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비온 다음이라 상쾌한 아침
2024년 5월 27일 월요일
甲辰年 음력 사월 스무날
바람이 꽤나 거세게 불어제끼는 아침이다.
어젯밤 잠들기 전까지는 비가 내렸었는데
언제 그쳤는지 하늘에는 구름만 잔뜩이다.
60mm 가까이 내릴거라는 예보와는 달리
어제 오후 서너 시부터 제법 거세게 내리던
비는 겨우 12mm를 기록했단다. 메말랐던
대지, 목말마하던 밭을 촉촉하게 적셔주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 정도의 비라도
내려주었으니 오감타라고생각을 해야겠지?
아침 기온 영상 12도, 종일 흐릴 모양이다.
매발톱꽃 세 종류가 예쁘게 피어있는 아침...
이틀간 사부작사부작 장작집 칸막이를 겸한
지지대를 세우고 줄을 늘어뜨려 묶어 고정을
시키는 일을 하느라 시간을 꽤 많이 허비했다.
아마 마음먹고 하면 반나절도 안걸리는 일을
이틀씩이나 쭈물닥거리며 했으니 한심하다.
이상하게 생각과 달리 도구나 장비를 가지고
만들거나 수리하는 일은 잘 못하는 젬병이다.
한마디로 소질없고 굼뜨고 어설프다고 할까?
그렇기는 하지만 끈질긴 인내심으로 포기하지
않고 되든 안되든 끝내 하고야 마는 성격이다.
보다못한 아내가 나와 잠시 도와주기까지 한다.
이번 일도 그랬다. 혼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인데도 그다지 잘하지도 못하면서 이리저리
잔머리를 굴리느라 진행속도가 정말로 더디다.
어찌되었거나 고추농사를 짓지않아 남아도는
고추지지대를 이용해 장작 쓰러지지않게 하는
장작지지대를 만들어 세웠으니 이런 것을 두고
자원재활용이라고 하는 것이겠지? 지금부터는
시나브로 장작을 나르고 쌓는 일을 해야겠다.
그러고보니 아직 굵은 통나무는 쪼개지 않았네.
도끼질을 해야하는 일이 남았지만 그 많은 것을
다 쪼개려면 또 엄청 시간이 걸릴텐데... 얼마전
아내와 이야기끝에 이제 나이도 있으니 도끼질
그만하고 유압도끼를 구입하는 것이 어떠냐고
했다.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다. 날이 갈수록
점점 힘이 드는 일은 줄이거나 손쉬운 방법으로
하는 것이 현명하고 슬기로운 산골살이겠지?
어제 늦은 오후 집에서 20여km 가량 떨어진
금당계곡 끝무럽에 있는 상안미마을에 아내와
함께 다녀왔다. 인근의 리조트에서 8년 가까이
함께 일했던 아우인데 고사리를 많이 말렸다고
하여 구입하러 간 것이다. 산골살이를 하는데
무슨 고사리를 사느냐고 하겠지? 촌부가 20년
넘게 고사리, 두릅과 같은 산나물을 채취하던
군락지는 이제 갈 수가 없다. 산양삼 기른다며
철망을 쳐놓아 지난해부터 뒷산을 못가고 있다.
처제 친구의 부탁도 있고 하여 그 아우가 손수
산에서 꺾어서 데쳐 말린 고사리를 구입하기로
한 것이다. 실한 고사리를 꺾어 잘 말려놓은 것
같다. 그 아우는 농사를 짓는 농부인데 과외로
고사리를 채취하고 토종벌 쳐서 토종꿀을 떠는
일을 한다. 자기네 먹으려고 하는 것이지만 남는
것은 지인들에게 시중가보다도 훨씬 싸게 판다.
오래전부터 아내도 함께 다녀서 제수氏와도 잘
아는 사이라서 함께 갔는데 커피, 참외에 이어
토종꿀로 꿀차를 타서 내오셨다. 확실히 꿀맛이
다르긴 했다. 시골집이지만 제수氏가 꽃기르는
걸 좋아하여 집주변을 아기자기하게 잘 가꾸고
잘 꾸며놓아서 비가 내렸지만 우산을 바쳐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느라 아야기는
별로 못나눴는데 아내가 대신 아우 부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단다. 이 마을도 꽤 오지마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오손도손 재밌게 사는
그런 마을이다.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오가는
이웃이 있음이라서 외롭지않은 산골살이를 하는
것이겠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