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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괜한 걱정을 했던 오이농사 

 

2024년 7월 16일 화요일 

甲辰年 음력 유월 열하룻날 

 

고향 남해를 비롯한 남녘에는 장맛비가 엄청 

거세게 내리는 모양이다. 이곳 산골에도 오늘 

오후부터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한 열흘 

가까이 오락가락 이어질 것이라는 날씨예보가 

은근히 걱정된다. 별다른 탈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장맛비 소식에 이른 아침부터 바빴다. 

지난번 비가 갑작스레 쏟아지던 날, 처마끝에 

설치된 물받이에 낙엽이 쌓여 홈통이 막혔는지 

제자리로 흐르지 못하고 마구 넘치는 것이었다. 

이따금씩 낙엽을 꺼내 치우는데 주변에 나무가 

많다보니 가을이 아니라도 바람에 떨어져 꽤 

쌓이곤 한다. 이른 아침부터 비설거지 삼아서 

사다리를 길게 펼쳐놓고 올라가 쌓인 낙엽을 

치웠다. 비소식이 있어서 그런지 아침 기온이 

18도에 머물지만 습한 공기 탓인지 이내 땀이 

줄줄 흘렀다. 날씨 탓이라기 보다 고공공포증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젊은 시절 암벽을 타다가 

추락하는 사고를 당한 이후로 생긴 트라우마, 

그래서 요즘 관광지 어디에나 가면 많이 있는 

케이블카를 이 촌부는 타지못하는 바보이다. 

흔들거리는 다리를 진정시켜가면서 물받이 

정리를 마무리했다. 

 

오이밭에 나가 오이를 수확하면서 진잎정리를 

했다. 제대로 된 농사법인지는 모르겠으나 늘 

그랬듯이 오이를 따고나면 아랫쪽의 잎파리는 

따준다. 대부분 아랫쪽 먼저 나온 잎부터 퇴색 

되어 진잎이 된다. 그냥 두면 윗쪽으로 올라갈 

양분이 빼앗길 것이라는 생각에 지금껏 그렇게 

하고 있다. 진잎을 정리하다보니 오이가 꽤나 

많이 열려 자랐고 꽃도 많이 피고 열리는 것도 

상당히 많다. 어제, 오늘 딴 오이가 30여개는 

되지않을까 싶다.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아내, 

오이지와 오이장아찌를 못 담글까봐 안달복달 

했었는데 이제야 안심이 된다며 싱글벙글이다. 

품종이 조선오이라서 뒤늦게 열리는 것을 잘 

알지도 못하고 잘못된 농사법을 배워 그렇게 

된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농사는 

때와 시기가 있는 법이라 기다리면 되는 것을 

조바심에, 조급증에 괜한 걱정을 했던 것이다. 

어찌되었거나 오이농사가 정상적이라서 좋다. 

 

한동안 옥수수를 잔뜩 심은 큰밭을 지나다니며 

조선대파밭의 무성한 잡초를 보기는 했었는데 

엄두가 나질 않아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시간이 

흘러 이젠 주객전도(主客顚倒)의 모습이 된 것, 

조선대파가 잡초에 덮여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래서는 안되겠구나 싶어 호미를 들고 잡초를 

잡았다. 정말 종류도 다양했다. 가지가지 없는 

잡초가 없을 정도라면 말 다했지 싶었다. 지난 

초봄에 한번 뽑긴 했지만 봄이 무르익을 무렵 

지난 가을에 뿌려놓은 씨앗이 발아하여 새싹이 

나와 어린 것들이 잡초와 함께 뽑혀 나올까봐 

조금 더 자라면 잡초를 뽑아야지 했던 것인데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 오히려 잡초에 치여서 

제대로 자라지 못한 것 같아 괜시리 미안했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잡초를 잡아주어 장맛비를 

맞으며 방해됨이 없이 맘껏 잘 자라겠지 싶다. 

그래봐야 또 우후잡초(雨後雜草)가 되겠지만 

이 정도면 그래도 양반이지 싶어 뿌듯한 마음,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집으로 들어왔다. 

 

어제는 초복(初伏)이라고 아내가 보양식으로 

삼계탕을 끓어주었다. 닭고기를 즐기지 않는 

아내는 곰탕 밀키트로 대신했다. 본인이 먹지 

않는 음식이지만 남편을 위해 힘든 것도 마다 

않고 늘 이것저것 맛있는 것을 해주는 아내가 

고맙다. 삼계탕에 술이 빠지면 서운한 법, 쏘맥 

한잔을 곁들였더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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