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모든 건 마음 먹기에 달린 것...
2021년 12월 20일 월요일
음력 辛丑年 동짓달 열이렛날
오래간만에 눈이 제법 많이 내렸다.
제대로 눈다운 눈이 내렸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상하리 만큼 걱정보다 설경을 감상하는
여유가 생기는 것이었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서
우두커니 서서 하얀 눈으로 뒤덮힌 단지의 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지금껏 설경을
이렇게 여유롭게 감상을 한 적이 있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았으나 당최 기억이 없다. 왜 그랬을까?
맞다! 우리들의 삶에 있어서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린 것이 아닌가 싶다. 처해진 상황에 따라 다르고
처해진 현실에 따라 눈雪을 보는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바로 관점의 차이, 생각의
차이가 이런 것이라 여겨진다. 그동안 눈내리는 걸
그렇게 싫어했던 지난 20년 세월, 산중턱에 위치한
마지막 집에서 살다보니 제설작업이 힘든 것은 물론
눈이 내리면 모든 일상이 무척 불편해지는 것이라서
싫어했던 것이다.
허나 이제는 눈이 싫다는 생각을 내려놓기로 했다.
생각을 바꾸고 나니 설경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눈을 치우러 나가는 마음도 가벼웠다. 아내는 아직
눈이 내려 쌓이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것 같다. 꽤 오랜 세월 혼자서 눈을 치우다가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런 아픔이 생긴 것이었지만 이제는
혼자가 아닌 둘이라서 차츰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
집에서 빗자루 하나씩 들고 나와 중앙통로를 쓸며
내려가 카페 주차장에서 넉가래로 바꿨다. 그 사이
서로 눈길을 주고 받으며 힘들게 하지말고 천천히
하라면서 이구동성으로 격려의 말을 주고받았다.
진입로부터 치우고 올라오기로 했다. 촌부가 먼저
양손에 넉가래를 하나씩 들고 가운데를 밀고가면
아내는 뒤를 따르며 양쪽으로 눈을 밀고 내려온다.
약간 힘이 부친다 싶으면 넉가래를 내려놓고 서로
인증샷을 남긴다. 조금 장난스러워 보이지만 삶의
기록을 남기는 방법이다. 환상의 복식조는 꿍짝이
잘 맞아 '저 많은 눈을 언제 다 치울까?' 라고 했던
말이 무색하게 이내 깔끔하게 치워진다.
눈을 치워 깔끔해진 비탈진 길을 따라 올라와 다시
넓디넓은 주차장을 치우기 시작한다. 반을 잘라서
치운다. 촌부가 반을 갈라 치우며 나가면 아내는
아래로 갔다가 위로 갔다가 하며 눈을 밀어제낀다.
둘이서 눈을 밀고 왔다갔다 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염전에서 염부들이 하얀 소금을 긁어 모으는 도구
'대파(채염기)'를 밀고 다니는 것이 연상된다. 하긴
이따금씩 가장자리에 밀어 쌓아놓은 눈이 소금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평소에
그다지 넓어 보이지않던 주차장이 눈이 내려 쌓인
걸 보면 '왜 이리 넓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왜 굳이 드나드는 자동차도 많지않은데 주차장까지
눈을 치우느냐면 눈은 건드려놓아야 녹기 때문이고
그렇지 않으면 꽁꽁 얼어붙어 곤욕스러워 치운다.
아내가 걷기걷기을 하는 코스는 넉가래로 한번만
밀어놓는다. 밭사이, 사용을 않는 아랫쪽 주차장,
붓꽃길과 같은 눈을 치울 필요가 없는 곳은 아내가
걷기운동을 하며 미끄러질 염려가 있어 대충 혼자
걸을 만큼만 치운다. 두어 시간 가까이 걸려서 눈을
치웠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여 그런지 힘든 줄
몰랐다. 역시 모든 일은 마음 먹기에 달린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런데...
오늘 이른 아침은 기온이 영하 1도에 머무는데
예보에도 없던 눈이 또 흩날린다. 이건 또 뭐야?
촌부 "밖에 또 눈이 온다."
아내 "엥? 또 뭔 눈이더래요?"
촌부 "몰라! 내가 우찌 아노?"
아내 "하늘이 미친 거 아냐?"
하도 어이가 없어 둘이서 그냥 웃었다.
모든 건 마음 먹기에 달린 것이라고 입방정을 떨어
하늘이 노한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