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아내에게 쓰는 편지
2026년 3월 17일 화요일
음력 丙午年 정월 스무아흐렛날
영하 5도,
오늘도 지붕에는 서리가 하얗다.
이른 아침 잠시 단지를 둘러보며 걸었다.
서릿발 서걱서걱, 밭가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산새들의 지저귐이 합창 소리처럼 들려왔다.
저만치에서 봄이 오고있음을 감지하게 되는
반갑고 아름다운 소리라고 여겨진다.
음력 정월 스무아흐렛날은 아내 생일이다.
흔히 말하는 칠순(七旬)이며, 고희(古稀)다.
특별한 생일이라고 하여 이틀전 가족들이 모여
축하 모임을 가졌다. 그래도 당일 그냥 넘길 수
없다며 처제가 미역국 끓이고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 정성껏 생일상을 차려주어 고맙다.
생일 선물도 마련 못한 촌부는 편지로 대신한다.
지난 50년 세월의 추억을 소환하며...
여보,
순악질 여사님!
그대를 처음 만난 그때,
당신은 열아홉, 나는 스물
우린 약관(弱冠)의 나이였었지요.
지나고 보니 참으로 까마득하구려!
언제 이렇게
세월이 유수같이 흘렀는지 모르겠소?
마흔도, 쉰도, 육십도 아닌 칠순이라니
당최 믿기지 않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긴 세월 당신 덕분에 행복하긴 했으니
당신은 나의 보배요, 나의 희망이었소!
생각나시오?
우리의 지난 과거를....
1975년 11월 해태제과에서 첫 만남
그 이후 6년간 몰래 데이트(사내연애)
1981년 2월 15일 종로예식장 결혼
1981년 12월 14일 아들 태어남
1985년 5월 구월APT 10평 마련
1991년 8월 현대APT 32평 마련
2001년 10월 31일 아들 독립, 산골行
~ 현재까지 햇수로 26년째 산골살이 중
(평창 봉평 설다목 산중턱)
간단하게 간추려 나열을 해놓긴 했으나
당신과 나의 추억이 스린 50년 세월을
말이나 글로 어찌 다 표현을 하오리까?
녹녹치가 않았던
50년 긴 세월, 우리의 인생길 함께하며
험하디 험한 이 세상을 헤쳐오는 동안에
수 없는 고통을 이겨내느라 고생하셨소!
악전고투((惡戰苦鬪)를 하면서도 우리는
희망을 잃지않았고,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넌다'는 뜻의 동주공제(同舟共濟)
마음으로 합심, 힘들고 거친 항해를 하였소.
우리네 인생을
희로애락(喜怒哀樂)이라고 말하지요.
우리 둘은 '기쁨·노여움·슬픔·즐거움'을
함께하며 오늘에 이르는 동안 서로를 위해
마음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고, 열성을 다해
다둑이며 격려하고 위로하며 잘 살아왔지요.
어느새 우린 종심(從心)의 나이가 되었구려!
당신은 칠순(七旬)이고, 나는 망팔(望八)...
100세 시대라고는 하지만
힘도 들었고 보람도 많은 지나온 세월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은 예측불허 나날이겠지?
우리에게 주어진 날이 끝나는 그날까지
지금껏 늘 그랬듯이 서로 아끼며 사랑하고
화려함보다는 소소함, 따스함, 포근함으로
우리 아름다운 노후를 함께 즐기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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