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넘치는 자연마트 장바구니
2024년 8월 9일 금요일
甲辰年 음력 칠월 초엿샛날
흔히들 계절은 절기를 이길 수 없다고 한다.
허나 입추가 지났지만 절기는 절기일뿐이다.
현실은 절기와는 달리 무색하게 하는 듯하다.
아침 안개가 자욱한 것을 보니 오늘도 한낮은
무척 더울 모양이다. 33도에 이를 것이란다.
어쩌면 지금이 여름의 절정이 아닌가 싶다.
산골살이를 하고 변변찮은 농사를 짓다보니
기후변화에 민감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자연의 이치와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며 사는 수 밖에...
오늘은 먹는 이야기부터 일상을 풀어보자!
먹기 위해 사느냐, 살기 위해 먹느냐?
식충이 촌부는 전자, 먹기 위해 산다고 말한다.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모른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찌는 비경제적인 인간이지만 먹는 것을
좋아하고, 먹는 것을 즐기고, 먹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여긴다. 아마 촌부가 이렇게 된 건
아내의 공이 가장 크다. 함께하는 긴 세월 동안
아내는 정말 정성을 다해 밥상을 차리고 있다.
누가 뭐래도 팔불출 촌부는 이 세상 그 어떠한
진수성찬 밥상보다 아내의 정성과 사랑이 듬뿍
담긴 밥상이 으뜸이라고 여긴다. 아마 길들여져
있어 그렇겠지? 지금껏 까탈 한번 부려본 적이
없다. 아무거나 아내가 해주면 맛있게 잘 먹는다.
어제 점심에는 우리밀 밀가루로 수제비를 했다.
수제비 반죽을 숙성을 시켜서 하나하나 손으로
얇게 떼어내야만 하는 그 번거러움도 마다하는
아내의 정성 때문인지 매끈매끈, 쫀득쫀득하고
구수한 맛까지 더해져서 너무 맛있게 해치웠다.
저녁에는 쌀뜨물로 국물 자박하게 낭태조림을
하여 쏘맥을 곁들여 맛있게 잘 먹었다. 아마도
촌부 입맛은 아내 손맛에 중독이 되었지 싶다.
요며칠은 바쁘다는 핑계로 자연마트 장바구니
채우는 것을 좀 게을리 했다. 그때그때 아내의
분부에 따라 먹을 만큼만 뜯거나 따다 주었다.
모처럼 마음먹고 자연마트(텃밭)에 나갔더니
장바구니가 넘쳐 소쿠리 2개, 박스까지 동원
해야했다. 현관에 가지런하게 펼쳐놓고 보니
장골목 난전의 어느 할머니가 펼쳐놓고 파는
물건보다 더 많다. 아내와 처제에게 먹을 만큼
골라가라고 했다. 나머지는 커다란 비닐봉지
세 군데에 나눠서 담았다. 물품 목록은 호박,
가지, 노각, 네 종류 방울토마토에 끝물상추,
그것도 모자라서 또다시 밭에 나가 일반고추,
청양고추, 꽈리고추를 조금 따서 따로 세 봉지
만들었다. 농사짓지않는 함께 일하는 분들께
나눔을 하기로 한 것이다. 아내가 한 술 더 떠
좋은 것으로 담아 갖다드리라고 한다. 아내의
고운 마음씀씀이 까지 함께 듬뿍 담았다. 다들
좋아라 할 것이다. 우리의 농사는 나눔을 하여
기쁨과 즐거움, 보람을 찾는 그런 농사이다.
참, 봄부터 지금껏 맛있는 쌈을 먹게 해주었던
상추밭을 정리했다. 쫑대가 올라와 더 이상은
밭에 둘 수가 없다. 끝물상추를 꺾었다. 우리도
먹고 나눔도 하려고... 봄에 심는 상추는 거의
대부분 장마철을 넘기지 못하는데 우리 밭은
다르다. 관리를 잘해서 그런지 몰라도 지금껏
상추는 원없이 먹고 많은 나눔도 했다. 이제는
내년을 기약하면서 그 자리에는 무우씨앗을
뿌려놓을 생각이다. 이모작이라고나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