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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신기하고 오묘한, 겁나는 자연현상 

 

2024년 11월 30일 토요일 

甲辰年 음력 시월 그믐날 

 

어느새 11월의 끝자락, 마지막날 아침이다. 

내일이면 열두 장의 달력 중에 달랑 한 장이 

남는다. 또다시 중얼거린다. 세월 빠르다고... 

요며칠은 기록적인 11월의 폭설로 인하여 

시간이 가는지, 세월이 흐르는지 생각할 겨를 

없이 훌쩍 지나 가버린 듯하다. 

 

오늘은 어제의 영하 13도 보다 기온이 높다. 

하루사이에 기온이 올라 영하 7도에 머문다. 

그렇긴 하지만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서 춥다. 

폭설에, 강풍에, 한파에 시달리는 산골살이는 

어쩌면 이런 날씨처럼 우리네 삶도 이와 다를 

바가 없는, 같은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 누구나 살아오고 살아가는 동안 우여곡절 

없는 삶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날씨의 변화, 

계절의 변화에 그냥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삶이겠지만 사람인지라, 약한 

서민인지라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것이다. 

 

어제 드디어 효붕이가 꼬박 3박 4일만에 집에 

올라왔다. 우리 길은 제대로 잘 치워 멀쩡한데 

아랫쪽은 그나마 촌부가 자동차 바퀴자국에다 

염화칼슘을 뿌려놓아 꽤 많이 녹았다. 걸어서 

오르내리면서 눈이 얼음으로 변했고 염화칼슘 

기운에 산산조각 난 것들을 방한화 신은 채로 

옆쪽으로 밀쳐놓았다. 그렇게 길을 터놓았다. 

중간중간 덜 녹은 곳이 있긴 했지만 그런대로 

자동차가 올라올 수 있을 것 같았다. 효붕이는 

4륜이라 거뜬히 올라올 수 있었다. 요며칠을 

도로가에 세워놓아 그랬는데 집에 와서 이젠 

안심이다. 겨울철에는 잦은 외박을 시켜야만 

하는 우리의 애마, 효붕이에게 미안하다. 

 

촌부가 24년 세월 산골살이를 하며 느끼는 

것은 지금처럼 겨울철이면 추위보다는 눈이 

가장 겁난다. 이 산골은 지형상으로 고원지대, 

그래서 눈도 많이 내리고 기온도 여느 고장과 

달리 많이 떨어지고 엄청 춥다. 그렇기는 해도 

추위는 걱정없다. 기억은 가물가물, 언제가는 

몰라도 산골살이 시작 초기에 영하 32도까지 

떨어졌던 그때도 견뎠으니 추위에는 단련이 

되었다. 아무리 기온이 많이 떨어져도 바람만 

없으면 괜찮다. 지금껏 잘 견디며 살아왔듯이 

앞으로도 잘 견디며 살아갈 것이다. 

 

눈은 내릴 때는 참 곱고 예쁘다. 더 없이 멋진 

설경을 감상하는 것은 눈으로 인한 수고, 힘든 

것에 대한 보답이기는 하다. 하지만 눈은 정말 

겁나는 하늘의 선물이요, 자연의 결정체이다. 

눈이 내려 쌓이면 치워야만 하는 수고로움이 

뒤를 따르고 얼어붙으면 일상의 불편을 초래 

한다. 겁이 나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지붕의 

처마끝에 성글어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고드름 

모습을 보라! 그 누구인들 그 고드름밑에 감히 

접근을 할 수 있겠는가? 자연이 만든 무기(?) 

중에 가장 무서운 것 아닐까 싶다. 제각기 다른 

크기로 매달려 있지만 뾰족한 것은 모두 같다. 

여러가지 자연현상을 다 나열할 수는 없지만 

산골에 살다보니 자연스레 자연현상의 변화에 

관심을 갖게 된다. 눈이 녹아 고드름이 되고 또 

고드름이 녹아 물이 되는 것은 모두 햇빛의 힘, 

태양의 에너지 발산의 결과이다. 그 누구나 다 

아는 극히 상식적인 현상이지만 촌부의 눈에는 

신기하고 오묘하면서 겁나게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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