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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소나무 숲을 바라보며... 

 

2024년 9월 14일 토요일 

甲辰年 음력 팔월 열이튿날 

 

아침 일찍 서둘러 식물원에 일을 나왔다. 

7시에 집에서 출발하여 도착을 하면 8시, 

아침 잠이 별로 없는 노친네들이라고, 

한낮의 더위를 피해 선선할때 일하라고, 

조금 일찍 출근하고 조금 빨리 퇴근하게끔 

하려는 식물원과 시니어클럽의 배려이다. 

원래 아침형 인간인 촌부에게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일자리가 아닌가 싶기는 하다. 

이 나이에 집에서 빈둥거리면서 놀아봐야 

뭐하나 좋을 것이 있겠는가?  

 

무료한 시간을 취미와 딱 맞는 일도 하고 

그다지 많은 보수는 아니지만 일하는 만큼 

벌어 용돈 쓰고 적지만 가계에 도움이 되니 

이 어찌 아니 좋을 수 있겠는가? 마냥 좋다. 

그렇다고 결코 뼈빠지게 하는 일도 아니다. 

반면에 슬멍슬멍 일하는 성미는 아니라서 

일을 시작하면 주어진 시간은 열심히 한다. 

"저 노친네들 하는 일이 그렇지 뭐~" 라는 

소리는 듣고 싶지는 않아 젊은 시절 일할때 

보다 더 성실하게,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한다. 

그게 마음이 편하고 그게 더 흐뭇함이라서... 

 

아침에 나오면 시냇물 소리, 온갖 산새들의 

지저귐 소리, 산기슭에 서식하는 야생초들 

내음, 소나무를 비롯하여 갖가지 나무들로 

우거진 숲을 바라보는 마음은 여기가 바로 

기가 막히는 일터이구나 싶다. 숲에 운동을 

하러 오는 (실은 일을 오는 것이지만 마음은 

일보다 운동이 먼저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 기분으로 시작하는 하루는 늘 즐겁다. 

 (2024. 9. 13 am 07:45 일 시작 전에...) 

 

집에 오자마자 아내가 전화로 걱정을 했던 

말이 생각나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낫을 

들고 우리집 입구에서 둘째네로 올라가는 

돌계단 오른쪽 축대의 온갖 야생초를 몽땅 

베어버렸다. 오전에 뱀이 출몰하여 식겁을 

했다는 아내를 위해 뱀이 지나갈만한 곳은 

풀을 모두 다 없애버리겠다는 심산이었다. 

어차피 머잖아 잘라내야만 하는 것이라서 

핑계삼아 조금 빨리 했을 뿐이다. 훤하다. 

아내가 깔끔하게 정리된 것을 보면 너무나 

시원하다고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힘든 

줄도 모르고 삽시간에 다 해치우고 말았다. 

집에 온 아내 曰, "잘했어! 아주아주 잘했어!" 

라고 하여 "당신이 원하면 뭐든 다 한다니!" 

라고 의기양양 말했더니 바라보며 웃었다. 

 

기왕 흘린 땀이 식기전에 한군데 더 꽃대를 

자르기로 했다. 두 군데의 작은 밭가에 있는 

야생초 모둠 세 무더기를 잘라버리기로 했다. 

비비추, 잔대, 달맞이꽃 등등 아마 종류별로 

나열하면 십여 가지쯤은 되고도 남을 것이다. 

이제 꽃도 다 져서 볼짱 다 봤으니 과감하게 

잘라 베어버려도 될 것 같았다. 꽃이 다 지고 

잎과 줄기에 물기가 빠지면 오히려 보는 것이 

너저분하고 볼썽사나워 일찌감치 정리했다. 

잔뜩 흐린 날씨라서 괜찮으리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습도가 높아 온몸은 땀범벅이 되었다. 

일을 마치고 앞마당 야외탁자에 앉아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시는데 갑작스레 세찬 소나기가 

쏟아지는 것이 아닌가? 하여간 이놈의 촌부는 

타이밍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맞춘다니까... 

일을 다 마친 뒤에 소나기가 쏟아지니 말이다. 

 

아~ 참, 소나기 이야기를 하다보니 한가지가 

더 있었네. 엊그제 갑작스런 폭우에 처마끝의 

물받이가 넘치는 것이 생각나서 풀을 베기전 

사다리를 가장 높게 뽑아 타고 올라가 물받이 

안쪽의 낙엽을 모두 꺼냈다. 이제 비가 내려도 

넘칠 염려는 없다. 이또한 절묘한 타이밍이다. 

어제 촌부가 물받이 청소를 하는 날궂이를 한 

탓인지 오늘은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비가 오긴 해야하지만 오늘부터 시작이 되는 

추석연휴 귀성길은 비가 내려 험난할 것 같다. 

우리 아들은 내일 온다고 하니 별 일 없었으면 

좋겠다. 모두들 조심조심 고향길에 나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어찌되었거나 어제는 이래저래 아내의 칭찬을 

받은 날이라 기가 살아 어깨가 으쓱했다. 나이 

들면 어린아이가 된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가? 

이제는 작은 칭찬에도 좋아서 우쭐거리게 된다. 

이런 모습도 나이듦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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