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장맛비 주춤한 사이에...
2024년 7월 21일 일요일
甲辰年 음력 유월 열엿샛날
바람이 거세게 분다.
세차게 불어제끼는 비바람이다.
어젯밤 자정 무렵이었던가?
물폭탄을 쏟아 붓듯이 한바탕 내렸다.
어느새 7월도 하순으로 접어드는데
장맛비가 참 길게, 정말 지루하게 내린다.
7월 들어 비가 내리지 않은 날이 드물다.
예보에는 말까지도 이런 날이 이어진단다.
유독 올해 장마는 단시간에 겁나게 쏟아붓는
게릴라성 집중호우, 국지성 호우가 문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큰 비도 없고 별 피해도
없는 산골이라는 것이다.
어제 봐둔 호박, 가지, 오이를 수확할까 싶어
현관을 나서려는데 조금전엔 바람은 불어도
비는 내리지 않았는데 갑작스레 비가 쏟아져
생각을 접어야만 했다. 비를 맞으면서까지 할
일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도 늘 하는
습관이고 버릇이라 한바퀴 돌아보고 들어왔다.
그 시각은 아내가 아침운동 나가는 시간이다.
비가 내려 아내가 맞춰놓은 알람을 꺼버렸다.
비를 맞으면서까지 운동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모처럼 실컷 푹 자라고 배려를 한
것인데 몸이 반응을 했는지, 습관이 무서운 것
인지 그새 일어나 비오냐며, 몇 도냐고 묻는다.
아침이면 늘 묻는 아내의 첫 번째 말, 질문이다.
비가 내리고 세찬 바람도 불고 22도라고 했다.
운동할 생각일랑 말고 좀 더 푹 자라고 했다.
단지 곳곳에 가지가지 여름 꽃들이 많이 핀다.
그 중 앞뜨락에는 원추리꽃이 피었다. 다행히
올해는 진딧물이 끼지않아 온전하게 피어 참
예쁘다. 어제 낮에 제비나비가 달겨드는 것을
보고 아내가 사진을 찍어보라고 하여 찍어봤다.
날개를 활짝 핀 모습을 찍으려고 했으나 순간
포착이 너무 어렵다. 실력이 없는 탓이겠지?
녀석이 꽃속에 머리를 쳐박고 꿀을 빠는 것을
비롯하여 몇 컷 찍었다. 이런 것도 참 재밌다.
날씨예보가 빗나간 어제 그 덕분(?)에 참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 아침에는 오이, 방울토마토
밑쪽 진잎을 왕창 따버렸다. 가위로 사정없이
잘라버렸더니 아내가 어쩌려고 잎파리를 많이
따버렸냐며 그래도 되는 것이냐고 하며 걱정을
하는 눈치였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의
생각은 무성한 잎에게 양분을 빼앗기면 열매가
잘 익지않을 것 같았다. 오이도, 방울토마토도
많이 열려있다. 제대로 한 것인지는 두고 보면
알겠지 싶다. 조심조심 두어 시간 그 일을 했다.
아침나절에는 자매들을 데리고 인근 장평장과
봉평의 농협마트에 잠시 다녀왔다. 체제가 만든
메밀소바로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간만에 함께
식사를 한 것이다. 생면이라서 그런지 맛있었다.
잠시 쉬었다가 오후엔 오랜만에 예초기 작업을
했다. 고구마 줄기가 뻗어갈 큰밭가와 장작으로
쓸 나무 옮겨다 놓을 장작집 부근 공터의 풀을
깎아버렸다. 기왕 짊어진 김에 첫 번째 펜션앞
잡초도 대충 깎았다. 깔끔하여 좋다. 그렇기는
하지만 예초기 작업은 늘 힘들다.
모처럼 나온 해가 넘어가기 전인 저녁무렵에는
또 나무작업을 했다. 장마철이라 이런 날씨가
너무 아까워 일을 하지않을 수가 없었다. 얼마
전에 산기슭에서 아랫쪽으로 내려놓은 장작용
나무를 장작집 부근으로 옮겨놓는 작업이다.
지는 햇볕이지만 꽤나 따갑게 느껴지고 따라서
온몸은 땀으로 푹 젖었지만 길게 도열을 하듯
서있는 키 큰 옥수수대가 햇볕을 가려 그늘을
만들어 그나마 한결 수월하게 나를 수 있었다.
얼마 안되는 것 같지만 그 전에 옮겨놓은 것과
함께 꽤 많은 나무를 싣고 나르고 쌓아놓았다.
옮겨야 하는 나무는 아직도 꽤 많다. 아무래도
빨리 유압도끼를 주문해야겠다.
땀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들어왔더니 아내가
안탁깝다는 듯한 눈치였다. 수고했으니 어서
씻고 밥먹자고 했다. "뭐 맛있는 거 했나?"라고
했더니 "좋아하는 거 했으니 빨리 씻고 오소!"
라고 했다. 저녁메뉴는 국물 자박하게 잡아서
지진 낭태조림, 도토리묵 무침, 콜라비 채나물,
풋고추와 양념된장인데 촌부가 정말 좋아하는
반찬들이다. 특히 마른 낭태(양태, 장대라는
생선인데 고향 남해에서는 낭태라고 부른다)를
엄청 좋아한다. 아내도 마찬가지로 좋아하고...
후식 또한 고향 남해産 밤호박을 이용해 만든
밤호박 에그슬럿을 만들어 주었다. 밤호박은
그낭 먹어도 참 좋지만 아내는 갖가지 방식을
동원하여 맛있게 만들어 주어 너무나 고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