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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단지에서 꺾는 잔대순 


2026년 4월 22일 수요일

음력 丙午年 삼월 초엿샛날


영상 2도의 기온, 

지붕위에 내려앉은 서리는 오늘 아침도 하얗다.

"언제쯤이나 서리가 그치려나?" 26년 겪어온

날씨의 변화이지만 이맘때 쯤이면 늘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오랜 세월동안 지난 경험에 의하면

5월 중순쯤에야 서리가 그치는 산골인데... 허나

요즘 내리는 서리는 이내 녹는다. 봄기운에 맥을

못추는 것이겠지?


어제는 종일 바람이 꽤나 거세게 부는 하루였다.

데크 처마에 매달린 풍경(風磬)이 연신 흔들려

소리를 냈다. 이상하게도 풍경소리는 정말 좋다.

은은하고 맑은 소리가 정겹게 들리는 것이었다.

산사(山寺)에서나 들리는 소리를 집에서 듣는다.

댕그랑 댕그랑~~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소리다.


아침은 초겨울 느낌이지만 분명 한낮은 봄이다.

산골집에는 봄꽃들이 한창이다. 집앞 밭쪽 길가

앵두나무 한 그루가 자리한다. 드디어 꽃이 피기

시작했다. 꽃이 예쁘다고 생각하면서 머리속에는

빨간 앵두를 떠올린다.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

이랄까? 참으로 성급한 촌부이구나 싶다.


어째 처녀치마가 꽃이 왜 안필까 했다. 이른 봄에

피는 꽃인데 이 녀석들도 불규칙한 날씨 변화에

제대로 적응을 못하고 갈팡질팡, 오락가락인가?

그랬는데 저만치 곤달비 밭가에서 피고 있었다.

반가웠다. 오래전 마당 꽃밭(풀밭)을 정리하느라

파헤쳐 사라졌구나 했었던 얼레지가 데크앞에 딱

한 그루 살아남았다. 올해도 녀석이 살포시 나와

꽃망울을 맺혔다. 해를 봐야 꽃망울을 여는 녀석,

어제는 흐려 다물은 모습이라 꽃잎이 뒤로 활짝

젖혀지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식물원에는 요즘

활짝 핀 모습을 보곤 하는데...


어제는 쉬는 날이라서 아내가 학교에 나간 오후에

자연마트 장바구니를 들고 바깥에 나갔다. 아침에

단지를 둘러보니 잔대순이 많이 돋아난 꽤 자란 것

같았다. 이른 봄날 잔대순은 맛있고 향긋한 봄나물,

아내가 무척 좋아한다. 딱 이맘때 아니면 맛 볼 수

없는 봄나물이다. 바로 데쳐 무쳐서 먹어도 좋지만

말려서 묵나물로 먹어도 좋은 나물이라서 해마다

잊지않고 이맘때 꼭 꺾어 데쳐 말리곤 한다. 주로

아내가 뜯지만 올해는 촌부가 나섰다. 딱히 할 일

없어 잔대순을 꺾은 것이다. 


봄날에 캐고 뜯고 꺾는 다른 봄나물도 몸에 좋은

성분을 지녔지만 특히 잔대순은 다량의 사포닌을

지닌 나물이다. 흔히들 딱주라고도 부르는 뿌리와

마찬가지로 잔대순에도 영양이 풍부하다고 한다.

우리집 잔대는 26년전 이주 초기 산에서 몇 뿌리

캐와서 심어 긴 세월 자연번식이 되어 단지 곳곳에

많이 자라고 있다. 이렇게 이른 봄날에는 잔대순을,

다른 계절에는 이따금씩 튼실한 뿌리를 캐먹는다.

아주 좋은 자연의 선물인 것이다. 생각컨데 집에서

잔대를 길러 뿌리는 물론 잔대순을 꺾어먹는 것은

결코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심어 길러 먹는 

것이라서 '뿌린 만큼 거둔다'는 말은 분명 우리의

잔대 재배와 수확을 두고 쓰는 말이겠지 싶다.


잔대순을 꺾으러 단지를 돌다보니 지난해 늦가을

축대 사이사이에서 꽂아놓은 산수국 가지에 새순

돋는 모습을 발견했다. 반갑고 뿌듯하고 흐뭇했다.

지난해 여름날 식물원에서 전지하여 버린 산수국

가지를 가져와 적당한 크기로 잘라 배양토를 넣은

모종판에 오랫동안 꽂아두었더니 뿌리가 나왔다.

이런 방법을 삽목이라고 하던가? 그것을 심었더니

새싹이 돋아난 것이다. 잘 자란다면 멋진 산수국을

집에서 보게 될 것 같다. 꽤 많이 심었는데...


나흘간의 작업끝에 우리 단지 입구 진입로 옆쪽의

하천 보수공사가 끝났다. 2006년 폭우로 수해를

당한 이후 두 번째 보수공사, 그 당시에 쌓아놓은

석축이 많이 훼손되어 옆집에서 민원을 제기하여

공사를 하게 된 것인데 덕분에 우리쪽도 깔끔하고

편리하게 잘 보수가 되어서 다행이다. 보수공사를

결정해준 면사무소 관계자와 일의 추진에 애써준

마을 아우 이장이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다.


https://band.us/band/7070781/post/430598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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