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유압도끼를 마련하다!
2024년 7월 26일 금요일
甲辰年 음력 유월 스무하룻날
장마철이기는 하지만 요즘은 매일 아침마다
장바구니를 들고 자연마트 밭에서 장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런 맛, 이런 멋에 농사를
짓는 보람을 느낀다고 할까? 그동안은 오이를
많이 수확했다고 하면 요즘엔 호박이 그 뒤를
이어 많은 거둠을 하게 된다. 아침마다 스틱을
들고 호박잎을 들춰가면서 숨어있는 호박들을
찾는다. 숨바꼭질을 하는 기분이고 느낌이다.
그렇게 뒤지고 다니지만 꼭꼭 숨어있는 것을
못찾아 그 사이 부쩍 커버린 녀석들도 꽤 많다.
애호박으로 먹기에는 늦어버려 그냥 익어라고
놔둔 호박이 군데군데 제법 된다. 늦가을 쯤에
늙은 호박으로 거두면 그 또한 보람을 찾을 것
같다. 솔직히 호박은 기르는 재미, 거두는 기쁨,
나눔을 하는 보람에 기른다. 우리 두 집 넷이서
먹어봐야 얼마나 먹겠는가? 수확량의 90%는
나눔으로 해결한다. 며칠전 함께 일하는 동료
아홉 분들께 이틀 수확한 것을 모두 나눠줬다.
어제는 농사를 짓지않는 이웃들에게 나눔했다.
별 것은 아니지만 주는 즐거움, 받는 기쁨이란
생각에 예전부터 지금껏 이런 농사를 짓는다.
올해 브로콜리와 콜라비 농사는 영 변변찮다.
모두 따고 뽑아 수확했지만 소출이 시원찮다.
봄에 심은 채소 중에 가장 먼저 밭정리를 했다.
장마철이라서 그렇긴 하지만 요즘은 거의 매일
한두 차례씩 장맛비가 오락가락이다. 느닷없이
쏟아졌다가 이내 그쳤다가를 반복한다. 어제도
이른 아침에 비를 뿌리더니 낮엔 햇볕이 나와
꽤나 무더운 날씨였다. 늦은 밤에는 또 한바탕
쏟아붓는 것을 보고 잤는데 얼마나 내렸는지는
모르겠다. 오늘 아침은 안개가 자욱하고 어제
같은 시각의 기온과 같은 22도이다.
이제 힘들게 도끼질을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드디어 유압도끼를 마련한 것이다. 며칠전에
인터넷 쇼핑몰에 주문한 것인데 어제 오전에
도착을 했다. 무게가 무려 80kg이라 무겁다.
한쪽에 바퀴가 있지만 끌고 장작집까지 오는
것도 만만찮았다. 형님은 힘들다며 이서방이
끌어다 주었다. 그런데 일반 릴전기선으로는
안된다고 했다. 부랴부랴 철물점에서 굵은선
4SC를 구입했다. 전선과 콘센트를 사왔지만
연결을 하는 것은 이서방과 맥가이버 아우가
해주었다. 또 문제가 생겼다. 집을 건축할때
외부에다 전원을 설치해놓지 않아 이서방은
안에서, 맥가이버 아우는 밖에서 장작집까지
전선을 설치해 주었다. 아우들 도움이 고맙다.
이서방과 함께 유튜브로 유압도끼 작동법을
미리 익혀두었다. 그래서인지 의외로 쉬웠다.
이서방은 카페 손님이 오셔서 내려가고 마을
맥가이버 아우와 둘이서 시험가동을 해봤다.
신기했다. 커다란 통나무가 쩍~하고 한번에
갈라지는 것이었다. 힘들일 필요없이 의자에
앉아서 나무 쪼개는 일을 할 것이라곤 꿈에도
상상을 못했는데 그게 현실이 되어 너무 좋다.
이런 손쉬운 방법이 있는 것도 모르고 십수년
넘게 오로지 힘들게 도끼질로 장작을 팼으니
하는 말이다. 진작 마련을 했으면 좋았을텐데
그동안 그 고생을 하느라 수고했다는 아내의
격려와 위로에 힘입어 손수레에 두번을 가득
싣고 와서 손쉽게 쪼개 장작집에 쌓아두었다.
하로동선(夏爐冬扇)을 재해석하고, 유비무환
(有備無患)의 자세를 실천한다는 마음으로...
내일부터 열하룻 동안 여름휴가에 들어간다.
남들은 여행을 간다고들 하지만 북적거리는
여름날의 여행은 접어두고 유압도끼로 장작
쪼개는 일을 할 생각이다. 언덕배기 산기슭에
아직도 꺼내오지 못한 나무가 많다. 올 휴가는
나무를 꺼내고 유압도끼와 함께 놀 생각이다.
여행은 선선한 가을쯤에 다녀올까 싶다. 그때
가봐야 되겠지만 일단은 그럴 생각이다.
참, 어제는 중복이라고 아내가 점심에는 냉면.
저녁에는 무더운데 일하느라 고생했다며 온갖
약재를 넣고 삼계탕을 끓여주어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쏘맥도 한잔 곁들여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