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여여(如如)한 봄날
2023년 4월 28일 금요일
음력 癸卯年 삼월 초아흐렛날
아침과 한낮의 일교차가 엄청시리 심한 요즘이다.
올봄엔 모든 일들이 빠르게 시작될 것이란 예상은
아무래도 성급한 판단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이다.
아무리 한낮 기온이 초여름에 가깝다고 하더라도
밤 기온이나 이른 아침의 기온이 현저히 떨어지고
서리까지 내리는 차가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서
하는 말이다. 하긴 아직 4월 끝자락이라서 걱정을
할 정도는 아니다. 어차피 지금껏 5월 중순이 되어
서리가 멈춰야만 촌부네 텃밭농사를 시작해왔으니
급하게 서둘 것도 없고 걱정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오늘 아침도 어제와 비슷한 영하 0.5도의 기온에
서리가 하얗게 지붕을 덮었다. 난롯불을 지폈다.
아직 본격적으로 농사가 시작되지 않아 여유롭고
한가롭기 까지 하다. 그렇지만 하루해는 참 잘간다.
이럴 때 일수록 책도 좀 읽고 글도 좀 써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 슬슬 게으름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
것일까? 마음이 어수선하고 복잡해 그런 것일까?
이런 때는 꽃을 감상하는 것이 최선의 치유법이다.
자그마한 흰꽃이 줄기를 따라 촘촘하게 다닥다닥
모여 피는 조팝나무 꽃, 볕이 잘 드는 양지에 자라
노란꽃이 핀다고 하는 양지꽃, 멀리서 보면 줄기가
잔디처럼 보이고 뿌리번식을 한다는 꽃잔디 작은
꽃이 참 예쁘다. 이렇게 잡생각 없애는 방법으로는
야생화를 비롯한 꽃들을 관찰하고 감상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이따금씩 시골스런, 산골스런 모습을 보는 것 또한
즐겁고 재밌는 산골살이의 여유로움이 아닐까 싶다.
산골아낙 아내가 산나물과 표고버섯 말리느라 햇볕
잘 드는 장독대 위에 얹어둔 채반이 산골의 정취와
정겨움을 더 한층 느끼게 해준다. 그뿐만이 아니다.
장독대 앞 자그마한 공간에 옮겨다 심은 흰민들레,
부추도 촌부의 기분을 너무 좋게 만든 녀석들이다.
온갖 야생초들과 잡초들 사이에 드문드문 자라면서
제대로 기를 못 펴고 있던 흰민들레와 부추를 옮겨
모아서 심었다. 그제야 제자리를 잡고 기를 펴는 것
같았고 흰민들레는 너무 예쁘게 꽃을 피우고 있다.
풀들의 사이에서는 존재감 마저 없어보이던 부추는
싱싱하고 튼실하게 아주 잘 자라고 있다. 흰민들레,
부추를 왜 하필이면 장독대 앞 화단에다 심었을까?
지난해 몇 종류 꽃을 사다 심어봤는데 잘 어울리지
않았고 장독대 앞이라서 키가 큰 화초 또한 보기에
좋지않은 것 같고 사다심은 일년생 화초는 이듬해
다시 심어야 하는 번거러움이 있다. 그러나 부추와
흰민들레는 소위 말하는 만년묵기, 다년생이라 한번
심어놓으면 손을 볼 필요가 없어 아주 좋은 것이다.
꽃을 보는 것은 화초이고, 잎도 뜯어먹게 되는지라
채소이기도 하여 그냥 가까운 장독대 앞에 심었다.
해질녘 블루베리밭에 물을 주다가 군데군데 더덕
새싹이 뾰족하게 돋아나는 것을 발견했다. 지난해
가을 다 캐냈다고 생각했는데 남아있었던 것 같다.
블루베리를 심기 전에 더덕 싸앗을 뿌려놓은 지가
꽤 된 밭이라 지난해 더덕을 모두 캐내고 정리했던
밭이라 씨앗이 떨어져 자란 것도 있고 미처 발견을
못해 못 캔 제법 뿌리가 굵은 녀석도 있었다. 모두
캐내 블루베리밭 초입 자그마한 자리를 마련하여
옮겨심었다. 블루베리와 함께 자라면 덩굴이 나와
나뭇가지를 휘감으며 타고 올라가 못살게 구는 것,
그래서 애초의 주인이던 더덕을 모두 다 캐내 이주
시킨 것이다. 결국에 더덕은 블루베리에게 터전을
내주고 한쪽 모퉁이에 더부살이를 하게 된 것이다.
어제 물을 주다가 발견하여 캐낸 크고 작은 더덕은
모두 서른 두 뿌리나 되었다. 몇 년 더 자라면 아주
좋은 먹거리, 영양 많고 맛좋은 식재료가 될 것이다.
어찌되었거나 요즘은 여여(如如)한 봄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