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호랑이 무늬 줄콩, 대풍예감!
먼동이 트기 전 이른 아침,
산골은 짙은 안개에 쌓인채 또 하루가 시작된다.
틀림없이 오늘도 한낮엔 폭염이 기승을 부리겠지?
벌써 열흘 가까이 찜통같은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저기 온열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내일은 더위에 “염소뿔도 녹는다.”라는 대서(大暑)...
말 그대로 가장 큰 더위, 더위가 가장 심한 때이다.
더우면 덥다고 난리, 추우면 춥다고 난리들이지만
이 자연현상을 우리네 인간들은 어쩔 수없이 그냥
그대로 순응하며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도리겠지?
그래도 이 산골은 그나마 낫다.
내리쬐는 한낮의 폭염이야 여느 고장과 같을지라도
푹푹 찌는 한밤의 열대야가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역시 산좋고 물좋고 공기좋은 해발 700m 지역이
우리네 사람들이 살기에는 최적의 자연조건이리라!
촌부도 아주 평범한 사람이기에 산더미처럼 내리는
겨울날에는 하늘을 원망하기도 하지만 이 여름날에
열대야가 없는 것으로 혹독한 겨울의 곤욕스러움을
보상받는 것이 아니겠나 싶어 하늘을 원망했던 것을
후회하고 반성하곤 한다.
아침 이슬이 촉촉한 아침이 좋다.
꺽다리 자작나무 잎파리에 맺혔던 이슬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그 물방울이 머리에 떨어져도 느낌이 좋다.
큰 밭 오른쪽으로 한 두둑 길게 심어놓은 줄콩,
호랑이 무늬 줄콩이다. 이 콩을 보면 늘 어머님 생각이
난다. 생전에 콩 씨앗을 얻어다 심어놓으시고 해마다
수확하여 갖다 드리면 밥에 놔먹는다 하시며 그렇게
좋아라 하셨는데... 이제는 드릴 수 없으니 아우들과
조금씩 나눈다. 씨앗 심을 때, 밭에서 자랄 때, 수확을
할 때, 여기저기 나눌 때 그리고 밥에 넣은 포실포실한
식감의 줄콩을 먹을 때마다 어머님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도 어머님께서는 이런 것을 예견하시고 이 콩을
심게 하셨나 보다. "어무이! 정말로 고맙심니데이~"
이 호랑이 무늬 줄콩을 벌써 5년째 심었다.
여느 콩과는 달리 지지대를 세워 줄을 매어줘야 한다.
초봄과 늦가을 이 시설을 설치하고 해체하는 조금은
귀찮은 일이기는 하겠지만 그것은 이내 잊어버린다.
씨앗 서너개가 자라 넝굴이 되어 줄을 타고 오르는
모습은 너무나 보기가 좋다. 그 뿐인가? 이맘때쯤엔
한창 자그마한 꽃이 피어서 벌들이 날아와 꽃가루를
묻혀 수정을 시킨다. 이미 먼저 꽃 핀 있던 자리에는
콩깍지가 대롱대롱 맺달려 있다. 콩이 열린 것이다.
차츰 햇볕을 잔뜩 받고 이슬을 머금고 비를 맞으며
자라고 익어갈 것이다. 이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서
농사짓는 보람을 느끼게 되고 또 어머님과의 추억을
더듬게 해주기에 촌부가 애지중지하는 농작물이다.
이 폭염속에서 잘 자라는 것을 보니 대풍 예감이 든다.
걱정을 많이 했던 처남의 수술이 잘 되었다.
그리고 회복도 빠른 것 같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정말 다행스런 일이고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우리가족은 물론주위의 많은 분들의 염려와 격려와
위로 덕분이라 너무나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형제간에 우애가 남다른 아내의 4남매,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극정성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어제 저녁무렵 처남 병원에 갔던 아내가 아들과 함께
집에 왔다. 주말이라 아들녀석이 지엄마 힘들었다고
모셔다 주러 왔단다. 어찌 되었던 이래서 또 아들을
보게 되니 이 또한 반갑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