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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너무 한적한 산골의 한가위 명절날에...


2026년 9월 26일 토요일

음력 丙午年 팔월 열엿샛날


명절(名節),

'해마다 일정하게 지키어 즐기거나 기념하는 때'

국어사전에 정의하는 내용이다. 아는 말이지만...

돌이켜보면 그 옛날의 어릴적에는 명절을 손꼽아

기다렸던 기억이 새롭다. 설이나 추석이 가까워

오면 두 살 아래 남동생을 데리고 여수에서 오는

여객선이 닿는 부두(부두라기 보다는 선창가)가

보이는 아랫 마을 바닷가를 보기위해 산몬당으로

올라가 아버지를 기다렸다. 요즘처럼 통신시설이

좋은 시대가 아니어서 사전에 미리 연락을 하지

않으셔서 대충 명절 언저리 어느날에는 오시겠지

싶어 하매나하매나 하며 산몬당을 오르내린 것,

사실 그 산몬당에서 내려다봐야 먼거리 여객선과

선창가를 오가는 자그마한 노젓는 배에서 내리는

사람을 전혀 분간할 수는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린나이에 산몬당을 오르내리곤 했다. 허탕치고

다닌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아버지께서 집에

오시는 날까지는 거의 매일 그랬었다. 어머니께

야단을 맞고 혼쭐이 나면서도 그랬던 그 옛날이

그립다. 70이 넘은 이 나이에도...


이제는 해가 거듭할수록 명절은 아련한 기억속에

추억의 한 장면으로만 마음에 남아있을 뿐이라서

많이 아쉽다. 요즘 시대의 명절은 그 옛날과 달리

쉬는 날, 여행가는 날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더 든다.

다들 그런 것은 아니다. 그래도 변함이 없는 것은

명절이면 부모형제, 친지를 찾아 고향을 향하는 그

풍습은 이어지고 있음이라서 참 다행이구나 싶다.

이제 우리의 나이가 70줄에 들어섰기에 부모님은

안계시고 우리가 어른이 되었다. 잠시잠깐이지만

명절이라고 집에 다녀간 아들 녀석이 참 고마웠다.

오면 반갑고 좋은데 보내고 나면 허전함이 너무나

오래간다. 부모 마음이 다 이런 것이겠지?


어제 오후에는 근 한달만에 기다렸던 비가 내렸다.

반가운 마음에 우산을 바쳐들고 한걸음에 밭으로

내달렸다. 그때만해도 비가 제법 거세게 쏟아졌다.

얼마나 반갑고 좋았는지 모른다. 그동안 시나브로

목말라하는 가을채소들에게 시냇물을 퍼다주었다.

이따금씩이라도 비를 내려주면 좋겠다고 혼자서

하늘을 보며 말하곤 했다. 그저 바람일 뿐이었다.

그래도 저 높은 하늘은 양심이 남아있는지 추석날

선물인 것처럼 단비를 내려주어 감사할 따름이다.

생각같아서는 많이 내려줬으면 했지만 서너 시간

동안에 추적거린 비는 겨우 6.5mm에 불과하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오감타 생각하며 가을채소들

싱싱한 모습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추석날에

가장 큰 선물을 받을 것이라고 여기는 걸로...


한가위 추석날인 어제는 너무 한적한 산골의 명절,

오전에 딱히 할 일도 없고 명절이라서 있다고 해도

할 생각이 없었다. 스마트폰을 들고 앞마당 창가에

놓인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명절이긴 하지만

갈 데도 없고 그렇다고 오는 이도 없어 참 쓸쓸했다.

명절날 마실을 가기도 좀 그랬다. 이럴 수 있나했다.

바로 그때, 집입구 팥배나무에 한 무리의 떼까치가

몰려와 온통 난리를 지겼다. 잘익은 팥배를 따먹는

것 같아 그냥 가만히 지켜봤다. 꽤나 큰 나무인데

아예 새까맣게 보일 정도로 많은 떼까치 숫자였다.

푸드득거리는 날개짓에 단풍이 들기시작하는 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것이었고 자그마한 열매도 죄다

떨어지는 듯했다. 그렇게 녀석들이 한바탕 난리를

지기고 간 후에 장독대, 집으로 들어오는 길바닥은

떨어진 낙엽과 팥배가 잔뜩이라 너저분해 보였다.

촌부 심심하다고 떼까치 녀석들이 일감을 줬구나

했다. 빗자루를 들고나가 쓸었다. 복잡한 마음까지

말끔하게, 깔끔하게 쓸어버렸다. 쓸어담은 낙엽은

밭에 갖다버렸다. 낙엽은 썩어 좋은 거름이 된다.

명절날 일감 준 떼까치 녀석들이 고마웠다고 할까?


https://band.us/band/7070781/post/430598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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