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벌집 제거
2021년 9월 1일 수요일
음력 辛丑年 칠월 스무닷샛날
8월에 이어서 9월의 시작도 비와 함께 하고 있다.
어젯밤에는 근래 드물게 꽤나 거센 비가 내렸다.
어제 오후부터 지금껏 내린 비는 100mm가 넘게
내렸단다. 시냇물은 마치 폭포수처럼 요란하다.
단지를 둘러봤으나 다행히 별다른 피해는 없다.
가을 장마가 여름 장마보다 더 길고 지루한 듯하다.
어제 오후 빗속을 달려 읍내에 하나뿐인 의원에서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 2차 백신접종을 마쳤다.
아들 녀석은 교육계 종사자라고 진작 접종을 했고
지난주 아내의 접종에 이어 우리 가족 마지막으로
촌부가 2차 접종 마무리한 것이다. 어찌되었거나
하루빨리 확산세가 수그러들고 더 나아가 종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전의 일상으로 되돌아
가야 만나고 싶은 가족도, 친구도, 지인들도 만날
수가 있을 테니까 말이다.
오늘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었고 하는 수 없이
몹쓸 짓을 해야하는 '벌집 제거'를 화두로 삼아본다.
며칠전 장작을 만들 베어놓은 나무를 꺼낸 다음에
그 자리를 보기좋게 정리해 보려고 엎어놓은 낡은
손수레를 꺼내려고 제대로 뒤집는 순간, 한 무리의
벌떼가 윙~하면서 날아드는 바람에 식겁을 했다.
걸음아, 날 살려라! 36계 줄행랑 쳐서 겨우 위기를
모면했다. 잠시 여기서 황급히 도망칠 때 흔히 쓰는
'36계 줄행랑'이라는 말의 유래를 한번 살펴보면
대충 이렇게 간추려진다. 병법도 어쩔 수 없나보다.
'병법 삼십육계(兵法 三十六計) 중 제36계 走爲上
(주위상) 도망가는 것도 뛰어난 전략이다.'란 말에서
'36계 줄행랑'이라는 말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건 그렇고 지난 여름날 촌부는 꽤나 많은 벌집을
떼어냈다. 손수레 벌집 소동이 있던 날에 줄행랑을
치긴 했지만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F-킬러를 먼저
뿌리면서 긴 장대톱으로 손수레에 지어놓은 벌집을
떼어냈다. 이곳 산골에서 여름을 나려면 벌집으로
인해 119 소방대원을 몇 차례씩 부르곤 한다. 거의
여름철엔 벌집 제거가 주업무라고 했다. 그렇지만
올여름에는 한번도 부르지를 않고 우리가 떼어냈다.
사실 벌집 제거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섣불리 잘못
건드리면 큰 낭패를 본다. 그나마 제거한 벌집들이
말벌집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말벌집이었다면 어쩔
수 없이 119 소방대원을 불렀을 테지만 거의 전부
자그마한 벌들이 짓은 벌집이라서 위험은 따랐지만
F-킬러와 장대톱을 이용하여 제거할 수 있는 것들
이었다.
농기구 보관창고에 들어갔다가 혼비백산을 했으며,
그 윗쪽 지붕 처마에서 세 개를 발견하여 제거했고,
목공실옆을 타고 올라가는 환삼덩굴을 제거하다가
땡벌집을 건드려 벌을 F-킬러로 쫓아내고 제거했고,
카페지붕 처마에 짓고있는 벌집도 떼어냈으며, 또한
집에서도 서너 개를 제거했다. 아랫쪽 카페, 목공실,
농기구 창고에서 최근에 제거한 벌집이 6개나 된다.
뿐만 아니라 너무 높아서 제거 못한 것도 있으며, 또
새로 일군 밭의 끝쪽 축대부근에는 땅속에 땅벌집이
있어 벌들이 드나드는 것이 보이는데 제거할 방법이
없어 그 밭에 들어가면 조심을 한다.
우리에게 위협을 가하는 벌들이라서 하는 수 없어
위험을 무릅쓰고 제거를 하지만 한편으론 벌들에게
미안한 생각도 든다. 지구상에 벌이 없으면 안되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벌이 사람을
보면 공격을 하여서 해를 끼치는 나쁜 곤충이라고
생각한다. 실은 우리 생활에 큰 도움을 주는 고마운
곤충인데 사람을 보면 침을 쏘며 공격을 하여 그런
오해 아닌 오해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상에서
우리가 먹는 식용 작물의 75%는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에 묻혀주어야 수분(受粉)을 하여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들이다. 이렇듯 벌은 우리가 먹는 대부분
채소와 과일 등의 열매를 맺게 해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익한 곤충인 것이다. 하지만 자기들
보호를 위해 공격을 가하는 습성이 있어서 사람을
보면 침을 쏘려고 덤비는 것이다. 부디 제발 집주변
가까이에 벌집을 짓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