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조카 딸내미와 함께하는 주말
2023년 4월 30일 일요일
음력 癸卯年 삼월 열하룻날
어느새 4월이 가는구나!
봄은 왔으나 아침으로는 한기를 느끼게 되다보니
오락가락을 반복하는 날씨 때문에 제대로 새봄을
느낄 겨를도 없이 후다닥 4월은 물러가려고 한다.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추적거렸다 그쳤다를 반복
하더니 오늘 아침은 영상 5도까지 떨어진 기온에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 춥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래도 뒷산이 궁금해서 안되겠다 싶어 이른 아침
이서방과 함께 올라가 한참동안 온산을 다 뒤졌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두릅이 없다. 있다고 해도
아직 덜 피었다. 야생두릅은 가장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이긴 하지만 우리는 욕심을 내지는 않는다. 덜
핀 두릅은 우리 몫이 아닐지라도 그냥 놔둔다. 허나
다른 사람들은 이제 막 돋아나는 것까지 다 꺾는다.
욕심이 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부슬거렸다. 할일은 많지만
그렇다고 서두르면 까지 성급하게 할 필요는 없다.
비내리는 날이 우리들 휴일이라서 그냥 푹 쉬기로
했다. 이른 아침으로 서리가 내리긴 하지만 계절은
제모습을 보여준다. 온갖 꽃들이 바로 계절을 알려
주는 전령사이다. 이 전령사들은 거짓이 없고 또한
시기를 잘 맞춘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이 제각기
일정한 시기에 새싹이 돋아나고 꽃을 피우고 있다.
말못하는 식물이라 할지라도 배울 점이 많은 것은
자연의 이치를 올바로, 제대로 인식을 하는 혜안을
가진 것 처럼 여겨진다는 것이다.
우리 단지에 있는 나무들이나 야생초들은 모두가
우리의 손으로 심고 가꿔왔기에 하나하나 사연을
지니고 있다. 라일락의 조상이며 원조인 몇 그루의
수수꽃다리, 이 녀석들은 아주 오래전 경사가 심한
곳에서 자그마한 녀석들을 몇 그루 옮겨다 심었다.
꽃이 아주 오묘하고 신기하게 생겼으며 꽃내음도
좋다. 모르는 사람들은 라일락이라고 착각을 한다.
허나 라일락은 수수꽃다리를 미국으로 가져가서
변종을 시켰고 전세계에 보급하고 우리나라에도
역으로 들어온 것이다. 원조인 수수꽃다리 보다도
더 각광받는 꽃이 되었으니 뭔가 모르게 씁쓸하다.
22년 전인가?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그 당시에
온식구들이 우리 단지 모퉁이에 군락으로 서식을
하고 있는 조팝나무 어린 것들을 밭가 축대 밑에다
옮겨심어 우린 그 옆길을 조팝나뭇길이라 부른다.
일렬로 도열하여 하얗게 꽃이 피는 요즘의 그 길은
하얀 꽃길이 된다 꽃을 보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내가 그랬다. "하얀 머리 영감탱이와 조팝나무의
하얀 꽃이 인상적이네. 누가누가 더 하얀색인지를
내기하는 것 같네." 라고... 까만 머리였던 때 심은
나무였는데 이제 세월이 흘러 조팝나무 하얀꽃과
같은 색깔이 되었으니 세월 흐름을 실감하게 된다.
지난 금요일 산골집으로 다니러 온 조카 딸내미가
산골식구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어 너무 분위기가
좋다. 이모들은 뭘 하여 먹여야 할까 하며 고민을
하곤 한다. 요즘 젊은이들과는 다른 입맛을 가진
딸내미라서 우린 늘 애늙이가 아니냐며 놀리기도
한다. 22년 가까이 아이들 없는 어른들 사이에서
자라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그
식성이 오히려 우리에게는 좋게 생각된다. 우리가
먹는 것은 모두 다 잘 먹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부추 부침개가 맛있고 좋다고 했다. 그래서
첫 물 부추는 맏사위도 안준다고 하는 것을 조카
딸내미를 위해 잘라 다듬어서 갖고 왔더니 아내가
부추 부침개를 부쳤다. 너무 맛있고 큰이모가 부친
부침개는 천하제일이라고 리액션을 해가며 너무나
잘 먹는 것이었다. 저녁에는 또 큰이모인 아내에게
보리밥에 나물넣고 쓱쓱 비벼먹으면 좋겠다면서
비빔밥을 주문했다. 이또한 너무 맛있다며 잘 먹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과 기쁨을 안겨주어 고마웠다.
딸 기르는 즐거움, 재미와 맛을 느꼈다고나 할까?
조카 딸내미와 함께하는 주말이 즐겁고 신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