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붉은 고추를 따며...
2024년 9월 3일 화요일
甲辰年 음력 8월 초하룻날
어제 아침 날씨예보에는 비소식이 있었지만
아침나절에 아주 잠시 빗방울이 듣다 말았다.
지난 7월은 장마철이라 비가 너무 자주 많이
내리더니 8월에는 유례없는 폭염으로 찜통
더위를 견뎌야만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가 내리지도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가뭄이
지금껏 이어진다. 여름 가뭄이 가을 가뭄으로
바톤터치를 한 것인가?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언제 멈췄는지 모르겠다. 어제 비소식에 잔뜩
기대를 했었건만 결국 빗나가고 말았다. 그저
촌부의 바람일 뿐이었다. 가뭄에 산천초목은
목말라 하는데 무심한 하늘은 꿈쩍도 않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비 좀 내려주이소~!!!
야생초들은 참으로 대단하구나 싶다. 극심한
가뭄도 꿋꿋하게 견뎌 이겨내며 꽃을 피운다.
그리고 번식을 위하여 씨앗이나 열매를 맺어
뜨거운 태양열에 익혀 여문다. 하지만 우리가
먹고 살기위해 심은 농작물은 야생초와 달리
가뭄을 많이 타는 것 같다. 같은 식물임에도
비교가 되고 꿋꿋하게 이겨내는 야생초들의
생명력이 대단함을 가뭄을 통해 새삼 느끼게
된다. 그런 모습의 앞뜨락 야생초들도 이제는
점점 색깔이 옅어지고 있다. 더덕을 비롯하여
몇몇 야생초 줄기에는 씨방이 생겨나고 있다.
이제 서서히 가을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가을이 오고있음은 밭에도 그 모습이 보인다.
고추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가을을 느낀다.
어떻게 쓰게 될지는 아내의 몫이기는 하지만
익은 고추를 따야만 했다. 얼마 안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따고보니 꽤 많다. 아침마다 들고
나가는 촌부의 자연마트 장바구니로 두 개다.
잘익은 붉은 고추를 따느라 좁은 밭고랑에서
쪼그리고 앉아 누볐다. 풋고추 먹겠다고 서너
종류의 고추를 70여 그루를 심은 것인데 꽤
힘들게 붉은 고추를 땄다. 지난해까지 몇 해를
아내는 600여 그루를 심은 고추밭에서 정말
고생을 했다. 붉은 고추를 따는 것은 물론이고
건조기에 말리는 일도 여간 힘드는 게 아니다.
힘겨워하는 그 모습이 안타까워 고추농사를
짓지말고 그냥 고춧가루를 사서 먹자고 했다.
아내도 그러자고 했다. 어제 저녁무렵 밭에서
붉은 고추를 힘들게 따면서 아내 생각을 했다.
아내는 해마다 8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는
붉은 고추를 따느라 좁다란 밭고랑을 누볐다.
뿐만아니라 그렇게 고생하며 딴 붉은 고추를
건조기에 말리느라 시시때때로 오르내리면서
고생했다. 잠시잠깐 고추를 땄을 뿐인데 꽤나
힘들었다. 그제서야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던
것을 알게 되었고 고추농사 짓지않기로 했던
결정은 정말이지 잘했구나 싶었다. 이제 점점
농사를 짓는 것도 버겁다. 돈이 되는 농사가
아니라 천만다행이다. 앞으로는 힘이 덜드는
농사를 지어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나저나
따놓은 붉은 고추를 아내는 어떻게 하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