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타이밍이 절묘하군!


2023년 4월 17일 월요일

음력 癸卯年 윤달 이월 스무이렛날


몽환적인 풍광이 펼쳐진 산골의 아침을 맞이한다.

이틀간 소나기처럼 간헐적으로 내린 비로 인하여

오늘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사방을 분간

못할 만큼 안개가 자욱하다. 영상 1도인데 스산한

느낌에 꽤나 쌀쌀하여 난롯불을 지폈다. 따스함이

너무 좋다. 이래서 나름 그렇게 고생하며 열심히

장작준비를 했던 것이겠지 싶다. 이른 봄날에 지핀

장작불의 진가를 느끼게 된다고나 할까?


이틀간 명이나물을 포기나누기로 옮겨심는 일을

했다. 온갖 잡초들로 무성했던 묵밭을 정리한 다음

뭉텅이째 도라지삽으로 캐내 흙 묻은 그대로 옮겨

3~4그루씩 포기를 나눠 심어놓았다. 지난해부터

해야지 하고 마음만 먹고 실행을 못했던 일이었다.

명이나물 번식도 시키고 그냥 방치하여 잡초들만

자라게 하여 볼상 사나웠던 묵밭도 활용하게 되어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농부가 땅을 놀린다는 것은 죄악이다.

땅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알면서 실행을 하지않은

게으른 농부의 모습이었기에 반성을 하게 된다.


쉬엄쉬엄 하려고 했던 것도 있지만 일을 좀 하려고

하면 손님이 오고 또 할만하면 비가 내려서 못했다.

어제는 마음을 먹고 일어나자마자 이른 아침부터

시작하여 다행히 비가 내리기전에 마무리를 했다.

타이밍이 절묘하다. 모종을 심은 후에 비가 내려서

일부러 물을 줄 필요가 없었으니 말이다. 결과로는

촌부가 일을 잘한 것이 아니고 하늘이 도와준 것이

제대로 맞는 말이다. 사전에 비소식이 있어 시작한

일이기는 하지만 결국 비가 내려 옮겨심은 모종이

제대로 활착을 하게 될 것 같으니까 기분이 좋다.

농사는 시기를 잘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이는 없을게다. 이 촌부 역시 그 시기를 잘

맞춰보려고 나름 자나깨나 궁리하곤 하지만 그게

그렇게 마음먹은 그대로 잘 안된다. 이번 명이나물

포기나누기를 하여 옮겨심기는 제대로 시기를 잘

맞췄다. 어제 저녁에 또 비가 내리는 것을 바라보며

혼자 흐뭇하여 중얼거렸다. "타이밍이 절묘하군!"


어찌되었거나 명이나물 밭뙈기가 하나 더 생겼다.

포기나누기를 위해, 모종 나눔을 하기 위하여 잔뜩

캐낸 원래의 명이나물 밭은 그렇게 많이 캐냈는데

대충 정리했더니 예전 풍성했던 모습은 아니지만

다시 원이치가 된 것 처럼 보인다. 군데군데 헐렁한

모습이긴 하지만 식구들을 다른 밭으로 *재금내고

조금은 허전한 느낌이 드는 것 처럼 보이기는 하다.

'재금내다' 라는 말은 어릴적 고향 남해에서 듣고

쓰던 말이다. '분가를 시키다'라고 해석이 되는 말,

이따금씩 이렇게 무의식중에 고향 말을 쓰게 된다.

그건 그렇고 이른 아침 이틀간 옮겨놓은 명이나물

밭에 나가봤더니 비를 맞아 아주 꼿꼿하고 싱싱한

모습이라서 너무나 흐뭇하여 혼자 미소를 지었다.Picsart_23-04-17_06-37-18-607.jpgPicsart_23-04-17_06-34-52-182.jpgPicsart_23-04-17_06-34-33-991.jpgPicsart_23-04-17_06-34-16-257.jpgPicsart_23-04-17_06-33-58-705.jpgPicsart_23-04-17_06-33-17-243.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3578 촌부의 단상-자연이 주는 고마운 선물 1 file 2023.05.04
3577 촌부의 단상-농사준비 2단계 file 2023.05.03
3576 촌부의 단상-3시간 반의 두릅 산행 file 2023.05.02
3575 촌부의 단상-늘 오늘만 같아라! file 2023.05.01
3574 촌부의 단상-조카 딸내미와 함께하는 주말 file 2023.04.30
3573 촌부의 단상-'시작이 반' 이라고 했던가? file 2023.04.29
3572 촌부의 단상-여여(如如)한 봄날 file 2023.04.28
3571 촌부의 단상-허탈하고 아쉬운 마음 file 2023.04.27
3570 촌부의 단상-소소함으로 채운 하루 file 2023.04.26
3569 촌부의 단상-벌써 잡초들이 한판 붙자네. file 2023.04.25
3568 촌부의 단상-삐뚝바리(눈개승마) 첫 수확을... file 2023.04.24
3567 촌부의 단상-사과꽃 따주기 file 2023.04.23
3566 촌부의 단상-머위를 보면... file 2023.04.22
3565 촌부의 단상-모처럼 마실을 나갔더니... file 2023.04.21
3564 촌부의 단상-자격증 없는 완전 초보 조경사이지만... 1 file 2023.04.20
3563 촌부의 단상-봄비 내려 좋은 날 file 2023.04.19
3562 촌부의 단상-기왕이면 다홍치마 file 2023.04.18
» 촌부의 단상-타이밍이 절묘하군! file 2023.04.17
3560 촌부의 단상-명이나물 포기나눠 옮겨심기 그리고 모종 나눔 file 2023.04.16
3559 촌부의 단상-초봄에 맛보는 수확의 기쁨 file 2023.04.1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 238 Next
/ 238
위로