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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추억의 시락국 밥상

 

2021년 12월 27일 월요일 

음력 辛丑年 동짓달 스무나흗날 

 

365일 중에 오늘을 포함해  닷새가 남은 2021년,

참으로 어렵고 정말 힘들고 너무 고된 나날이 이제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 설상가상이라고 했던가?

너나할 것 없이 모두가 암울한 시절을 겪고 있는데

설상가상 혹독한 한파까지 몰아닥치고 인근 대관령

너머 영동지방은 폭설까지 내려서 모두 고생들이다.

오늘도 어제에 이어 한파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이른 아침 기온 영하 20도, 바람이 살랑거려 그런지

어제보다 더 매서운 추위인 것 같다.

 

어제는 한낮에도 추위의 기세는 너무나 대단했다. 

영하 10도의 벽을 넘지못하여 이 산골은 그야말로 

하늘의 저주를 받은 동토(冬土)처럼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래도 아내는 완전무장을 하고 걷기운동을

하는 것이었다. 이런 날은 하루쯤 거르면 안되냐고

했더니 하는 말이 걸작이다. "춥다고 밥 안먹나?"

이젠 걷기운동은 아내의 일상에 있어 아주 중요한

버릇이며 습관이 되었다. 함께 운동을 하진 않지만

방해할 생각은 없다. 박수를 보내며 응원해야겠지?

 

그뿐만이 아니다. 아내는 좋아하던 밀가루 음식도

끊고 일주일에 딱 한번만 먹기로 했고 엄청 즐기던

커피도 갖가지 차로 바꿨으며 촌부와 함께 즐겨한

야식도 끊었다. 살면 얼마나 산다고 이것저것 모두

끊고 사느냐며 고집을 부리는 먹방 촌부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다만 아내의 결심에 호응은 못할망정

방해는 하지말자는 생각에 그 좋아하던 오랜 습관,

야식은 하지않기로 했다. 최소한의 양심이랄까?

 

그런데 아내 이야기를 하다보니 문득 생각이 난다.

요즘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는 어느 사람은 '공정과

상식'을 부르짖고 있지만 한마디로 말해 웃긴다고

생각한다. 나라를 다스리겠다는 사람이 함께사는

아내의 온갖 추잡한 거짓을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무슨 공정이니 상식이니 떠들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삼삼경(四書三經) 대학(大學)에 있는 이 말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틀림없이 모를 리가 없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

'먼저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수양하여 집안을

 다스려 안정시킨 다음에 나라를 다스려야 하고

그렇게 해야지만 천하가 태평해진다'는 뜻이다.

과연 그는 이 말은 물론이거니와 공정이 무엇인지

상식이 무슨 뜻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묻고 싶다.

수신제가도 못하면서 치국평천하를 하며, 무슨

나라를 다스리겠다고 하는 것이지...

 

괜시리 엉뚱한 화제에 시간을 빼앗기고 말았네.

다시 본래의 제자리, 촌부의 일상으로 돌아가자!

아내가 콩나물도 떨어지고 두부도 다 먹었으며

우유도 모자란다고 읍내에 다녀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자고 하면서 자동차 시동을 걸었는데,

이런이런... 영하 22도의 혹한에 얼었는지 당최

시동이 걸리지가 않았다. 키를 꽂았으나 시동이

걸릴 듯 말 듯하여 몇 번을 반복하였더니 10여분

후에 부르릉 소리를 내며 다행히 시동이 걸렸다.

그러지 않았으면 보험사 서비스를 불렀을 텐데...

해마다 어제처럼 한파가 닥치면 한두 번은 보험사

서비스를 부르곤 한다. 하마터면 콩나물과 두부,

우유를 못 먹을 뻔 했다.

 

아침나절 주방에서 시래기 삶는 냄새가 풀풀 났다.

가봤더니 커다란 들통에 시래기를 삶고 있었다.

혼잣말로 "이 사람, 무슨 시래기를 이렇게나 많이

삶는 것일까? 시래기만 먹고 살란가?"라고 중얼

거렸다. 늦은 오후에 아내가 시래기 껍질을 까야

한다며 주방으로 가는 것이었다. "저 많은 시래기

껍질을 혼자서 다 까겠다고?"라고 중얼거리다가

안되겠다 싶어 따라 내려가 난롯불부터 지폈다.

그리고는 "그거 이리 갖고온나! 내가 까줄게!"라고

했더니 "그래주면 고맙지!"라며 웃으며 가져왔다.

난롯불 앞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시래기

껍질을 벗기는데 처남댁이 전화를 하여 한참동안

수다를 떠는 것이었다. 혼자서 마무리를 할 때까지

수다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때서야 전화를 끊고

"오마야, 벌써 다 깠는가베?"하더니 또 웃으면서

"당신 엄청 좋아하는 시락국 끓여줄게!"라고 했다.

 

시락국은 우리 부부가 아주 좋아한다. 특히 촌부는

작고하신 부모님과의 추억이 스려있는 음식이다.

어려서 이맘때 겨울이면 자주 먹던 시락국이다.

아버지와 함께 뒷산에 가서 나무 한 짐을 해오면

어머니는 시락국을 끓여주셔서 맛있게 먹었다.

따끈따끈한 시락국에 보리쌀이 쌀보다 훨씬 많은

밥을 말아서 한 스푼 뜨면 어머니는 배추김치를

쭉쭉 찢어서 얹어주시곤 했다.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는 추억의 시락국이다. 요즘은 그 추억을 잘 알고

있는 아내가 그 옛날 어머니 역할을 해주고 있다.

시락국과 배추김치만 있으면 밥 한 사발은 그냥

게 눈 감추듯 뚝딱 해치운다.PicsArt_12-27-12.30.4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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