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장작 부자가 된 날에...
2024년 8월 16일 금요일
甲辰年 음력 칠월 열사흗날
오늘 아침은 18도, 꽤 선선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아직도 한낮은 무려 32도까지 치솟는
폭염이 기승을 부린다. 분명 찬바람이 난 것은
확실한데 한낮 더위는 물러갈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뿐만아니라 지난 7월에는 거의 매일
비가 지겹게 내리더니 8월에 들면서 머리가
벗겨질 듯한 폭염만 지속될 뿐 비가 내리지는
않는다. 이따금씩 소나기가 오는 듯 마는 듯
했지만 비다운 비는 없어 또다시 가뭄이 꽤나
심하다. 지난 7월엔 그렇게 비를 지겨워 했다.
헌데 이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비를 기다린다.
세상사 모든 것을 내 생각, 내 뜻대로 이루어
지기를 바라는 것이 우리네 사람들의 마음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이기적인 마음으로...
드디어 장작집에 장작을 한가득 다 채웠다.
나무작업을 모두 다 마친 것, 거의 3주만인가?
길이 12m, 폭 2m, 높이 2.5m의 장작집에
한가득 빼곡하게 쌓아놓은 장작은 길이 10m,
폭 1.2m, 높이 1.8m 규모에 석 줄로 쌓았다.
내가 쌓아놓았지만 내가 보기에도 너무 좋고
너무나 대단하다. 생각컨데 한 2년 이상을 땔
분량은 되지않을까 싶다. 아마도 이런 장작집
보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7월 27일 여름휴가를 시작한 그날부터
그동안 토막을 낸 나무를 산기슭에서 꺼내와
유압도끼로 쪼개고 쌓는 작업을 틈나는 대로
해왔다. 어제 오전까지 꺼내고 나르고 던지고
굴리고 다시 싣고 나르고 쪼개고 쌓기를 하여
장작집을 가득 다 채운 것이다. 무더위를 피해
주로 아침, 저녁에 작업을 하다보니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말로는 서두르지 않고 쉬엄쉬엄
한다고 했지만 막상 일을 시작했다 하면 아주
끝장을 볼 기세로 열심히 분주하게 일을 하는
촌부, 그러다보니 땀을 정말 엄청 많이 흘렸다.
지금껏 이 나이 먹도록 올여름 처럼 많은 땀을
흘려본 기억은 거의 없다. 그 땀의 결과는 바로
장작 부자가 되었으며, 100% 아니 그 이상의
흐뭇함과 뿌듯함이다. 해마다 하는 일이지만
가득 쌓인 장작집을 바라보면 내가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음이다.
장작 하나하나 모두 내 손을 거친 것이라서...
십수년 동안 땔감나무 장작을 준비를 해왔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양을 마련해 보지못했다.
뿐만아니라 이번 처럼 일찌감치 여름날에 장작
준비를 한 기억도 없다. 이 작업을 시작하던 때
했던 말, 하로동선(夏爐冬扇) 중 하로(夏爐)는
여름에 겨울날의 난롯불 지필 나무를 준비하는
것으로 촌부 나름 재해석을 했던 것인데 그것을
끝낸 것이다. 사실 하로동선(夏爐冬扇)의 뜻은
‘여름의 화로(火爐)와 겨울의 부채’라는 뜻으로,
격(格)이나 철에 맞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이다.
일을 마치고 아내와 나눈 대화,
"아따, 힘드네! 드디어 장작집 다 채워놓았네!"
"수고하셨소! 하여간 끈질긴 건 알아줘야해!"
"이 사람아! 내사 끈질긴 거 빼모 뭐있노?"
"어이구~ 얼굴에 땀 봐라! 하필이면 한여름날
나무작업을 한다고 난리법석인지 몰라?"
"온몸이 다 젖었다! 한여름이 대수가? 어차피
내가 해야만 하는 긴데 언제 하모 어떻노?"
"알았어! 몸에서 쉰내가 푹푹 난다. 어서 씻어!"
"쉰내가 나도 기분을 좋구마는...ㅎㅎ"
"잔소리 그만하고 씻고 와! 맛있는 거 먹자!"
"뭐 맛있는 사줄낀데? 고기 사줄란가?"
"그래, 고기도 묵고 냉면도 사줄께!"
"앗싸! 좋네, 좋아! 어서빨리 씻고 올께!
그렇게 하여 드라이브 삼아 금당계곡길을 따라
달려 이따금씩 들리는 평창읍내의 냉면집에서
고기도 먹고, 냉면도 먹고, 왕만두까지 먹었다.
이 집은 상호에서 보다시피 '고기머꼬 냉면머꼬'
냉면을 시키면 바로 숯불에 구운 돼지불고기가
세트로 따라 나와 고기도 먹고 냉면도 먹는다.
거기에 우린 왕만두 하나 시켜 만두도 먹었다.
이 집은 맛도 좋을뿐더러 가성비도 만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