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식물원에서 하는 일은...
2025년 3월 24일 월요일
음력 乙巳年 이월 스무닷샛날
3월도 정신없이 내달려서 하순의 중반이다.
"겨울아! 어서가라!
봄아! 어서와라!" 했었는데...
막상 겨울은 끝자락이고 봄이 시작되는 시기,
뭔가 딱히 표현이 안되는 생각에 어수선하다.
계절이 바뀌기를 바라면서도 시간의 흐름에는
아쉬움이 남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듯하다.
오늘은 아침은 영상 2도, 한낮은 영상 18도,
저녁에는 또다시 급하강 영상 3도인데 밤새
더 떨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러다보니 서늘해
난롯불을 지폈다. 우리는 이렇게 불을 지펴서
따뜻한 저녁을 맞이하고 있지만 벌써 나흘째
잡히지 않는 산불로 인하여 고통속에 또 힘든
밤을 보내야만 하는 산청, 울주, 의성, 하동 등
산불지역에 계시는 분들께 너무나 죄송스럽다.
어서빨리 불길이 잡히고 생활터전이 복구되어
원만한 일상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 3일 나가는 시니어클럽 일을 하러 식물원에
다녀왔다. 지난주에 때아닌 폭설로 온통 눈으로
덮혀있었으나 며칠 기온이 오르고 좋은 날씨가
이어져 오늘은 하얀옷을 벗어던진 모습이었다.
하루에 5시간 일을 해야하는 시니어들인지라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망설였다.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가랑잎 치워 담는 일을 하자고 했다.
겨우내 눈위에 떨어져 있던 가랑잎이 눈이 녹자
고스란히 땅바닥에 쌓인 모습이었고 너저분해
보였다. 사무실에서 대형, 소형 브로워와 마대를
가져와 가랑잎을 한군데 모아 마대에 담는 일을
했다. 아직까지 해동(解凍)이 다 되지않은 시기,
식물원 고유의 일은 많지않다. 머잖아 본격적인
일이 시작되겠지만 한동안 주변환경을 정리하는
일을 우리들이 스스로 알아서 찾아서 하고 있다.
혹자들은 시니어들이 하는 일을 그저 시간이나
대충대충 떼우고 용돈을 받아 챙긴다는 것으로
여기며 좋잖은 시선으로 보는 듯하여 불쾌하다.
다른 곳은 모르겠으나 우린 그런 부류는 아니다.
사무실에서 할 일을 배정하기도 하지만 그 전에
우리가 알아서 일을 척척 잘하다보니 오히려 더
칭찬한다. 우리 네 사람은 젊은 날에 한 가닥씩
했던 그런 사람들이다. 대한민국 굴지의 S그룹
출신과 잘나가던 자영업 대표 부부, 지방은행원
출신, 해태제과와 광고회사 코래드 출신의 촌부
이렇게 넷이서 합을 이뤄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왜 시니어클럽 일을 하느냐고?
귀촌을 한 사람들이라서 허송세월로 보내는 것
보다는 움직일 수 있음이라서 좋고, 우리고유의
야생화에 대한 관심이 있었는지라 일도 하면서
배우고 익히는 것은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리는
것이라서 더 좋다. 신기하고 오묘하고 경이로운
꽃을 감상하고 관찰하는 것은 덤이라고 할까?
어찌되었거나 식물원에서 하는 일은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