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봄비가 반갑다!
2025년 4월 5일 토요일
음력 乙巳年 삼월 초여드렛날
점심무렵부터 시작한 비는 지금껏 내리고 있다.
다른 고장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있다는
봄꽃 소식이 전해진다. 하지만 이 산골은 아직도
겨울의 끝자락이 자리하고 있어 아침저녁으로는
영하의 기온, 서리 내림이 이어지고 쌀쌀함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영상 3도의 기온, 서리도
내리지 않았다. 비소식이 있어 그랬던 모양이다.
이 비는 분명 산골의 봄을 재촉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미 조금씩 봄기운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봄이 왔다고 단언하긴 좀 그렇다. 그래서 이맘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은 식목일이면서 24절기 중 다섯 번째 절기
청명(淸明)이고 한식(寒食)이다. 요즘이야 그저
세시풍속으로 여기지만 예전엔 설,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의 하나이기도 했다. 절기상으로
보면 완연한 봄이지만 이 산골에 파릇파릇함이
채색되려면 4월 지나가야만 한다. 5월 중순이
지나야 서리가 그쳐 농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촌부에겐 주말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달력에나
표시된 그런 날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아침나절
부터 점심무렵까지 일을 조금 했다. 나뭇꾼으로
변신하여 나름 열심히 했다. 늘상 하는 말이지만
나무작업, 장작작업을 하면 힘든 줄도 모르고 참
열심히 한다. 촌부처럼 산골살이나 전원생활하는
다른 이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땔감을 마련하는
이 일은 다른 일과 달리 재밌고 신나고 뿌듯하다.
두 해 전 산기슭 묵정밭을 오랜 세월 그냥 방치해
숲이 될 만큼 잡목들이 무성하게 자라나 간벌을
했다. 통나무는 모두 잘라 장작으로 잘 때고 있다.
어중간한 잔가지는 그냥 방치하여 얼마전에 모두
장작크기로 토막을 내놓았다. 군데군데 쌓여있는
나무더미를 하나 둘 없애기로 했다. 산몬당에서
장작집까지는 거리가 꽤 된다. 손수레에 나무를
싣고 짧지만 비탈진 길을 조심조심 내려가 큰밭,
작은밭을 지나야 장작집에 이른다. 나무를 가득
싣고 나르는 것은 말처럼 쉽잖고 보기보다도 꽤
힘들다. 그런데 싣고 나른 장작을 하나둘씩 쌓는
재미는 아무나 느낄 수 없는 체험이면서 일이다.
쌓아놓은 장작을 가만히 바라보면 재밌다. 어느
것 하나 똑같은 모양이 전혀 없음이다. 크고작은
동그라미의 집합, 그걸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 아내가 나왔다. "뭘 그렇게 좋아 히죽거리고
있어? 힘든데 쉬엄쉬엄 해요. 바쁜 것도 아닌데"
라고 하면서 격려도 하고 사진도 찍어주곤 한다.
"순악질여사! 이리 와 봐라! 여기서 저기 저 쌓아
놓은 장작을 가만히 봐 보게! 정말로 멋지잖아?"
"정말 그렇네! 예술이다, 예술이야! 동그라미들
집합 맞네. 예술가들 들으면 그렇겠지만 당신이
예술가 맞네!ㅎㅎ"라고 하여 둘이 한참 웃었다.
아직 몇 무더미가 남았지만 오늘은 그만하기로
했다. 한 두세 번은 더 나르고 쌓아야 할 만큼이
남았지만 서두르지 않고 시나브로 할 생각이다.
절묘한 타이밍이라고 할까? 일을 마치고 났더니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