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아직도 겨울이 머무는 산골
2026년 3월 21일 토요일
음력 丙午年 이월 초사흗날
주말 아침, 3월 하순에 접어드는 시기이지만
아직 겨울이 머무는 곳이라 난롯불을 지폈다.
태기산, 청태산 자락 중턱 설다목 골짜기에도,
오대산 자락 병내리에도 아직 겨울이 머문다.
이렇게 늦게까지 겨울이 머무는 산골은 아마
우리나라 방방곡곡 몇 안되는 곳이겠지 싶다.
그 어느 고장에 비해 아주 특이한 기후조건을
가진 고장이라고 해야겠지? 남녘엔 매화꽃은
물론 벚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우리 고장 평창은 아직도 눈이 덜 녹고 얼음이
얼고 아침으로 서리가 하얗게 지붕을 덮는데
말이다. 춘분이 지난 오늘 아침도 영하 6도,
참 재밌고 신기한 고장임에는 틀림이 없다.
어제 오전에 식물원에서 동료들이 쉬는 동안
혼자 탐방로 숲길을 걸었다. 함께 휴게실에서
있어봐야 스마트폰을 보거나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로 시간허비를 하는지라 그러는 것보다
혼자 숲길을 걸으며 명상도 하고 운동도 겸할
수 있어 그렇게 걸었다. 바람소리가 참 좋았다.
춥다는 느낌은 없으나 그렇다고 봄바람과 같은
훈풍은 아니다. 바람이 제법 불어 소리가 좋다.
바람 소리와 바람에 부대끼는 나뭇가지, 나뭇잎
소리와 시냇물 소리, 산새들 지저귀는 소리까지
합쳐져서 합창 소리다.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의
소리라서 귀가 맑아지고 마음까지 시원한 느낌,
혼자 조용히 금강송 숲길을 터벅터벅 걷다보니
이런 호사를 누린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호사를 누리는 것은 또 몇 가지가 더 있다.
높다란 나무들 끝에는 겨울날 나뭇가지 끝에서
기생하는 겨우살이가 꽤 많이 보인다. 약성 좋은
한약재라고 한다. 워낙 높이 있어 꺾는 것도 꽤나
힘들다. 손쉬운 것은 꺾어 헛개나무 열매와 함께
물을 끓여 마신다. 뿐만아니라 산수국 군락지에서
미처 지지못한 마른 꽃잎을 보는 것도 볼만하다.
봄이 지나고 여름날이 오면 아름다운 산수국 꽃이
피어 멋진 장관을 이루게 될 것이다. 마른 꽃잎을
보며 다가올 그때를 미리 상상하는 것도 호사이다.
요즘 식물원에 나가는 날은 가장 먼저 하는 관찰,
양지바른 언덕배기 복수초 꽃을 관찰하는 일이다.
아직은 다른 야생화가 꽃이 피는 시기가 아니라서
이 꽃을 관심있게 관찰하게 된다. 이또한 호사다.
눈이 쌓였고 얼어붙은 딱딱한 땅바닥 흙을 비집고
나와서 예쁜 꽃을 피우는 생명의 위대함과 더불어
자연의 신비로움을 보는 듯하여 감탄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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