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겨울철엔 방어회를 먹어야...
2024년 12월 10일 화요일
甲辰年 음력 동짓달 초열흘날
이른 아침 여느날과 달리 더 일찍 일어났다.
기온은 어제보다는 약간 올라 영하 12도에
머물지만 추위는 여전하다. 산골의 추위는
기온보다 바람이 부느냐, 안 부느냐에 따라
그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오늘은 그 후자에
해당되어 엄청 춥다는 느낌은 아니다. 이럴
때 '그나마 다행이다'라고 하곤 한다. 어제를
정점으로 하여 차츰 기온이 올라갈 것이란다.
그래도 요즘의 겨울은 지구온난화 영향인지
예전만큼 큰 추위는 없다. 20여년 전만해도
영하 30도에 근접하는 추위에 무척 고생을
했던 기억, 어느 해는 난생처음 영하32도를
관측하기도 했던 그 기억은 이제 먼 추억이
되었다. 흔히들 촌부와 같은 서민들은 겨울이
따뜻하면 좋다고 말한다. 단지 눈만 조금 덜
내리면 이또한 금상첨화인데...
어제는 모처럼 대관령 너머 강릉에 다녀왔다.
아내가 "당신이 좋아하는 바다보러 갈까?"
라고 했다. 때마침 강릉에 있는 강원동부보훈
지청에 갈 일이 생겨 겸사겸사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비록 산골에 살고 있지만 섬출신이라
늘 바다를 그리워하는 것을 아내는 잘 알기에
이따금씩 대관령 너머 강릉 경포대 해변이나
정동진 앞바다를 보러 다녀오곤 한다. 그보다
주로 찾는 곳은 주문진이다. 주문진은 바다도
보고 생선회도 떠올 수 있어 경남 남해 섬출신
촌부에게는 안성맞춤인 그런 곳이다.
강릉 시내에서 생선구이 잘하는 집을 찾아가
점심식사를 마치고 보훈지청에 들려 일을 본
다음 곧장 주문진수산시장으로 달렸다. 사실
아내가 강릉에 가자고 했을 때 이미 마음속엔
생선회를 떠올 생각부터 했었다. 비린내 진동
하는 수산시장의 장골목 구경하는 것은 너무
좋다. 보이는 건 모두 다 사고싶은 촌부랄까?
아내의 발걸음이 촌부보다도 더 빨라 제발 좀
천천히 구경하면서 가자고 소리를 치곤 한다.
아내의 속셈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지를
않으면 마구 질러대는 촌부를 말릴 수 없어서
빠른 발걸음으로 지나치는 것이다. 아내 몰래
갈치 몇 마리를 질렀다. 혼자 갔으면 더 많이
질렀을지도 모른다. 아내가 어이없다는 듯이
혀를 껄껄 차며 웃기만 했다. 구워도 좋지만
무우넣고 조림을 하면 비릿한 것이 아주 좋다.
자주는 아니지만 단골집이 있다. 항상 우리를
기억하고 반갑게 맞아준다. 다른 생선도 많이
있지만 촌부의 눈에는 방어가 꽂혔다. 겨울철
생선회는 방어가 참 좋다. 언젠가부터 해마다
방어회를 먹어야 겨울이 간다고 할 정도이다.
대방어는 꽤 비싸다. 비싼 대방어를 잡아봐야
양이 많아 다 먹지도 못한다. 생선회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방어라야 맛이 좋다고들 하지만
조금 작은 것도 맛은 별반 차이가 없는 듯하여
작은 놈으로 한 마리 잡기로 했다. 그래도 꽤나
큼지막하여 큰 접시로 한가득씩 두 개나 됐다.
아내는 둘째네에게, 촌부는 마을 두 아우에게
전화를 돌렸다. 방어회 회식 번개팅 소집이다.
둘째네야 윗집에 사니까 금방 오고 맥가이버
아우는 술을 마셔야 한다면서 걸어서 왔단다.
생선회를 즐기지않는 아내와 처제는 준비만
해주고 둘째네에서 라면으로 저녁을 떼웠단다.
미안한 마음이지만 어쩌겠는가? 본인들 입맛
탓인걸... 모처럼 청바지클럽 회식인지라 술은
얼마전 서울 막내 매제가 선물로 주었던 양주,
스카치블루 17년産을 꺼냈다. 방어회와 양주,
아주 좋은 조합이었다. 조금후 서울에 문상을
갔던 이장과 제수氏들이 합류했다. 다들 너무
좋아했다. 이렇게 청바지클럽 방어회 번개팅
회식은 너무 맛있게, 정말 즐겁게, 참 기분좋게
마쳤다. 아내는 선물로 얼마전 고향 남해에서
온 유자로 만든 유자청 한 병씩을 전했더니
제수氏들이 어찌나 좋아하는지 나눔을 하는
우리 부부 마음도 흐뭇했다. 사는 거 뭐 별 것
있겠는가? 형제들와 이웃들과 오손도손 모여
소소한 정을 나누며 즐겁게 살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 아닐까 싶은 저녁이었다.
주말을 포함 사흘을 쉬었으니 오늘은 또 일을
나가야한다. 이른 시간 7시에 집을 나서야하니
다른 날보다 일찍 일어나 난롯불을 지펴놓고
일기를 쓰고 있다. 어젯밤에 술을 꽤 마셨으나
좋은 안주, 방어회를 먹어 그런지 아무렇지도
않다. 역시 술은 안주가 좋아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