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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단지의 나무들, 밭의 가을채소를 보며...


2026년 9월 28일 월요일

음력 丙午年 팔월 열여드렛날


아침 기온 11도,

추석연휴 나흘을 푹 쉬었고 

오늘은 식물원에 일을 나간다.

늘 그랬듯이 또 얼마나 변했을까?

야생초, 야생화, 나무들이 궁금하다.

아침부터 설레임에 또 마음이 바쁘다.

일을 나가면서 설레이는 사람 있을까?

나이 든 노친네가 일이 좋고 즐겁다고

설레인다 하면 과장된 표현이라 할까?

그런든가 말든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내가 좋고 내가 즐거우면 되는 것이지

70 넘은 이 나이에 남의 눈치는 무슨...


어젠 그야말로 전형적인 가을날씨였다.

하늘은 높고 맑고, 가을 햇볕이 좋았다.

안개자욱 쌀쌀했던 아침과 달리 한낮은

가을을 만끽하기에 안성맞춤 날씨였다.

어제와 마찬가지 아침 기온 11도이다.

식물원에서 꽃과 나무들 관찰하는 것도,

브로워 짊어지고 일하기에도 좋을 듯...

어서빨리 일기 써놓고 나갈 준비를 하자!


연휴 마지막날 오전에 할 일도 없고 하여

마당 의자에 앉아 넋을 놓고 앉아있었다.

이따금씩 이런 짓을 자주 하곤 하는 촌부,

하늘도 올려다보고, 주변 경관도 살펴본다.

이런 시간은 산골이라서 가능한 것이리라!

남다른 호사이기도 하고 나만의 특별함이

아닌가 싶어 틈만나면 나와 앉아있곤 한다.

많은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친다.

살아온 세월의 반추도 해보고 살아갈 날의

각오를 다져보기도 하는 이 시간이 참 좋다.


그 중에 촌부는 남달리 스마트폰에 메모를

자주, 꽤 많이 하는 습관을 가졌다는 것이다.

예전 젊은 시절엔 인상적인 단어 하나라도

머리속에 넣으면 훗날 기억을 되살릴 수가

있었으나 이젠 나이 들어 그런지 까먹는다.

그때도 자그마한 메모장에 볼펜으로 써놓곤

했지만 요즘은 스마트폰 메모장을 이용한다.

별것도 없다. 생각날때마다 단어 하나 달랑

써놓지만 훗날 그걸 보면 왜 써놨는지 안다.

나름 좋은 습관이고 버릇이라고 여기게 된다.


메모 이야기로 잠시 이야기가 샛길로 샜다.

마당 의자에 앉아 단지 전체를 한 눈에 조망,

문득 크고 작은 나무를 심었던 기억이 났다.

우리 단지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죄다 사연이

스려있다. 숱한 시행착오를 겪은 것이 바로

조경수, 나무심기였다. 그 중 몇 가지를 보면,

비오는 날 어린 산뽕나무를 캐다심느라 엄청

고생했었고, 팥배나무 하얀꽃이 예뻐 산에서

어린 묘목 캐다심은 것이 집 가까이에 심어

지금은 성목이라 베어낼 수도 없고, 군락지의

무릎 크기의 어린 함박꽃나무(산목련)을 캐와

마당 앞쪽에 심었더니 앞을 가릴만큼 자랐다.

이주 3년次에 커플룸 지으며 캐버린다기에

수형이 너무 예뻐서 업자에게 부탁하여 정원

한가운데로 옮겨심은 산뽕나무는 우리들에게

오디를 공급하는 좋은 유실수로 자랐다. 또한

그 옆에 엄청 크고 멋지게 자란 단풍나무에도

웃지도 울지도 못한 사연이 깃들어 있다. 이주

초기 산에서 막내 장서방이 캐다심은 것인데

실은 막내네 집앞에 심었다가 처제에게 혼나

또다시 옮겨심은 것이 지금에 이르른 것이다.


13그루인가? 자작나무 어린 묘목을 지금의

작은밭 양쪽에다 심어놓고 좋아하며 사잇길을

자작나무길이라고 부르곤 했으라 밭에 그늘이

져서 10여년전 죄다 베어내고 기념으로 달랑

한 그루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크게 자란다.

얻어다 심은 계수나무, 사다심은 느티나무를

비롯 마가목나무, 불두화, 백당나무, 주목나무,

옥향, 쥐똥나무, 오가피나무, 조팝나무 등등...

그 외도 많은 나무들이 자란다. 아무것도 없는

감자밭을 일구고 나무를 심었고 화초를 심어

26년이 지난 오늘날 이렇게 멋진 모습이 있기

까지 우리의 땀과 노력, 숱한 사연이 스려있어

바라보는 느낌과 감회가 새롭다. 뿌듯하다.


엊그제 추석날 단비가 내려 가을채소가 쑥쑥,

무럭무럭 잘 자란다. 몇 해 실패하여 사먹었던

배추는 현재까지는 포기가 큼지막하게 보인다.

아내는 이 정도면 올해는 우리 배추로 김장을

할 수 있겠다며 싱글벙글이다. 그랬음 좋겠다.

무우도 마찬가지다. 잎이 무성해지며 어느새

뿌리가 들기 시작한다. 오이, 노각 덩굴 걷어낸

밭을 놀릴 수 없어 2次로 조금 늦게 씨앗 뿌린

무우도 많이 자랐다. 머잖아 무우가 들 것 같다.

밭고랑 끝부분에 우리가 먹을 만큼 조금 쏘물게

씨앗 뿌린 듯한 청갓도 꽤 많이, 쑥쑥 잘 자란다.

자그마한 모종 한 그루, 너무나 자그마한 씨앗

하나가 이렇게 자란 것을 보면 너무 신기하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하늘과 땅이 기른 것이고

촌부는 정성 쬐금 보탰을 뿐인데 법석이다.ㅎ~


어제 늦은 오후,

망설이다가 호박밭에서 어린 맷돌호박을 땄다.

오랜만에 자연마트 장바구니를 한가득 채웠다.

지금 열린, 열리는 맷돌호박은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하여 익힐 수 없을 것 같아 애호박으로 먹는

것이 정답이지 싶었고 모두 나눔을 하기로 했다.

오늘 식물원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나눔을 하려고 한다. 고민했는데 길이 생겼다.



https://band.us/band/7070781/post/430598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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