가끔씩은
극장을 찾곤 했었다. 도시에서야 개봉관이 있어
그랬지만 산골살이를 하면서 부터는 집에서 TV
영화채널을 통해 이따금씩 시청하곤 한다. 인근
장평에 작은 극장 평창시네마가 있긴 하지만 잘
가지지가 않는다. 그만큼 게을러진 것인지 아님
귀찮아서 그런지 모르겠다. 집에서 편한 자세로
보는 것이 더 좋다. 지난 겨울 본 영화가 꽤 많다.
거의 대부분 옛날 영화들이다. 소위 말하는 명작,
서부영화, 007시리즈 등등 아마도 수십 편은 될
같다. 대작이고 명작인 영화는 몇 번을 보고 또
보고를 반복해도 싫증이 나지않았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조금 늦게 시작한 하루지만
아침 기온은 영상 4도였고 그때까지도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약간 스산하여 난로재를 버리고
장작을 가득넣고 난롯불 지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난롯불을 지펴놓은 후 다용도 창고에
장작을 가지러 나가다가 언뜻 현관 창가에 놓인
군자란에 눈길이 멈췄다. 꽃대가 쑤욱 올라왔고
꽃망울이 솟아난 것이 꽤 된 것 같은데 아직까지
피지않고 있다. 이 녀석이 우리집으로 온 이후에
가장 많은 꽃망울이 맺혔다. 아내 말을 빌리자면
"꽃이 많이 필 것 같은데 좋은 일이 있을란갑네!"
라고 했기에 은근 기대를 하고 있다. 좋은 일이
있으면 좋긴 하겠지만 그보다 꽃이 더 궁금하다.
요즘 자주 산골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야!
라고 말하곤 한다. 그렇긴 해도 이 산골에는 분명
봄이 오고 있음의 흔적들이 눈에 들어오고 있다.
꽃은 복수초, 처녀치마, 바람꽃이 있고 봄나물은
냉이, 달래 그리고 명이나물(산마늘)이 봄소식을
알려주는 봄의 전령사이다. 하루하루가 다르다.
더구나 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 내린 비로 인해
자양분을 듬뿍 머금어 더 잘 자라난 것 아닐까?
파릇파릇 돋아난 새싹들이 정말이지 사랑스럽고
너무나 예쁘고 기분을 좋게 한다. 이렇게 산골의
봄은 성큼 와 있었다. 명이나물과 함께...
아내가 바우골 형수님(아내의 사촌 올케) 모시고
진부에 다녀오자고 했다. 사촌이지만 친형제 그
이상으로 잘 지낸다. 팔순이 머잖은 분인데 혼자
텃밭농사를 지으시며 지내신다. 정말 바지런한
분이시라 그새 밭에 거름을 뿌려놓고 멀칭까지
해놓으셨다. 텃밭이 꽤 넓은데... 이따금씩 아들,
딸이 다녀가곤 하지만 혼자 계시니까 장날에도
제대로 못나가시는 것 같다며 바람도 쐴 겸 하여
모시고 진부에 다녀온 것이다. 다이소와 마트에
들려 쇼핑도 하고 짜장면이 맛있다는 중국집에서
식사를 하고 왔다. 너무나 고맙다며 좋아하셨다.
또한 엊그제 고향 죽마고우가 보내준 물미역을
조금 갖다 드렸더니 이또한 귀한 것이라며 너무
좋아하셨다. 친구 덕분에 나눔도 하고 칭찬까지
받았다. 친구야! 제수氏! 고맙고 감사합니다.^^
P.S: 아무일을 하지도 않았지만 아내가 간식으로
더블토스트를 굽고 진한 커피를 내려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이러다가 뒤룩뒤룩 살찌는 것 아냐?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