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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없이 살아도 잘 살아왔는가베? 

 

2024년 9월 11일 수요일 

甲辰年 음력 팔월 초아흐렛날 

 

코발트색 푸른 하늘이 정말로 기막히게 좋다. 

그런데 한낮의 햇볕은 한여름을 방불케 한다. 

날씨가 왜 이러는 걸까? 9월도 초순을 지나 

중순에 접어드는데 말이다. 비록 작은 농사를 

짓는 촌부이지만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8월부터 시작된 가뭄이 지금까지 계속이다. 

"하늘님요~!!! 

 이제 그만 시험하고 제발 비 좀 내려주이소!" 

 

낫과 큰 전지가위를 챙겨들고 집을 나섰다. 

며칠전부터 할까말까 망설이던 일이 있었다. 

사실 이 일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놈 촌부의 성격상 안하면 

틀림없이 후회하게 될 그런 일이다. 왜냐하면 

너저분함을 싫어하고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촌부라서 마음은 개운하지만 늘 몸은 

피곤을 면치못한다. 타고난 걸 어쩌겠는가? 

 

먼저 모터울 주변의 조팝나무 전지를 했다. 

해마다 다듬긴 하지만 올해도 삐죽삐죽 많이 

자랐고 너저분해 보여 망설였다. 그냥 두어도 

내년 봄에 하얀꽃이 피게 된다. 다만 정리됨이 

없어 보기에 깔끔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전지가위를 들이대고 싹뚝싹둑 잘라 윗부분 

정리를 했다. 보기좋은 떡이 맛도 좋다고 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깔끔하게 잘라놓고보니 

보기가 좋다. 뭐든 손이 가면 좋아지는 법이다. 

 

내친김에 축대 돌틈에 어지럽게 자라는 잡목, 

야생초 꽃대도 잘랐다. 모터울 주변 너저분한 

것들도 다 잘랐다. 예초기를 들이밀어도 되긴 

하지만 고르지 못한 바윗돌이라 꽤 위험하다. 

그래서 여기는 예초기 보다는 작업이 더디긴 

하지만 낫이 제격이다. 씨앗이 다 여물기 전인 

이맘때 베어내는 것이 좋다. 씨앗이 떨어지면 

내년에는 더 많이 자라서 더 힘들기 때문이다. 

해마다 하는 일이지만 힘들다. 허나 하고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꽃구경은 실컷 했으나 

번식을 억제시키는 것이라서 미안하기는 하다. 

하지만 사람의 편리가 우선이니 어쩌겠는가? 

 

어제는 두 친구의 고마운 선물이 도착했다. 

오전엔 멀리 고향 남해에서 큼지막한 생새우, 

냉동이 아닌 냉장으로 보내와 신선도가 완전 

그대로다. 아내는 이 산골에서 이렇게 싱싱한 

왕새우를 먹을 수가 있다니 꿈만 같다고 했다. 

"지금이 새우철이라 친구 생각나서 보냈으니 

 마나님과 구워 소주 한잔 하게나~"라는 친구, 

친구 생각하는 그 마음 씀씀이에 너무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라 고개가 숙여진다. 

 

그뿐만아니라 오후에는 오전의 해산물 새우에 

이어 돼지왕구이라고 적힌 육고기가 도착했다. 

양념갈비인 것 같다. 잘해준 것 없는 친구인데 

마치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격이라고 했더니만 

"친구가 늘 고마워서... 내가 돼지를 잡아 직접 

 발라주면 좋겠구먼...  작은 뜻이니 허물을  

 묻지말고 드시게나!  늘 건강하시게.. 

 요즘 몸살 앓았다면서..." 라는 카톡이 왔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있을까? "친구! 감사하네!" 

 

저녁에 커피와 포도를 먹으며 아내가 말했다. 

"당신은 참 인복 많은 사람이야! 지금껏 지켜 

 봐서 잘 아는데 당신 주변엔 참 좋은 친구도  

 많고 고마운 선후배, 지인이 많은 것 같아!  

 비록 없이 살아도 당신은 늘 배려하고 나눔을 

 하려는 마음을 갖고 살아서 그런 것 같더라!" 

하며 치켜세우더니 웃었다. 어깨가 으쓱했다. 

"그런가? 없이 살아도 잘 살아왔는가베?ㅎㅎ" 

라고 하면서 멋쩍게 웃었다. 그랬더니 또다시 

"당신 덕분에 아즌 싱싱한 왕새우도 먹게 되고 

 맛난 양념갈비도 먹게 되었으니 고맙소이다. 

 친구분들께 감사드린다고 꼭 전해주시오!" 

라고 했다. 아내의 말을 듣고보니 이 나이가 

되기까지 그리 헛되이 살지는 않았구나 싶다. 

 

친구들!  

고맙소이다.^^ 

싱싱한 왕새우, 맛있는 왕구이에 아내의 과한 

칭찬까지 받았으니 이 어찌 감사하지 않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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