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벌써 잡초들이 한판 붙자네.
2023년 4월 25일 화요일
음력 癸卯年 삼월 초엿샛날
꽃피는 춘사월(春四月)에
하얀 서리, 영상 1도, 난롯불이 웬 말인가?
산골의 오늘 아침은 이렇게 시작을 한다.
그야말로 오랜 옛날부터 전해오는 말 그대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오늘은 비가 내릴거라더니 벌써 시작이다.
하지만 날씨 좋은 어제 촌부의 하루는 이랬다
가속이 붙은 산골의 봄
밭이든 길이든 흙이 있는 곳은
그 어디라도 잡초들이 기승을 부려
촌부의 지랄같은 성질을 건드린다.
호미를 들어볼까,
괭이를 들어볼까,
차라리 예초기를 짊어져 볼까?
그래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 세상 그 누가
잡초에게 이길 수 있겠는가?
제아무리 천하장사라고 한들
결코 잡초들을 이길 수는 없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온갖 잡초란 녀석들이
촌부더러 한판 붙자고 하니
이길 수 없더라도 한번 해봐야지!
뽑고, 캐고, 뜯고, 베고
그렇게 온종일 잡초와 붙었다.
붙었다기 보다는 놀았다가 맞다.
붙어봐야 분명 백전백패이니까...
아침에는 블루베리밭에서
오전에는 부추밭, 조선파밭에서
오후에는 곤달비밭, 머위밭에서
저녁무렵엔 앞뜨락 잡초들과 놀았다.
하루종일 잡초들과 놀고 있는데
마을 아우가 놀러와서 하는 말,
"형님! 뭐하셔? 아니, 이 무슨 개고생이요?
그냥 제초제 확 뿌려버리셔! 고생을 해봐야
그때 뿐이고 며칠 있으면 또 그짝이라니~"
마을 아우의 말이 맞는 말이기는 하다.
제아무리 촌부가 자연사랑을 부르짖으며
제초제,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여
환경부에서 알아줄리도 없는 만무한 짓이다.
허나 지금껏 지켜온 고집을 꺾자니 좀 그렇다.
그렇게 생각하면 하는 수 없는 것이지만
결론적으로 몸고생을 해야만 하는 것이라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생각이 점점 많아진다.
지나온 23년간 고집스레 지켜온 그 신념을
한순간에 버린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치 않고
그렇다고 마냥 개고생 하자니 나이는 들어가고
몸은 고되고 힘이 들어 밤으로 끙끙앓는 소리를
내고 있으니 아무래도 무슨 방도를 찾긴 찾아야
할 것 같은데 쉽사리 결론을 짓지못하고 헤맨다.
그래도 온종일 잡초들과 놀며 붙었던 그 흔적은
깨끗함, 깔끔함, 단정함이라서 보기엔 너무 좋다.
이렇게 정리정돈이 된 듯한 모습이 얼마나 갈까?
그건 촌부도, 아내도, 아우들도, 아무도 모른다.
그걸 아는 건 분명 잡초란 녀석들 뿐일 게다.
그렇게 되면 또다시 잡초들이 한판 붙자 하겠지?
하는 수 없이 또 붙어주며 노는 수밖에...
제기랄이다, 제기랄이야!
젠장이다, 젠장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