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때늦은 호박이 올망졸망
10월 3일, 음력 庚子年 팔월 열이렛날
개천절(開天節)
우리의 국조(國祖) 단군 임금이 단군기원 원년이던
서기前 2333년(戊辰年) 10월 3일에 최초의 민족
국가인 단군조선을 건국하신 날을 기념하고 그 뜻을
기리기 위하여 제정된 국경일이다. 그런데 일부 보수
단체에서 개천절에 차량을 이용한 소규모 차량 집회
(드라이브 스루)를 하겠다는 신청에 방역 조건 등을
준수하는 등 제한된 범위내에서 이뤄진다면 조건부
허용을 한다는 법원의 판단을 내렸다고 하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결정이라서 심히 유감스럽다. 거룩한
국경일에 국력을 소모하는 쓸데없는 소행임은 물론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밤낮없이 노력
하는 정부와 지자체, 방역당국과 의료진에게 도움은
주지못할 망정 찬물을 끼얹는 행동과 행위를 해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이 촌부가 성질 낸다고 달라지겠는가? 그건 그렇고
산골살이 이야기 보따리나 하나 둘 풀어보기로 하자.
어제 아침, 아내가 2층 욕실의 쪽창으로 내다보이는
풍경이 너무 기가 막힌다고 했다. 그러며 저 건너편
산허리를 휘감고 있는 것이 구름인지 안개인지 구분
안된다고 했다. 안개라면 다른 곳도 함께 다 뿌옇게
보여야 하지만 구름이 내려앉아 휘감아 도는 것이라
했더니 어떻게 그걸 다 아느냐고 했다. 알기는 개뿔,
그냥 대충 때려잡은 것이지! 그게 맞는 것 아닌가?
하여간 먼산 그 구름과 우리 단지에 서있는 푸르른
낙엽송과 중앙통로 줄지어 서있는 벚나무의 단풍과
수영장과 밭가의 사이에 서있는 꺽다리 자작나무가
너무 멋떨어지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가을의 모습이
보기가 좋았다. 늘 이런 자연 풍광을 볼 수가 있음은
산골살이의 특혜이고 호사가 아닌가 싶다.
올해 텃밭농사 중에 참 재미있는 것은 호박농사이다.
세가지 종류 13그루(마디호박 3그루, 애호박 5그루,
맷돌호박 5그루)를 심었다. 무슨 영문인지는 몰라도
초기에는 마디호박과 애호박은 열리다가 이내 잎이
마르고 넝쿨이 사그라졌고 맷돌호박은 잎과 넝쿨이
무성하게 뻗어나갔지만 정작 호박은 몇 개 열리지를
않았다. 호박농사는 틀렸구나 했는데 애호박은 다시
넝쿨이 살아나 꽤 많이 열렸다. 최근까지 따서 먹고
일부는 나눔도 했다. 또한 마디호박도 다 죽은 줄로
알았던 넝쿨 끝부분이 되살아나서 몇 개 수확을 했고
지금도 서너 개 달려있다. 재미있는 것은 맷돌호박,
처음 열려서 꽤 무게가 나가고 잘 익은 네 덩어리는
이미 수확을 했다. 10kg 2개, 4.25kg 1개, 2.95
kg 1개로 이렇게 큰 호박을 수확해 보기는 처음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익힐 시기가 늦었는데 뒤늦게 많은
맷돌호박이 열리지만 키워서 익힐 수 없으니 적당히
자라면 애호박처럼 따서 먹는다. 그런데 너무 많아서
여기저기 나눔을 한답시고 많이 퍼돌렸다. 가느다란
애호박보다 둥근 모양의 어린 맷돌호박이 더 맛있다.
오늘 아침에 나가 살펴봤더니 아직도 꽃이 피고 있고
어떤 것은 꽃을 매달고 있는 모습으로 아주 자그맣고
앙증맞게 보인다. 제법 자란 것 두 개를 따서 나눔을
했다. 올해는 그나마 맷돌호박이 나눔의 체면을 많이
살려주고 있어서 고맙다고 할까?
이른 아침, 자고나니 예보에도 없던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근래 때아닌 가을 가뭄이 들어 걱정을 했었던
마을분들이 생각난다. 대부분 밭농사를 업으로 하는
농부님들이라서 지금 내리는 이 비는 단비겠지 싶다.
흔히 가을비는 아무짝에도 필요없는 비라고 하지만
이번 비는 다를 것 같다. 가을 채소들의 성장에는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다행ㅇ다. 우리도 며칠전에 배추,
무우를 비롯한 가을 채소에 물을 주기도 했으니까...
그나저나 개천절인데 비가 내리고 있으니까 바깥에
태극기 게양을 못하겠네. 그냥 비를 안맞는 현관에다
내놓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